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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신문
3월 새 학기를 앞두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생각에 부모들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학교'라는 조직생활에 첫발을 내딛는 초등학교 입학생을 둔 부모일수록 고민이 더 많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새 친구들과는 잘 어울릴 수 있을지, 수업은 잘 따라갈 수 있을지 늘 마음이 편치 못하다.

상급학교로 진학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입시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등교'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규칙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직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새학기 증후군',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케이스별로 살펴보자.

엄마와 안 떨어지려고 해요
→ "가정에서 학교생활 연습하세요"


@BRI@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병적으로 못 견뎌하거나 극도로 불안해한다면 '분리불안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분리불안의 정도가 심할수록 두통이나 복통을 호소하며 등교 거부를 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입학 초기에 잠깐 나타났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초등학교 3·4학년 때 갑자기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학교생활을 미리 연습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학년이 바뀌면서 친구들도 바뀐다는 것 등을 아이가 예측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주면 안심을 할 수 있다는 것.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는 아이에게 다그칠수록 부담감만 안겨줄 수 있다. 또 엄마들이 '우리 아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먼저 걱정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엄마의 불안부터 없애야 한다고 손 원장은 지적한다.

'왕따' 겁내 학교에 안 가려고 해요
→ "개학 전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게 해주세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아이일수록 집단 따돌림, 소위 '왕따'의 대상이 되기 쉽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거나 또래 친구와 타협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단 친구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부모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태훈 사랑샘터 소아신경정신과 원장은 "'친구들이 나와는 놀아주지 않는다'는 말은 반대로 '내 친구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조건 '내거야'라는 식은 더 이상 학교생활에서 통하지 않기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기만 한 부모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왕따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개학 전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왕따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되면 자신감 저하, 우울증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엔 심리치료를 권하지만 정도가 심하면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반항장애' 방치하면 비행청소년 되기 쉬워요
→ "일관된 양육태도 중요…ADHD도 의심해보길"


자기 뜻대로 안돼 무작정 떼를 쓰거나 어른에게 대드는 등 반항적 행동이 청소년기에 두드러진다면 적대적 반항장애를 진단할 수 있다. 흔히 사춘기 때에는 한번쯤 이유 없는 반항을 하게 마련이지만 이로 인해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심각한 질환을 낳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아동의 40~70%가 반항장애를 동반한다. 이외에도 우울장애, 사회성 저하 등 2차적 장애를 보이기 때문에 ADHD가 의심되면 정확한 진단을 통해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가정불화가 높을수록, 체벌이 심할수록 이에 대한 분노가 반항적·적대적 태도를 낳게 되며, 이를 방치하면 비행청소년이나 사회부적응자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또 어머니가 우울한 경우에도 이런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때문에 반항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선 일관된 양육태도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반항장애 체크리스트
다음 행동 중 4개 이상일 경우 적대적 반항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1. 자주 화를 낸다.
2. 어른과 말다툼을 자주 한다.
3. 어른의 말을 듣지 않고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다.
4. 일부러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한다.
5. 자신의 실수에 대해 남 탓을 한다.
6. 다른 사람에 의해 기분이 상하거나 쉽게 신경질을 낸다.
7. 자주 화를 내고 원망한다.
8. 악의에 차 있거나 앙심을 품고 있다.


'왕따 해결사' 김혜민
"왕따 극복 자신에게 있죠"

ⓒ여성신문 박윤수 기자
"왕따 문제는 모두가 알고 관심을 가져야만 해결될 수 있습니다. 여성신문에 연재하게 될 칼럼을 통해 왕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많은 사람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왕따 문제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국내 최연소 전문상담가 김혜민(21·인제대 사회복지학과 2년)씨가 '왕따 해결사 칼럼'을 연재한다. 그는 2002년 11월부터 인터넷 다음 카페 '학교 가기 싫어'(cafe.daum.net/smillingschool)에서 '초록천사'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며 왕따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해 왔다.

