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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동산성에서 바라본 계족산성(좌)과 장동산성(우).
이현동산성에서 바라본 계족산성(좌)과 장동산성(우). ⓒ 김유자
대전에는 유난히 산성이 많습니다. 특히 계족산성에서 용운동 삼정산성에 이르는 산 능선에는 크고 작은 산성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이곳은 많은 시민들에게 산책 겸 등산을 겸한 레저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저 역시 집에서 가까운 이곳을 자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이렇게 많은 산성이 있다는 것에 놀라고 푸르스름하게 이끼가 낀 옛 돌에서 역사의 숨결을 더듬어보곤 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자리를 찾지 못한 표지석이나 안내판을 발견할 때마다 그런 즐거움이 확 '깨는' 기분을 느끼곤 합니다.

이현동산성에 있어야 할 이현산성 안내판이 장동산성에 와 있습니다.
이현동산성에 있어야 할 이현산성 안내판이 장동산성에 와 있습니다. ⓒ 김유자

제자리 찾지 못한 산성 표지석들

@BRI@사적 제355호 계족산성과 마주보고 있는 봉우리에는 비지정문화재인 장동산성이 있습니다. 동쪽 봉우리에 축조된 산성이 계족산성이고, 서편 봉우리에 축조된 산성이 장동산성입니다.

장동산성은 계족산성과 인접해 있고 동일 능선에 축조되어 있다는 점을 살펴볼 때 주성인 계족산성을 외곽에서 호위하기 위한 보루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계족산성에서 보행 거리로 불과 300~4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비지정문화재라 그런지, 아는 사람이 적어서인지 찾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장동산성이니 장동산성에 대한 안내판이 있어야겠지요? 그러나 엉뚱하게도 이곳엔 대전광역시 기념물 제31호 이현동산성 안내판이 서 있습니다. 이곳에서 동북쪽으로 1km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이현동산성에 있어야 할 안내판이 왜 여기에 서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산 아래에 방치된 이현동산성 표지석.
산 아래에 방치된 이현동산성 표지석. ⓒ 김유자
정작 이현동산성에 가보면 그곳엔 아무런 안내판도 없습니다. 이현동산성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석조차 한참 멀리 떨어진 산 아래, 이현동 심곡마을 뒤편에 방치되다시피 서 있습니다. 그것도 1개가 아니라 2개가 한 곳에 서 있으니 그마저 꼴불견이 아닐 수 없지요.

전문가가 아닌 저로서는 산성의 존재를 나타내는 표지석이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도 되는 것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표지석은 산성 바로 아래로 옮겨지고 차리리 저 위치엔 이현동산성으로 가는 길 안내판이 서 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처음 이현동산성을 찾아가던 때가 생각납니다. '이현동산성이니 이현동에 가면 알겠지' 하고 산성 아래 마을인 심곡마을 분들께 이현동산성의 위치를 물었지만 아무도 아시는 분이 없어서 헛걸음치고 말았습니다. 결국 여기저기 자료를 검색하고 뒤지는 등 철저하게 준비를 한 끝에 두 번째 길에서야 비로소 이현동산성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현동산성엔 안내판이 없었습니다. 장동산성에 가 있었으니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두강난 고봉산성 표지석. 얼마나 화가 났으면 깨트려버리기까지 했을까요?
두강난 고봉산성 표지석. 얼마나 화가 났으면 깨트려버리기까지 했을까요? ⓒ 김유자
계족산성에서 동남쪽으로 계속 능선을 따라가면 대전광역시 기념물 제8호인 질현성에 도달하게 됩니다. 성 둘레가 800m 정도라고 하니 계족산성 다음으로 큰 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질현성 남문지 근처에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고봉산성 표지석이 서 있어 질현성을 찾는 이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500m 가량 동북쪽으로 더 가야 있는 고봉산성 표지석이 왜 이곳에 서 있는 것일까요? 제 기억으로는 이 표지석은 10년도 넘게 이 자리에 서서 제 집이 아닌 남의 집을 지켜온 것입니다.

작년 겨울에 찾아본 고봉산성 표지석은 보다 못한 누군가의 손에 깨져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제 마음 또한 씁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조상들의 호국정신과 얼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산성들이 역사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뿐 아니라 등산 등 레저 공간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화재로 지정해 놓고 정작 사후관리에는 소홀하다면 지정과 비지정이 무슨 차이가 있을는지요?

더구나 산성이 밀집된 이 지역은 초등학생들의 탐방이 잦은 곳이기도 합니다. 당국의 좀 더 세심하고 정확한 문화재 관리가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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