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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 민속마을.
낙안읍성 민속마을. ⓒ 김연옥
지난 24일 직장 동료 둘과 유치원에서 놀이 수학을 가르치는 콩이 엄마, 이렇게 여자 넷이서 전라도 나들이를 했다. 네 여자 모두 개성 하면 남보다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하고 그날 나들이 계획에, 자동차 운전에, 총무 역할까지 도맡은 콩이 엄마가 내 동료들과 초면인데도 매우 유쾌하고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정겨운 낙안읍성에서 한가하게 거닐다

@BRI@오전8시 10분께 마산을 출발한 우리 일행은 먼저 순천시 낙안읍성 민속마을을 향해 달렸다. 옛사람이 살았던 마을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낙안읍성 민속마을(사적 제302호, 전남 순천시 낙안면 동내리, 서내리, 남내리)에 이른 시간은 오전10시 30분.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동문(낙풍루) 안으로 들어섰다.

낙안읍성은 산이나 해안에 쌓은 대부분의 성곽과 달리 너른 들에 축조되었다. 성곽의 길이는 1410m로 조선 시대의 관아와 초가 100여채가 있고 현재 85세대 229명이 그곳에 살고 있다 한다.

우리는 따뜻한 햇볕을 즐기며 느긋한 걸음으로 성안을 거닐었다. 친구들과 그저 하하 웃으며 돌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한가하게 산책하노라면 문득 술래잡기하며 뛰놀던 어린 시절도 아련히 떠오른다.

정겨운 돌담 사이로 난 길을 한가롭게 걷고 있는 친구들.
정겨운 돌담 사이로 난 길을 한가롭게 걷고 있는 친구들. ⓒ 김연옥
발길 닿는 대로, 마음내키는 대로 이리저리 걷다 눈에 띄는 초가집으로 들어가 구경하기도 했다. 싸리문, 툇마루, 장독대와 아궁이 등 하나하나 정겹지 않은 게 없다. 생활의 편리함만 좇아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 정감 넘치는 풍경은 마음의 고향처럼 따스하게 다가왔다.

초가 구경을 하고 있는 콩이 엄마, 조수미씨. 그날 나들이 계획에, 운전에, 총무 역할까지 도맡았다.
초가 구경을 하고 있는 콩이 엄마, 조수미씨. 그날 나들이 계획에, 운전에, 총무 역할까지 도맡았다. ⓒ 김연옥
여행길에 맛보는 그 지방의 독특한 별미는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사실 우리가 전라도로 나들이한 결정적 이유도 감칠맛 나는 전라도 음식 때문이다. 그래서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생각하다 벌교의 꼬막정식으로 정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 꼬막정식을 잘한다는 음식점을 찾아 우리는 보성군 벌교읍 벌교리로 달려갔다. 꽤 알려진 그 식당의 꼬막정식 값은 1인당 만원. 꽤 비싼 편이었지만 마산에서 맛볼 수 없는 별미가 아닌가.

까서 먹는 삶은 통꼬막에 꼬막전, 꼬막회, 꼬막탕, 꼬막무침이 줄줄이 나왔다. 게다가 꼬막회와 김 조각을 큰 그릇에 담고 밥을 비벼 먹으니 정말이지, 환상적인 맛이었다.

보성 녹차밭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다

보성 대한다원 녹차밭.
보성 대한다원 녹차밭. ⓒ 김연옥
우리는 꼬막식당에서 나와 보성 녹차밭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오후 1시 40분께 대한다원(전남 보성군 보성읍 봉산리) 주차장에 도착했다. 나는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는 삼나무 길에서부터 벌써 마음이 들떴다.

햇살이 따사로이 쏟아져 내리는 그곳 녹차밭 경치는 단번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깔끔히 다듬어져 있어 마치 예쁜 그림 같다. 눈부신 햇살, 따뜻한 봄기운, 그윽한 녹차 향기가 느껴지는 길 따라 걷는 기쁨이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그림 같은 녹차밭 풍경.
그림 같은 녹차밭 풍경. ⓒ 김연옥

보성 대한다원 입구에 있는 삼나무 길. 삼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보성 대한다원 입구에 있는 삼나무 길. 삼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 김연옥

낭만에 젖는다는 게 그런 기분이리라. 나는 꿈길에서 보는 듯한 아름다운 풍경에 흠뻑 빠졌다. 그곳에서 함께 걸으며 데이트하는 젊은 연인들의 모습도 괜스레 예뻐 보였다.

담양 죽녹원에서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다

색깔도 예쁘고 상큼한 녹차셰이크를 맛보며 우리는 담양 죽녹원(전남 담양군 담양읍 향교리)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4시 30분께. 담양 죽녹원은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사람이 찾아갈 만한 곳이다.

댓잎이 서걱거리는 소리, 대숲으로 살짝 비껴드는 아름다운 햇살.
댓잎이 서걱거리는 소리, 대숲으로 살짝 비껴드는 아름다운 햇살. ⓒ 김연옥
그곳에서 하늘을 찌를 듯이 뻗은 대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숲길을 한번 걸어 보자. 어느새 눈이 밝아지고 막혔던 코가 뚫리고 답답한 가슴속도 시원하게 트이게 될 것이다.

하늘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울창한 대숲으로 살짝 비껴드는 햇살이 아름답다. 그리고 긴 의자에 앉아 댓잎이 서걱거리는 듯한 소리를 느끼며 책을 읽고 싶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감우성이 주연한 <알 포인트>의 촬영지이기도 한 담양 죽녹원.
감우성이 주연한 <알 포인트>의 촬영지이기도 한 담양 죽녹원. ⓒ 김연옥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알 포인트>(R-Point, 2004)가 죽녹원에서도 촬영되었다고 한다. TV에서 잠시 보면서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영화에서 주연한 감우성이 썼던 철모를 산책로에서도 볼 수 있다.

ⓒ 김연옥
죽녹원 하면 또 생각나는 게 죽녹원 입구에서 사 먹은 호떡 맛이다. 댓잎, 해바라기씨 등을 넣어 만든 호떡이라 맛이 좋고 호떡을 만드는 아주머니도 참 친절했다. 그 아주머니뿐만 아니라 길을 물을 때도 친절하게 가르쳐 주던 구수한 전라도 인심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담양에서 저녁을 먹고 마산으로 떠나기로 했다. 한국대나무박물관 부근에 있는 음식점에 들어가 대통밥 정식을 먹었다. 대통밥은 대나무 통에 쌀, 밤, 은행, 대추, 검은콩 등을 넣고 쪄 낸 것으로 밥에 은은한 대나무 향기가 배어 나오는 듯했다. 그리고 죽순, 새송이버섯 등을 넣은 죽순된장찌개가 반찬으로 곁들여 나왔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마산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우리는 하하, 호호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문득 먼 길을 함께 떠날 수 있는 친구들이 내 곁에 있다는 것 또한 작은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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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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