지금까지 그가 상담한 사람은 1000여명 가량. 최근에는 상담자가 부쩍 늘어 1주일에만 8~9명이 넘는다. 그에게 상담을 받은 학생들 중 3분의 1 정도가 왕따 문제를 극복했다고 연락이 왔고, 그 중 상당수는 '학교 가기 싫어' 카페에 자신의 경험담을 올리며 또래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한밤중에도 상담 전화나 문자가 울리는 등 개인생활을 거의 포기해야 하지만, 한때 자살까지 시도할 정도로 절망에 빠졌던 제가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데 큰 기쁨을 느낍니다."

사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7년간 왕따를 경험한 아픔이 있다. 또래에 비해 월등히 키가 커 눈에 잘 띄는 데다가 성격이 지나치게 활달한 탓에 친구들의 눈에는 그가 '나서는 아이'로 비쳤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왕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방법은 '먼저 다가가 웃으면서 인사하기'였다. 그는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용기가 부족해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서기 힘들어한다"면서 "왕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열쇠는 결국 스스로가 쥐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 칼럼에서도 스스로 노력해 왕따를 극복한 아이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가해자와 방관자의 입장, 해결 방법 등 왕따 문제의 다양한 현주소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초록천사 김혜민씨는 왕따 학생들의 상담 외에 학교, 공공기관, 교회, 군부대 등에서 학교폭력 및 자살 예방을 위한 강의를 진행해 왔고,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제6회 중·고생 자원봉사대회'에서 대상을, 지난해엔 청와대로부터 '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상'을, 올 2월엔 한국대중문화감시단으로부터 '촛불상'을 수상했다.

산만한 아이 ‘ADHD’ 체크부터

"새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잔뜩 얼어 있는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막무가내예요. 막상 억지로라도 학교에 가는 날이면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데, 집중력도 떨어져 수업시간에는 멍하게 있을 때도 부지기수예요."

올해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가는 아이를 둔 서울 사당동에 사는 김은희씨의 고민이 또 시작됐다. 김씨의 아이는 전형적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앓고 있어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곤욕을 치르기 일쑤다. 스트레스가 심한 날이면 눈을 깜빡거리거나, 얼굴을 심하게 찡그린다든지, 몸을 심하게 흔드는 '틱'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긴장감이 높아질수록 악화되기 때문에 아이를 다그칠 수도 없다.

ADHD는 산만하거나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증상으로 아동기에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장애다. 일반적으로 취학 전 아동 3~5%에게서 보이며 남학생의 비율이 여학생의 3배를 차지할 정도다.

흔히 김씨와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부모들은 아이가 산만하다고 생각되면 ADHD를 의심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산만하다고 해서 모두 ADHD는 아니다. 일례로 정상범위 내에서 산만한 아이들은 어른들이 주의를 주면 자신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 ADHD 아이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산만함을 보이기 때문에 일단 ADHD가 의심되면 소아정신과를 찾아 도움을 받아야 한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일반적으로 ADHD 아동 50% 이상이 청소년기·성인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시력검사 등 건강검진처럼 입학 전에 이를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사랑샘터 소아신경정신과 원장은 "증상이 나아졌다고 중간에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재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최소 2년 이상 장기간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독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전문의와 꾸준한 상담을 통해 약을 복용한다면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ADHD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ADHD의 경우 다음의 증상이 7세 이전부터 있고,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된다. 이런 증상으로 인해 학교·가정 등 2곳 이상에서 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 없을 만큼 장애가 뚜렷해야 한다.
1. 차분하지 못하고 활동적이다.
2. 쉽게 흥분하고 충동적이다.
3.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된다.
4. 한번 시작한 일을 끝내지 못한다.
5. 주의집중 시간이 짧다.
6. 늘 안절부절 못한다.
7. 어떤 일을 하다가도 다른 자극에 주의력이 쉽게 분산된다.
8. 요구하는 것이 있으면 금방 들어줘야 직성이 풀린다.
9. 기분이 쉽게 자주 변한다.
10.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
=> 4~5개: ADHD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함.
=> 6개 이상: ADHD의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문의의 진단과정이 필요함.

<도움말 :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덧붙이는 글 | 도움말=한국아동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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