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반전평화팀원으로 이라크 바그다드와 요르단 암만에서 활동한 임영신씨(왼쪽)와 배상현씨가 귀국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임영신씨 옆에는 엄마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아이들.
한국반전평화팀원으로 이라크 바그다드와 요르단 암만에서 활동한 임영신씨(왼쪽)와 배상현씨가 귀국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임영신씨 옆에는 엄마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아이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라크는 물론이려니와 분쟁지역의 아이들은 대부분 꿈이 커서 군인이 되는 것입니다.복수를 꿈꾸는 것으로 삶을 지탱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런 꿈일망정 꿈이 있는 아이들은 살아남을 것입니다.

2003년 보건의료연대에서 했던 이라크 아이들 설문조사에서 아이들의 90%는 답합니다. '어른이 될 때까지 살지 못할 것'이라고…."
- 평화운동가 임영신씨의 블로그에서


필리핀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민다나오는 분쟁 지역이다. 1972년 이래 지금까지 수차례 전쟁과 학살로 12만 여명의 민다나오 사람들이 죽었다. 1997년, 2000년, 2003년 벌어진 큰 전쟁으로 무슬림과 가톨릭 교인들이 서로를 적대시하게 만든 곳.

@BRI@절망뿐이었던 민다나오의 북부 코타바토에 있는 분쟁의 땅, 피킷에 평화가 꽃피고 있다. 2004년 5월부터 피킷에 있는 42개의 바랑가이(전통적인 마을 공동체) 가운데 7개의 바랑가이가 '평화와 아이들을 위한 평화지대'를 선언했다. 평화의 공간 속에서 평화교육, 전쟁 상처 치유, 지역개발 프로젝트 같은 활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

2003년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의 일원으로 이라크를 찾았고, 이후 베트남, 인도, 스리랑카 등 분쟁 지역에서 희망 씨앗을 찾아다닌 평화활동가 임영신씨가 15일 저녁 7시 30분 인권연대 교육장에서 강연을 한다.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최하는 열두번째 나눔마당 '당신은 평화를 믿나요?' 자리에서다.

임영신씨는 지난해 5월에 이어 11월 3주 동안 필리핀 민다나오 섬을 방문한 바 있다. 임씨는 그곳에서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를 이날 강의에서 들려줄 계획이다. 그중 현지 활동가인 아드레나얄에게 들은 이야기 한 토막.

"모로민족해방전선(MNLF, 민다나오 독립주의자들)의 한 군인은 전투 중 한 가톨릭 마을에 들어가 그 마을의 모든 남자들을 죽인 일이 있습니다. 그 군인과 직접 만나 그에게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잔인한 일을 했느냐고. 그는 말했지요. 누가 잔인한지는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그가 두 살이었을 때 자기 앞에서 임신한 어머니가 동생과 함께 살해되는 것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기억은 그의 평생을 뒤바뀌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때 그에 의해 가족을 잃은 누군가는 또 다른 복수를 꿈꾸며 자라고 있을 거예요. 전쟁은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전쟁의 상처는 우리 속에 터지지 않은 폭탄처럼 내장되어 있습니다."


임영신씨가 만난 피킷주민들
임영신씨가 만난 피킷주민들 ⓒ 임영신
임영신씨는 그곳 활동가인 토토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피킷 주민들은 스스로를 '희생자'가 아니라 '평화 건설자들'이라고 부른다. 스스로 자기를 어떻게 부르느냐가 미래를 위해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임씨는 분노가 아닌 '만남과 사랑'이 평화의 실체라고 믿는다. 좋은 전쟁은 없으며, 평화를 만들기 위한 전쟁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가 <평화는 나의 여행> 추천사에서 한 말이다.

임영신씨는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테러로 희생된 고 윤장호 하사를 추모하고 한국군의 철군을 촉구하는 평화시위에도 참여한 바 있다. 임영신씨가 왜 평화운동에 이리 헌신적일까.

이날 강의엔 임씨가 만난 현지활동가, 토토와 아드레나일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 중 아드레나일에게 임씨는 "왜 평화운동을 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에 대한 해답에서 임영신씨가 평화운동을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난 피킷에서 태어났어요. 그 말은 나도 트라우마로 고통받았던 사람이란 거죠... 그래요. 올해 또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전쟁이 오는 건 우리가 무슬림이거나 가톨릭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린 알고 있어요. 정부와 다국적 자본이 우리를 쫓아내고 댐을 짓고 우리의 땅과 자원을 빼앗아 가려고 증오를 이용하고 있어요.

우리가 서로를 증오하는 것으로는 이 전쟁과 수탈을 막아낼 수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하게 알고 있지요. 때문에 전쟁이 또 온다 하더라도 우리는 평화지역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평화는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으로만 지켜질 수 있는 거니까요. 우린 평화를 믿어요."


임영신씨는 누구?

임영신은 참여연대와 녹색연합의 협력간사로 일하다 2000~2002년에는 '아름다운재단'의 모금 팀장으로 활동해왔다. 2003년에는 이라크평화팀의 일원으로 이라크에서 활동했고, 종전 후에는 전후 조사팀으로 다시 두 차례 이라크를 여행하며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고 한국에 알렸다.

이후 피스보트의 게스트로 초대받아 베트남, 인도, 스리랑카, 에리트레아, 터키, 레바논 등을 여행한다. 지난해에는 내전이 그치지 않고 있는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서 평화지역을 선포한 마을들을 여행하며 용서와 화해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여행을 통해 평화를 만나고, 평화와 관계 맺고, 소통의 그물망을 만드는 일을 하는 그녀는 남편 이도영 목사, 늘봄, 슬빛, 시원 세 아이들과 함께 평화읽기, 평화배우기, 평화가르치기를 넘나들며 평화롭게 살고 있다.

저서로 평화를 향한 여정을 담은 책 <평화는 나의 여행(소나무, 2006. 9)>가 있다. -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 안내글에서

덧붙이는 글 | 4호선 한성대입구역 7번 출구. 주관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www.artizen.or.kr). 017-224-9818.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