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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멋진 오빠들, 그러나 그들은 날 구하지 못한다. 아니 안한다. 췻!
수많은 멋진 오빠들, 그러나 그들은 날 구하지 못한다. 아니 안한다. 췻! ⓒ 박봄이
모두 아니다. 모두 아니다. 그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건 오로지 송화맹호도의 주인공, 막내 조폭의 얼굴이었다. 지 급하니까 그냥 오빠 소리 나오더라. 현실적으로 생각하여 그 상황에서 준땅 오빠라 한들 날 구할 수 있었겠는가. 물론 그 양반이 날 구하기야 하겠냐만은. (쩝)

삐그덕-.

오오!!!!!

옆집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집 대문과 옆집 창문이 붙어있어 이 정도 소리지르면 잠자지 않는 이상은 들리게 마련이거든.

"뭐야? 새벽에 시끄럽게, 옆집 아가씨, 무슨 일이야?" (어느덧 말놓는 다정한 이웃사촌)

역시 나의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그냥 딴 짓 하다 안잔 건지 막내 조폭의 목소리였다.

- 구해줘, 뽀빠이!! 구해줘, 뽀빠이!! 구해줘, 뽀빠이!! 모드 돌입!!

"밖에 아저씨가 자꾸 문 열라잖아요!!! 나 우유 안 먹는데!!"

우호호!! 각오해라, 우유강도!

"당신 뭐야, 우유배달 맞어? 우유 어딨어?"
"아…, 저기…."


후다닥!!

"거기 안 서?!!"

투다닥!!

대충, 이런 상황. 우유강도를 붙잡아 물고를 내고, 막내 조폭에게는 기사 작위라도 수여하려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우유강도가 워낙 신출귀몰하여 오토바이를 타고 튀어주셔서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막내 조폭.

"아가씨, 괜찮아? 문 좀 열어봐."

문을 열고 그 듬직한 막내 조폭의 얼굴을 보니 왜 그리 안심이 되던지…. 갑자기 우리 둘 사이에 놓였던 커다란 신분의 벽은 (뭔 벽) 손가락에 엉겨붙은 솜사탕마냥 녹아 없어졌다. (간사한 것)

그제야 비실비실 나오시는 첫째 조폭과 둘째 조폭. 어이, 거기 영감들은 좀 들어가시고!

조폭의 경호를 받다

이후로 막내 조폭 마치 꼬냥이 전용 수호기사처럼 경호를 해주었다. 새벽에 게임방 갈 일 있으면 데려다 주고, 늦게 들어오는 날은 택시 정류장에서 기다려 주고…. 가끔 자잘한 전구 갈아 끼우는 일이나 옆 건물 파키스탄 총각의 관음질에 되도 않는 영어로 위협하는 임무 수행 등. 이 정도면 사설경호원 못지 않지.

사실…, 그저 죄라면 남들보다 조금 청소 안 하고 조금 막가파라는 것밖에 없었는데 유별나게 까탈스러운 이웃 만나 고생하던 조폭 삼총사. 특히 꼬냥이를 보면, 말 지지리도 안 듣다가 13살 때 집나가 소식 끊긴 여동생이 생각난다 했던 막내 조폭. (왜 떠오르는데, 왜???)

밖에서야 어깨에 힘주고 나쁜 짓 하고 다닐지 몰라도 일단 건물에만 들어오면 순한 얌생이가 되어 버거운 이웃 꼬냥이의 히스테리를 다 받아주는 착한 이웃이 되었다. 지금 생각 해보면 쥐똥만한 여자아이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혼자 사는 이웃집 아가씨에 대한 나름의 배려가 아니었나 싶다. 그들이 독한 조폭이 아니었던 까닭도 있겠지.

하지만 언젠가 기사로도 썼었던 귀신난리질 사건이 겹치면서 난 이사를 가야 했고, 마지막으로 뭐라도 보답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조폭질도 알아야 해먹는다!' 그들에게 문명의 혜택을 받도록 해주는 것, 바로 게임방 나들이.

'조폭 삼총사의 게임방 나들이'는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덧붙이는 글 | 거의 한 달만에 쓰네요. 그동안 일이 좀 많았습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부산에 계신 할머니가 다리가 갑자기 안 좋아지셔서 한동안 내려가 있었던 것이죠. 어르신들 날 풀리며 안심하다가 삐긋 삐긋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 정정하시던 양반이 거동이 불편하신 것을 보니 그저 건강이 최고란 생각 또 한 번 절실하게 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다음 편 올리도록 할께요. 감사합니다.


#옥탑#옥탑방#조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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