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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국의 '임국 2차 개발전'이 갤러리 눈에서 오는 4월 15일까지 열린다.
ⓒ 컬처뉴스
지난해 부산비엔날레에서 '임국의 취미관'을 출품해 관람객의 호응을 얻었던 작가 임국이 6번째 개인전 '임국 2차 개발전'(3월9일~4월15일, 갤러리 눈)을 들고 나타났다.

작가가 클럽에서 베이스기타를 연주하는 영상과 직접 고안한 연주용 도표, 리모콘 자동자 경주장 등을 전시해, 작가의 주업인 페인팅 대신 부업인 취미 세계를 보여줬던 '임국의 취미관'과는 달리 이번 전시는 반갑게도 페인팅 일색이다.

@BRI@사실 임국은 기자가 가장 인터뷰하기 힘든 작가군에 속한다. 이유인 즉슨, 대부분의 질문에 “그냥요, 재밌잖아요”라고, 그것도 ‘나 정말 할 말이 없는데’라는 표정과 함께 답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니면 정말 우문과도 같은 엉뚱한 대답으로 그냥 기자를 웃어 버리게 만든다. 뭐, 이번이라고 예외일리는 없다.

제목 참 재미있다는 기자의 말에 임국은 “개발이 개발새발 할 때 그 개발일 수도 있어요”라고 답한다. 이에 질세라 아무 말 없이 또 다른 대답을 종용하는 기자의 눈빛에 못이긴 작가는 “개발… 내 작품을 개발하는 것… 이전의 작업과는 다른 컨셉으로 만든 작품을 선보인다는 뜻, 뭐 이 정도면 되죠?”라고 조심스럽게 되묻는다.

“가장 실용적인 것, 가장 친근한 것이 예술”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 100여 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이 가방 손잡이가 달린 그림 시리즈다. 이번 전시 오픈 기념으로 지난 3일(토) 인사동과 홍대 부근에서 진행된 퍼포먼스를 담은 영상 속에서도 14명의 퍼포머의 손에는 가방이라고 해도 무방한 이 그림들이 각각 들려 있다.

“캔버스를 운반할 때 힘들었어요. 그래서 손잡이를 달아봤더니 이거 너무 편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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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오픈 기념 퍼포먼스 장면
ⓒ 컬처뉴스
임국의 작품은 한 마디씩 툭툭 던지는 그의 말투만큼이나 진지하지 않다. 낯설지 않고 재미있다. 작가는 설거지 하다가 문득, 텔레비전을 보다 문득 떠오르는 것을 그린다. 이번 전시에 내놓은 작품 중에서 애착이 간다는 <포도주 소녀>는 요리 프로그램을 보다가 그린 그림이란다. 그래서인지 그는 특별히 작업실이라고 불리는 공간도 가지고 있지 않다.

“작업과 일상이 따로 따로 있는 거라고 생각 안해요.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내 작업의 테마니까…. 그림에 몰두하는 것도 싫어요. 즐겁게 작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작품은 완성이라기보다 내 흔적이라고 생각해요. 완벽한 완성은 세상에 없으니까요.”

▲ 임국, '포도주소녀'
ⓒ 컬처뉴스
하지만 작가가 그렇게 놀면서(?) 그린 작품이라고 그의 작품이 한 획에, 그 어떤 노력 없이 그려진 것은 아니다. 입체작품과 종이로 만든 작품, 드로잉 작품 몇 점을 제외한 작품(아크릴화)들은 열 번 이상, 작가 스스로 만족하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덧칠에 덧칠을 더한 작품들이다. 하나의 작품 속에 열 개 이상의 또 다른 작품들이 숨어 있는 것이다.

전시장 1층에 그렇게 힘들게 세상에 나온 아크릴화가 있다면 2층에는 종이에 그린 그림을 오리고 붙혀 작가의 자유로운 감성을 드러낸 작품들이 있다. 작품 속에는 “강력한 이미지면서 누구나 좋아하고 친근하기까지 한” 배트맨이 등장하기도 하고, 단순한 이미지로 그려진 곰, 병아리, 말 등의 동물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종이 작품들을 가만히 보다보면 전시장 벽만큼이나 큰 종이 위를 활보하면서 재미있는 이미지들을 거침없이 그린 뒤, 이미지에 자유를 선사하기 위해 그 이미지 하나 하나를 가위로 오려내는 작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런 방식으로 작업을 한 것이 아니냐, 고 묻자 임국 작가 또 다시 “그럴 수도 있죠”라고 짧게 대답할 뿐 더 이상 말이 없다.

특별히 전시 오픈날인 지난 9일(금)에는 알만한 사람은 알고 있는 유망한 베이스 주자이기도 한 임국의 잼 공연이 열렸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후 “한국 미술계에서 끼워주지 않아 그림은 아예 포기했던” 1996년부터 2002년까지 그는 클럽에서 베이스 주자로 활동했다. 사실 임국은 악보를 보지 못한다. '임국의 취미관'에 전시됐던 연주용 도표는 그만이 알 수 있는 기호를 사용해 고안한 악보다.

“내게 있어 예술이란 유희이자 오락이에요. 그림을 그리던, 입체를 만들던, 영상을 찍던, 베이스기타를 연주하던 그 생각은 변하지 않을거예요.”

▲ 임국, '조종사'
ⓒ 컬처뉴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컬처뉴스>(http://www.culturenews.net)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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