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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소희
골랄끼또리아에는 앵무새 나무가 하나 있다. 초록빛 앵무새들이 수없이 내려앉는 거대한 나무. 그 아래서 우리는 아이들과 어울려 한 쪽 다리를 잡고 뛰어 다니며 술래잡기를 했다. 숨이 차면 나무에 기대어 쉬기도 하면서. 그러다 나무를 두드려 보곤 했다.

"이 나무 굉장히 오래 된 것인데 속이 텅 비었데."
"정말? 그럼, 언젠가 이 나무에 문을 만들고 안으로 들어가 보자!"

수 십 마리 초록빛 앵무새가 날아가고 작고 노란 나뭇잎이 우수수 휘날렸다. 순간, 그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 세상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여행을 떠나면 그런 순간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신비한 순간들. 또는 질문에 대한 답이 알아서 찾아오거나 누군가 나를 위해 여행을 준비해 둔 것처럼 원했던 것들과 만나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펄쩍 뛰며 '이 여행은 운명적인 것이었어!'라고 외쳤다. 그런데 조금 생각해 보니 그게 아주 간단하다. 세상은 의외로 허술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 온 뒤 나는 내내 움직였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바람이 되었다. 먼지처럼 가라앉아 있던 우주의 신비함은 그런 작은 바람에도 훨훨 일어나 주었다. 운명은 가벼운 것이었다. 그렇게 허술한 것이었다. 그러니 이제 알 것 같다. 문 밖으로 나서기만 하면 모든 것이 바로 시작된다는 것을.

[골랄끼또리아 풍경들. 맨 밑은 늘어진 나뭇가지를 잡고 노는 지니와 나]
[골랄끼또리아 풍경들. 맨 밑은 늘어진 나뭇가지를 잡고 노는 지니와 나] ⓒ 왕소희

[그림을 그리는 모습들. 왼쪽에 흰 옷을 입은 사람이 람]
[그림을 그리는 모습들. 왼쪽에 흰 옷을 입은 사람이 람] ⓒ 왕소희

[음악 쇼에서 잔시 여왕 역을 한 소녀와 해지는 풍경]
[음악 쇼에서 잔시 여왕 역을 한 소녀와 해지는 풍경] ⓒ 왕소희

[학교 풍경, 칠판 위에 그려진 예쁜 그림 그리고 아기 옷이 널린 빨랫줄]
[학교 풍경, 칠판 위에 그려진 예쁜 그림 그리고 아기 옷이 널린 빨랫줄] ⓒ 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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