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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 이사동 아래사라니 마을의 달집(2.28)
대전 중구 이사동 아래사라니 마을의 달집(2.28) ⓒ 김유자

달집태우기는 정월 대보름날 달이 떠오를 무렵 솔가지 등을 쌓아올린 무더기에 불을 지르며 노는 세시풍속의 하나입니다. 액막이 풍습이자 풍년을 기원하는 제례의 일종입니다.

쥐불놀이나 횃불싸움 등과 같이 불이 타오르는 발양력과 달이 점차 생장하는 생산력에서 비롯한 민속놀이지요.

대전 중구 무수동 마을의 달집(2.28)
대전 중구 무수동 마을의 달집(2.28) ⓒ 김유자

달집은 먼저 대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짚 ·솔가지 ·땔감 등으로 덮고 그 속에는 짚으로 달을 만들어 걸고 달이 뜨는 동쪽으로 문을 냅니다. 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불을 붙이고, 벌겋게 불꽃이 피어오르면 농악을 치며 불이 다 타서 꺼질 때까지 춤을 추고, 환호성을 지르기도 합니다.

달집을 태워서 이것이 고루 잘 타오르면 그해는 풍년이 들 징조라고 좋아하며, 불이 도중에 꺼지면 흉년이 들 징조라고 걱정합니다.

달집을 만들 적에 대나무로 뼈대를 세우는 이유는 불에 타면서 터지는 소리에 마을의 악귀들이 달아난다고 믿기 때문인 듯 합니다. 달집을 태울 때 남보다 먼저 불을 지르거나 헝겊을 달면 아이를 잘 낳고, 논에서 달집을 태우면 농사가 잘된다고 합니다.

계룡산 자락 공주군 반포면 상신리 마을 청년들이 폐교 운동장에 달집의 뼈대를 세우고 있습니다(3.1).
계룡산 자락 공주군 반포면 상신리 마을 청년들이 폐교 운동장에 달집의 뼈대를 세우고 있습니다(3.1). ⓒ 김유자

마을 회관 마당에서 어른들이 달집에 두를 이엉을 엮고 있습니다.
마을 회관 마당에서 어른들이 달집에 두를 이엉을 엮고 있습니다. ⓒ 김유자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부정을 탄다"고 하시면서도 웃으면서 허락하셨습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부정을 탄다"고 하시면서도 웃으면서 허락하셨습니다. ⓒ 김유자

어제(1일) 계룡산 등산을 가는 길에 상신리라는 고즈넉하고 옛스런 마을을 지나다가 대보름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마을 청년들이 달집을 세우는 풍경을 봤습니다. 마을 어른들은 달집에 두를 이엉을 엮고 계셨고요.


네 안에서 타고 싶은 욕망
귀신 쫓듯 대나무의 갈등은
불 속에서 소리쳤다
밤하늘에 신열처럼 피어오르는 그리움
훠어이 훠어이
액막이 연 손에 들고
자꾸 나는 네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그 때마다
딱딱 부러지며 서로를 받아들이는
흥분된 조율

네 속의 나
내 안의 너.
-고경숙 시 '달집태우기' 전문


이렇게 마을 사람들이 모두 참여해서 만든 달집은 대보름날 밤에 태워질테지요. 올 한해 상신리 마을의 집집마다 서린 액운도 달집처럼 몽땅 타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상신리 마을 뿐 아니라 온 나라, 집집마다 걸린 모든 액을 물리치고 평안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하고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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