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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신시가지에 자리잡은 해송초등학교 입학식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에 자리잡은 해송초등학교 입학식 ⓒ 정근영
2007년 3월 3일 285개 부산 시내 모든 초등학교가 일제히 입학식을 했다. 이제 졸업식이나 입학식도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볼거리를 주고 모두가 즐기는 행사로 바뀌고 있다. 예전에 흔히 보아왔던 교장 선생님과 지역 유지, 학부모 대표의 축사가 중심이 되었던 지루한 의식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다.


"네 해송초등학교 1학년6반 담임 심미옥입니다." 입학식 준비는 끝
"네 해송초등학교 1학년6반 담임 심미옥입니다." 입학식 준비는 끝 ⓒ 정근영

1학년1반 이승헌 담임교사와 가장 먼저 등교한 신입생과 학부모
1학년1반 이승헌 담임교사와 가장 먼저 등교한 신입생과 학부모 ⓒ 정근영
올해 200여명 7반 입학식을 여는 부산 해운대구 신시가지 안에 있는 해송초등학교 입학식 현장이다. 해송초등학교는 입학식을 하기 전에 식전행사가 있었다. 학부모는 누리집(홈페이지)에서 학반과 담임교사, 교실의 위치까지 미리 알아내어 아이들의 손을 잡고 교실로 찾아간다.

교실에는 이미 담임교사가 아이들의 이름표를 준비해서 교실로 들어서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이름표를 걸어준다. 아이들에게 예쁜 색한지를 나누어 주고 그 종이에 입학의 결심과 소망을 적게 한다. 아이들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가며 자신의 소망을 적고 손도장을 꽉 찍는다.

신입생들의 소망과 손바닥. 타임캡슐 돼지 저금통에 넣어졌다가 그 꿈이 자라서 6년뒤 졸업식 때 개봉된다.
신입생들의 소망과 손바닥. 타임캡슐 돼지 저금통에 넣어졌다가 그 꿈이 자라서 6년뒤 졸업식 때 개봉된다. ⓒ 정근영
아이들의 소망이 적힌 색한지는 곱게 접어서 돼지 저금통에 넣는다. 속설에 돼지꿈을 꾸면 만사가 형통하고 운이 풀린다고 했던가. 아마도 입학식을 하고 난 오늘밤 우리 아이들은 돼지꿈을 꾸고 즐거워할 것이다.

돼지저금통은 6년 뒤 이들이 졸업을 하게 될 때 개봉할 예정이다. 그때 아이들은 입학식 때의 작은 손바닥 도장 위에 여섯 해 동안 자란 커다란 손바닥을 덮어보며 추억에 젖어들 것이다. 또한 자신의 소망이 얼마나 이루어졌는가를 확인하며 즐거워하지 않을까.

아이들은 그 소망을 다시 쪽지에 적어 헬륨 풍선에 매달아 하늘높이 날려 보낸다. 날씨가 흐려 구름에 가린 하늘이지만 오색 예쁜 풍선은 하늘 높이 날아 해운대 푸른 바라를 건너 멀리 멀리 날아간다. 오색 풍선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환호를 보내는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의 소망은 이렇게 널리 퍼져간다.

정한철 교장 선생님의 환영사. 착하고 튼튼하며 능력있는 어린이로 자라줄 것을 주문한다.
정한철 교장 선생님의 환영사. 착하고 튼튼하며 능력있는 어린이로 자라줄 것을 주문한다. ⓒ 정근영

1학년 골마루 벽화의 일부분. 즐겁게 뛰노는 해송어린이들의 모습이다.
1학년 골마루 벽화의 일부분. 즐겁게 뛰노는 해송어린이들의 모습이다. ⓒ 정근영
정한철 교장 선생님의 환영인사가 이어지고, '착하고 튼튼하며 능력있는 어린이'란 이 학교 교육목표 소개와 훈화를 가슴에 새긴다. 이어서 6학년 언니들은 플루트 연주와 뮤지컬 공연으로 축하의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그리고는 정성껏 준비한 사탕 목걸이를 걸어주며 입학을 축하하면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질 공부에 기대를 건다.

오늘날의 학교는 예전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교실마다 화장실이 따로 있고 수도꼭지에서는 찬물 더운물이 필요한 만큼 콸콸 쏟아진다. 1층에 배치된 1학년 교실 바로 곁에는 이들만을 위한 놀이터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토끼 사육장의 빨간 토끼도 오늘의 입학식이 궁금한 듯 붉은 눈망울을 번득이고 있다.

이들 토끼는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되면 학교 뒤 푸른 언덕에 방목할 예정이다. 그때는 토끼장에 갇힌 토끼가 아니라 푸른 풀밭에 맘껏 뛰노는 토끼를 보며 우리 아이들은 동물에 대한 사랑을 키우게 되고 그들의 가슴엔 자연을 사랑하는 정신이 깃들게 되리라.

입학식의 모습
입학식의 모습 ⓒ 정근영

우리 아이들의 소망을 헬륨풍선 리본에 매달았다.
우리 아이들의 소망을 헬륨풍선 리본에 매달았다. ⓒ 정근영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손자 손녀의 삼대가 함께한 해송초등학교의 입학식도 이제 끝이 났다. 어느 새 우리 아이들의 소망을 담은 풍선도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공부 잘하여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경찰관이 되고 싶어요'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오색 풍선에 매달린 그들의 소망은 가슴 속에서 고운 꿈이 되어 자라게 되리라 기대해 본다.

우리 아이들의 소망은 풍선에 매달려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하늘 끝까지 날아간다.
우리 아이들의 소망은 풍선에 매달려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하늘 끝까지 날아간다. ⓒ 정근영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www.dharmanet.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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