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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둘레에 꽃들이 피기 시작했다. 시절을 따라 목련과 개나리와 진달래가 자연스레 피어올랐다. 생명의 기운이 활짝 피어나고 있는 증거요, 그만큼 부활절도 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꽃도 그렇지만 부활절도 자연스럽게 피어오를 때에라야 가장 멋진 법이지 않나 싶다.
부활절은 교회에서 일 년에 한 번씩 맞이하는 절기다. 이때가 되면 교회서는 연례행사처럼 예쁜 포장지를 씌운 달걀을 나눠준다. 달걀을 통해 생명체가 부화했다는 뜻에서다.
그런데 올해는 예전과 달리 색다른 것을 받았다. 겉은 달걀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속내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른바 계란처럼 생긴 작은 통 속에 든 완두콩 씨앗이 그것이다. 그 씨앗은 1주일이 지나면 싹이 트고, 또 한 주간이 지나면 잎이 올라온다고 한다.
그 무렵이면 줄기도 어느 정도 토실토실해질 것이다. 놀라운 것은 그 이파리 사이에 예쁜 글씨가 새겨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사랑' '희락' '화평' '오래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 등 아홉 개 글자 중에 하나다.
하나에 1500원씩 하는 그것을 두고 일각에선 상업화전략이라며 비판도 한다. 그렇지만 완두콩 씨앗의 발아가 생명의 부활을 뜻할 수 있고, 그 이파리에 새겨진 글씨로 인해 자기 자신의 모습까지 성찰할 수 있다며 반가워하기도 한다.
의견이 어떻든지 간에 1주일 전 나는 두 개나 받았다. 하나는 집으로 들고 갔고, 다른 하나는 사무실에 두었다. 물론 두 개 다 싹이 나온 것은 아니다. 집에다 놔둔 것은 싹이 잘 나왔지만, 사무실에다 놔둔 것은 전혀 반응이 없다.
이유가 무엇일까? 집에서 기른 것은 사실 관심이 없었다. 아이들을 셋씩이나 돌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에게는 소홀했다. 그에 반해 사무실에서는 정말로 애지중지 관심을 기울였다. 물도 하루가 멀다 않고 듬뿍듬뿍 줬고, 온도도 춥지 않게 따뜻하게 맞춰줬다. 거기다가 또 다른 영양분까지 주었다.
결론은 그것이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관심의 차이. 사무실에서 길렀던 것은 인위적인 것을 비롯하여 너무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탓에 싹이 나지 않았던 것이고, 집에다 놔둔 것은 어쩌다 한 번씩만 물을 줄 뿐 그럭저럭 내버려 뒀던 까닭에 잘 돋아났던 것이다.
부활절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부활절이 되면 교회에서는 여느 때와 달리 더 멋진 꽃들을 피워 내려 세상을 향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요란을 피운다고 해서 부활절 꽃이 활짝 피는 것은 아니다. 교회 둘레의 자연스런 꽃들처럼 자연스러울 때가 아름답고 멋진 법이다.
아무쪼록 그 완두콩 새싹처럼, 이번 부활절에는 꾸미거나 가식이 없는 참된 부활절을 맞이했으면 한다. 달걀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새싹같이, 결코 인위적이지 않는 자연스러움 속에서라야 가능한 일이지 않겠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