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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뱃사공 노래비
처녀뱃사공 노래비 ⓒ 김정수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면
군인 간 오라버니 소식이 오네
큰애기 사공이면 누가 뭐라나
늙으신 부모님은 내가 모시고
에헤야 데헤야 노를 저어라 삿대를 저어라

낙동강 강바람이 앙가슴을 헤치면
고요한 처녀가슴 물결이 이네
오라비 제대하면 시집보내마
어머님 그 말씀에 수줍어질 때
에헤야 데헤야 노를 저어라 삿대를 저어라

- '처녀뱃사공' 노래 전부


'처녀뱃사공' 노래의 발상지는 함안군 법수면 악양루 앞의 나루터로, 악양나루터라 불리던 곳이다. 남해고속도로 함안나들목을 빠져나와 법수방면으로 가다보면 '처녀뱃사공' 노래비 이정표가 나그네를 이끈다.

남강이 흐르는 법수면과 대산면을 잇는 악양나루터에는 처녀뱃사공이 노를 저었다.
6·25전쟁이 막 끝난 1953년 9월 유랑극단 단장인 윤부길이 그 모습이 궁금해 사연을 듣게 된다.

당시 23세였던 박말순과 18세의 박정숙 두 아가씨가 교대로, 군에 갔다 소식이 끊긴 오빠(6·25때 전사함)를 대신해 노를 젓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무려 5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악양나루터의 가을 풍경
악양나루터의 가을 풍경 ⓒ 김정수
그 애절한 사연을 가사로 쓰고, 1959년 한복남의 작곡으로 민요가수 황정자의 입을 통해 노래가 탄생한다. 그렇게 태어난 '처녀뱃사공' 노래는 1975년에는 최고의 인기를 끌며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악양루는 강변 옆의 절벽위에 세워져 전망이 빼어나다.
악양루는 강변 옆의 절벽위에 세워져 전망이 빼어나다. ⓒ 김정수
악양루가 있는 곳은 남강과 함안천이 만나는 지점으로 주변경관이 빼어나다. 악양루 입구의 지방도 변에 '처녀뱃사공' 노래비가 세워져 나그네를 반긴다. 2000년 10월에 있었던 노래비 제막식에 당시 함께 배를 탔던 윤부길의 아들인 가수 윤항기가 참석해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노래비 앞면에는 노래 가사가 적혀 있으며, 뒷면에는 노래에 얽힌 유래가 상세히 소개되어 당시 상황을 잘 전해주고 있다. 노래비 바로 앞으로 함안천이 흐르고, 함안천과 남강이 만나는 지점도 한눈에 들어와 전망이 좋다.

분명히 이곳은 남강이 흐르는 곳이지만, 노래에서는 낙동강으로 나온다. 약 10여분만 더 내려가면 남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합강정이 나오는데, 작사가인 윤부길이 혼돈을 했거나 아니면 전국적인 지명도에서 남강이 훨씬 떨어지다보니 낙동강이라 한 것으로 보인다. 강변에 서면 금방이라도 처녀뱃사공이 나타나 나룻배를 저으며 남강을 가로질러 갈 것만 같다.

함안천과 남강이 만나는 합수지점
함안천과 남강이 만나는 합수지점 ⓒ 김정수
노래비를 찾아나섰다면 함께 들러야 하는 곳이 악양루이다. 악양루가든에 주차한 후 강변의 산책로를 따라 500여m를 걸으면 악양루와 만난다. 악양루(도 문화재자료 190호)는 대산면 서촌리 악양마을 북쪽 절벽에 자리하고 있다.

함안천과 악양나루터. 뒤로 보이는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배를 타고 이동해 나루터가 번창했다.
함안천과 악양나루터. 뒤로 보이는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배를 타고 이동해 나루터가 번창했다. ⓒ 김정수
악양루는 조선 철종때인 1857년에 남강의 거암 단애에 세워진 정자이다. 함안천과 남강이 만나는 합류지점 약 400m 아래쪽에 자리하고 있다. 남강 건너편인 법수면의 제방과 넓은 들판이 한눈에 들어오는데다, 남강 모래사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어 시원스런 전망을 자랑한다.

악양루는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로, 옆에서 볼때 팔(八)자 모양의 팔작지붕이 올려져 있다. 이곳의 풍광이 중국의 악양에 비길만하다 하여 악양루라 지었다고 전해온다. 늦가을에서 겨울철에는 남강변 모래사장에 철새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모습도 볼 수 있어 한결 여유롭다.

악양루에서 바라보면 남강 위로 지는 황금빛 저녁노을 또한 장관이다. 발아래로 끝없이 이어지는 남강 물줄기 위로 노을이 물들면 나그네의 마음도 빨갛게 물이 든다.

나오는 길에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악양루가든으로 들어갔다. 가든 바로 앞이 그 옛날 악양나루터가 있던 곳이다. 이제는 노젓는 나룻배가 아닌 모터보트 2척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 세월의 흐름을 실감케한다.

악양루가든의 어탕국수는 비릿한 맛이 없고 얼큰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악양루가든의 어탕국수는 비릿한 맛이 없고 얼큰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 김정수
나룻터 건너편은 갈대가 바람에 하늘대는 모습이 정겹다. 악양루가든 주인장의 누나와 고모가 바로 처녀뱃사공의 주인공이다. 주인장을 통해 당시의 생생한 증언을 전해들을 수 있어 노래비 탐방시 필수 코스로 꼽는 곳이다.

어탕국수와 어죽 등 전통민물고기 요리가 나그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민물고기를 끓여만든 어탕에 국수를 말아낸 어탕국수 한 그릇에 속이 든든하다. 비릿한 내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깔끔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이곳은 백파 홍성유의 '한국 맛있는집 1234점' 등에 소개된 민물요리 전통 맛집이다.

남강변의 모래사장 위에서 철새들이 노닐고 있다.
남강변의 모래사장 위에서 철새들이 노닐고 있다. ⓒ 김정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다. 저서로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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