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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관리단속반원이 불법영업을 하는 인력거들을 수거하여 정리하고 있다.
도시관리단속반원이 불법영업을 하는 인력거들을 수거하여 정리하고 있다. ⓒ 런민왕(人民網)
<루어투어시앙즈>가 발표된 지 70년이 지난 오늘날 중국의 인력거꾼들은 시앙즈의 모습과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걸어서 가기는 멀고 버스노선은 아예 없거나 갈아타야 하고, 택시를 타자니 기본요금 10위엔(1200원)이 부담스러운 지점들마다 루어투어시앙즈의 후예들이 진을 치고 서서 손님들을 기다린다.

비좁은 후통(胡同, 골목)을 질주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원조인력거에서부터 오토바이, 미니자동차처럼 개조된 신형인력거까지 그 모습은 다르다. 하지만 호객을 통해 손님을 끌어 모으고 흥정을 통해 값을 결정한 뒤, 등 뒤에 손님을 태우고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질주하는 모습은 70년 전 소설 속의 루어투어시앙즈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도시의 가장 밑바닥을 훑으며 주변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인력거꾼의 삶 또한 변함이 없지만 빈부격차가 커진 오늘날에 느껴지는 상대적인 빈곤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가고 있다.

시앙즈가 군인과 형사에게 인력거와 돈을 빼앗겼다면 오늘날 인력거꾼들의 ‘청관(城官)’이라 불리는 도시 관리 단속반들에게 붙잡혀 생계수단인 인력거를 빼앗기고, 또 벌금 2000위엔(24만원)을 내야 하는 신세에 놓였다.

그나마 아무나 베이징에 와서 돈을 모아 인력거를 사면 떳떳하게 자기 사업을 할 수 있던 시앙즈 시대와는 달리 지금은 시당국의 허가증이 없으면 영업을 하기 어렵게 되었다. 인력거꾼들의 과속과 신호위반으로 교통사고율이 높다는 것이 이유이다.

급속한 현대화로 인해 후통이 사라지면서 후통 관광의 가이드 역할을 해오던 인력거꾼들도 하나 둘 자리를 잃고 있다. 또 교통흐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자전거도로가 사라지면서 인력거꾼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낙타는 죽어서 가마를 탄다’고 한다. 평생을 자신의 피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무거운 짐을 짊어진 낙타처럼 일만 하다가 죽어간다. 현대화에 밀려나 사라져가는 오늘날의 인력거꾼들 또한 다름 아닌 ‘루어투어(駱駝,낙타) 시앙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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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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