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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라.
그리고 그 일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라.
그러면 당신은 행복하게 되고,
당신이 행복하면 세상은 행복한
사람들의 소유가 될 것이다."-혼다 켄-


다시 3월 첫날을 맞은 오늘. 6학급 학교인 우리 학교에서 4개 학급의 담임이 새로 오셨다.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까지 바뀌었으니 인사이동의 폭이 좀 큰 편이다. 작년에 내가 부임해 올 때는 이보다 더 심했었다. 너무 많은 인사이동으로 학교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3월 한 달 동안 많이 터덕거렸었다. 지리적 조건, 교통편 등이 불편하다보니 오래 근무하려는 분들이 드문 탓이다.

@BRI@새로 오신 네 분 선생님 중 세 분 선생님이 새내기 선생님이며 예쁘장한 여 선생님들이다. 내 딸의 나이와 같거나 비슷한 선생님들이라 비슷한 또래의 선생님들을 대하는 것보다 훨씬 조심스럽다. 어쩌다 보니 `왕언니 선생`이 되어 버린 내 위치가 부담스럽다. 잔뜩 긴장해서 하루를 보낸 새내기 선생님들이 5시가 넘어도 퇴근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장갑을 낀 채 교실 청소를 하고 물건을 정리하고 있기에 억지로 쫓아내듯 교실 문을 잠그게 했다.

"아침에도 일찍 오셨는데, 퇴근 시간까지 넘기며 일하다가 힘들어서 아프시면 곤란해요. 담임선생님이 건강하셔야 가장 힘든 3월을 잘 출발합니다. 5시에는 꼭 퇴근하세요."
"선생님, 5시에 퇴근해도 괜찮아요?"
"그럼요, 당연히 5시에 퇴근하셔야죠. 아침 8시 경에 오시는데 너무 힘들면 안 돼요."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께서 나가신 후에 퇴근하는 게 좋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보니 새내기 선생님들은 예의(?)도 바른 게 아닌가? 내가 생각하는 학교는 어느 조직보다 행복해야 한다. 그것은 소중한 생명들의 마음과 몸을 기르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새로 부임하신 이성범 교장 선생님의 교육관(행복하게 살자)에 적극 동의하고 싶다. 학교장이 너무 욕심을 부려서 선생님들이 부대끼면 그 여파는 곧 교실의 아이들에게 미치기 때문이다. 업무는 다소 더디더라도 교실의 아이들을 놓치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학교의 업무란 것이 결국은 교실의 아이들을 위한 보조 수단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부르짖고 있는 '교육 혁신'의 출발점과 도착점도 '교실수업 중심', '아이들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새 학년을 맞아 새로운 학교를 찾은 선생님이나 관리자, 새 아이들을 맞이한 선생님들은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어른들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 새 학년의 출발점인 3월 초에 아픈 아이들이 많고 부적응으로 등교 기피증까지 보이기도 하는 것을 보면 짐작해 볼 수 있다. 특히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내성적인 아이들일수록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3월에는, 학교란 행복하고 즐거운 곳이라는 긍정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사소한 잘못이나 실수를 감싸 주고 허용해 주는 학급 분위기를 조성하고 친구들끼리 서로 배려해 주는 모습을 키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에 내 생애 최고로 힘들게 가르친 1학년 아이들이 이제 2학년이 되었다. 오늘 아침에 내 얼굴을 보자마자 내 품으로 달려와 안기며 자기들을 다시 가르쳐 달라며 어리광을 부리고 매달렸다. 가르치는 동안 그런 적이 거의 없었던 아이들이었는데, 버릇없게 가르칠까봐 다소 엄하게 가르쳤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정이 들었던 모양이다.

함께 사는 동안 행복했다며 내 품에 안겨서, "선생님, 사랑해요"를 연발하는 어린 왕자들 덕분에 2007년을 행복하게 시작한 첫날이었다. 이제 그 아이들 20명이 2학년이 되어 옆 반에서 산다. 틈만 나면 1학년 교실을 들여다보고 눈웃음치는 귀여운 아이들을 날마다 볼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그 귀여운 모습을 잊지 못해 나는 다시 새내기 선생님들이 두려워 하는 1학년을, 남자 선생님들도 힘들어하는 1학년을 다시 자청해서 맡았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아이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전하는 선생이 되고 싶다. 200여 일 동안 씨를 뿌리고 가꾸어서 싹튼 그 행복의 열매를 안고 2학년을 다시 시작한 내 아이들의 멋진 출발을 축하하고 다시 귀여운 동생 20명을 내 품에 안겨 주었으니 작년보다 더 알찬 열매를 꿈꾸며 첫날의 일기를 남긴다.

나는 아이들을 기르는 선생의 일을 무척 사랑하고 좋아한다.
나는 이 일을 통해 아이들을 즐겁게 하고 행복을 추구한다.
그리하여 나 한 사람 때문에 누군가 행복하기를 간절히 원한다.
나는 행복 바이러스를 전하는 선생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 웹진에세이, 한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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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에는 사랑이 없다> <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쉽게 살까 오래 살까>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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