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장승포항의 하얀 등대와 뒤로 보이는 거제시민문화회관
장승포항의 하얀 등대와 뒤로 보이는 거제시민문화회관 ⓒ 김정수
3월 초순의 어느날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거제로 달려갔다. 한국여행작가협회 양영훈 회장과 협회 소속 여행작가인 유연태, 한은희씨와 지심도 동백꽃 촬영에 동행하게 되었다.

거제면 소랑리에 자리한 산타모니카펜션에서 선배 여행작가들과 함께 1박을 했다. 펜션 앞으로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어 전망이 빼어나고, 조용해서 하룻밤 묵어가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이튿날 지심도행 배에 올랐다.

지심도는 거제시 장승포동의 선착장에서 약 3.8km 거리에 있는 섬으로 배로 10분이면 도착한다. 지심도는 드라마 <로망스>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탄 곳인데, 필자는 드라마가 방영되던 2002년에 두 차례 이곳을 취재 차 다녀갔다. 하지만 5년만에 다시 찾는 데다 동백꽃 필 때는 한 번도 찾은 적이 없어 무척이나 기대되는 여행이었다.

선배 여행작가들과 1박을 했던 거제 산타모니카펜션
선배 여행작가들과 1박을 했던 거제 산타모니카펜션 ⓒ 김정수
이곳은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리에 위치한 자그마한 섬이다. 면적은 0.36㎢로 약 10만평 규모이며, 해안선의 길이는 3.7km에 불과해 1~2시간이면 섬을 한바퀴 돌아볼 수 있다.

지심도는 한동안 무인도였으나 조선시대 현종 때에 주민 15세대가 이주하여 살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일제시대에는 군사요새지로도 활용되었는데 그 흔적이 일부 남아있다. 1937년에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킨 후 일본군 1개 중대가 해방 직전까지 주둔하기도 하였다. 1945년 해방 이후 주민들이 다시 이주하여 살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3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장승포 도선선착장에서 배가 출발하자 뒤로 거제시민문화회관이 봄햇살에 반짝이며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한다. 방파제 양 옆의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를 빠져나오자 먼 바다로 나가는가 싶더니 이내 지심도에 닿았다.

지심도의 선착장과 이어지는 해안산책로 역시 드라마 <로망스>의 촬영지였던 곳으로 배를 타는 장면과 배를 타기 위해 뛰어가는 장면 등이 촬영되었다. 선착장 위로 난 해안산책로를 5분여 올라가자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동백꽃이 함께 나그네를 맞이한다.

산책로를 붉게 물들이는 동백꽃
산책로를 붉게 물들이는 동백꽃 ⓒ 김정수
지심도 하면 동백으로 대표되는 섬으로 동백섬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곳에 자생하는 약 40여 종의 식물 중 60%가 넘는 것이 동백이다. 섬으로 들어서서 길을 걷노라면 동백나무로 이루어진 천연의 파라솔에 가려 한여름에도 더위를 느낄 수가 없다. 이곳의 아름드리 동백나무는 수령이 100년 이상된 것으로 대부분 천연의 원시림이다.

빠알간 동백꽃이 나그네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 나무에 매달려 활짝 핀 동백꽃 못지 않게 땅에 떨어져서 붉은 물결을 이루는 동백꽃 또한 장관이다. 동백꽃은 피어서도 아름답지만, 땅에 떨어져서도 10일 가량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붉은 기운을 전한다.

동백꽃의 자태를 카메라에 담으며, 산책로를 따라 가다 국방과학연구소 방면으로 올라갔다. 연구소가 있는 곳은 지심도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해발 97m에 불과하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내려서는 비탈길은 드라마 <로망스>에서 김재원, 김하늘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길이다.

비탈길을 2분 정도 내려가면 평탄한 길이 이어지는데, 드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잔디밭은 두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 쓰러지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잔디밭에서는 파릇파릇한 새순이 올라오며 봄기운을 전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시원스런 남해안 풍경이 싱그럽게 다가온다.

관광객이 붉게 물든 동백숲길을 지나가고 있다.
관광객이 붉게 물든 동백숲길을 지나가고 있다. ⓒ 김정수
그곳 잔디밭에 앉아 준비해간 빵과 음료수 등으로 선배 여행작가들과 점심을 대신하며 배를 채웠다. 따사로운 봄바람 한줌과 파도소리를 반찬삼아 먹는 점심은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았다. 모처럼 만에 봄소풍 나온 어린아이처럼 여유로운 식사를 했다.

잔디밭을 지나면서 다시 동백꽃이 터널처럼 길게 이어진다. 이곳에서부터 해안선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동백숲 터널이 장관을 이룬다. 오른쪽 어깨 너머로 바다를 끼고 걷게 되는 운치 있는 길이다.

빼곡하게 들어찬 동백나무들로 인해 일부 구간은 맑은 날인데도 햇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하다. 원시림으로 이루어진 아름드리 동백나무들의 S라인 각선미가 볼 만하다. 산책로에도 선홍빛 봄이 뚝뚝 떨어져 있다.

나무의 그림자로 인해 어둑해진 길 위에 동백꽃이 떨어져 있어 붉은 빛이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산책로 삼거리에서 해안선 전망대 방면으로 향했다. 약 300m 길이의 산책로인데, 이 구간의 동백꽃이 다른 꽃에 비해 많이 핀 데다 붉은 빛이 더없이 강렬하다.

외진 곳이다보니 사람들의 출입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사진 촬영하기에 더없이 좋다. 처음부터 삼각대를 세우고 촬영을 해왔는데, 이곳은 너무 어두워 저속촬영을 위해서 셔터릴리즈까지 사용해가며 촬영했다. 중간에 왕대나무밭이 조성되어 있어 동백꽃에 서서히 질릴 무렵 새로운 활력으로 다가온다.

나그네의 마음을 붉게 불태우는 지심도 동백
나그네의 마음을 붉게 불태우는 지심도 동백 ⓒ 김정수
대나무밭에 봄바람이 일렁이고 지나가면서 '타닥타닥' 대나무가 부딪치면서 내는 타열음이 섬의 적막을 깨운다. 해안선 전망대 바로 옆의 해안절벽은 드라마 <로망스>에서 김재원이 게를 잡아 김하늘의 손 위에 올려주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5년 만에 다시 한 번 찾아가보고 싶은 곳이었지만, 선배 여행작가들이 길이 위험하다고 해서 발길을 돌렸다.

나오는 길에도 계속 동백꽃에 취해 촬영을 이어가며 나오다보니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2시가 넘었다. 오후 3시 30분경 배를 타고 나와 신현읍 고현리의 백만석식당으로 이동해서 멍게비빔밥으로 이른 저녁을 먹었다. 멍게의 신선함이 그대로 녹아있는 맛깔스런 비빔밥이었다. 저녁을 먹고 선배 여행작가들과 헤어진 후 마산으로 돌아왔다.

드라마 [로망스]에서 주인공들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 넘어지던 잔디밭
드라마 [로망스]에서 주인공들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 넘어지던 잔디밭 ⓒ 김정수

해안전망대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왕대나무밭
해안전망대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왕대나무밭 ⓒ 김정수

붉게 물든 지심도의 동백
붉게 물든 지심도의 동백 ⓒ 김정수

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통영IC -> 신거제대교 -> 고현 -> 장승포동 도선선착장. 선착장에서 지심도행 1일 5회 운행.
- 문의 : 지심도 도선매표소 055-681-6007

- 이 기사는 SBS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행작가로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금오산 자락에서 하동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