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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농민단체 회원들의 손에 이끌려 청와대로 향하던 송아지가 경찰 방패앞에 서 있다.
8일 오후 농민단체 회원들의 손에 이끌려 청와대로 향하던 송아지가 경찰 방패앞에 서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미FTA 저지 농축수산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농민단체 대표들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종각 네거리에서 트럭으로 싣고 온 송아지 1마리와 염소 2마리를 끌고 광화문네거리까지 행진을 벌이고 있다.
한미FTA 저지 농축수산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농민단체 대표들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종각 네거리에서 트럭으로 싣고 온 송아지 1마리와 염소 2마리를 끌고 광화문네거리까지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5호선 광화문역 4번 출구 앞, 소 한 점과 흑염소 두 점."

8일 오후 1시 30분께 서울 광화문 사거리 앞에 배치된 경찰 병력의 무전기가 갑자기 요란해졌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4개월짜리 소 한 마리와 흑염소 두 마리가 등장했기 때문.

이들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저지 농축수산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8차 협상에 들어간 한미FTA를 반대하기 위한 도심 퍼포먼스에 동원한 가축이다.


이날 시위는 지난달 12일 한미FTA 반대 시위를 위해 명동에 동원된 돼지와 흑염소 이후 두번째 '가축 동반 시위'. 모두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소속 회원들이 각자 소유하고 있는 가축으로, 이날 종각 네거리에서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 앞까지 30여분간의 행진을 위해 실어왔다.

"촌사람이 소 몰고 서울까지 올라온 이유는"

농민들이 끌고 온 염소 2마리가 경찰방패앞에 서 있다.
농민들이 끌고 온 염소 2마리가 경찰방패앞에 서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오후 1시께 보신각 앞 광장 앞으로 공수된 가축들은 먼저 도착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문경식 전농의장 등 비대위 관계자 10여명과 함께 행진했다. 신호 위반이나 도로 무단점거는 없었다.

'나라 망치는 한미FTA 반대'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몸에 건 소가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당황하자 강 의원은 익숙한 솜씨로 소를 몰아 광화문 네거리까지 도착했다. 강 의원은 "청와대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한테 가보자"고 말했고, 옆에 있던 문 의장은 "갑시다, 노 대통령에게"라고 추임새를 넣었다.

하지만 이들의 행진은 청와대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광화문 교보생명 건물 앞에서 이들을 막았고, 불법집회라는 이유로 해산을 촉구했다. 문 의장은 "노 대통령에게 송아지 한 마리 갖다주겠다는데 왜 뭐라고 하느냐, 대통령이 퇴임 후 농사를 짓겠다고 해서 '종잣소'로 주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영수 전농 정책국장은 "한미FTA 8차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정부는 국민의 혈세를 들여 FTA 홍보를 하고 있지만, FTA 체결을 반대하는 우리들이 만든 광고는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며 "소와 염소를 서울까지 끌고와서라도 한미FTA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국민들게 홍보해야 했다"고 이날 시위의 배경을 밝혔다.

강 의원은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이끌고 있는데 국회의원으로서 이를 막는 역할을 하지 못해 죄송하고 참담하다"며 "한미FTA에 반대하는 집회를 불허하는 것은 5·6공화국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던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이 거듭 해산을 촉구하자 강 의원은 "촌사람이 소를 몰고 길거리도 다니지 못하느냐"며 "한미FTA 체결로 고통스러워하는 농민들의 심정을 헤아려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시위대를 둘러싼 경찰과 20여분간 대치하다 1시 50분께 해산했다.

종각 네거리에서 트럭에 싣고 온 송아지를 내리고 있다.
종각 네거리에서 트럭에 싣고 온 송아지를 내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미FTA반대'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송아지에 덮어 씌운 뒤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한미FTA반대'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송아지에 덮어 씌운 뒤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염소와 송아지를 앞세우고 행진을 벌이고 있다.
염소와 송아지를 앞세우고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수십명의 사진기자들이 송아지의 거리행진을 취재하고 있다.
수십명의 사진기자들이 송아지의 거리행진을 취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교보빌딩앞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농민단체 대표들이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마무리하고 있다.
교보빌딩앞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농민단체 대표들이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마무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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