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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노인요양원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어떤 사람들이 들어가서 생활하게 되고 시설은 어떻게 되어 있으며, 어떤 대우를 받을까, 궁금했던 것은 어머니 때문이었다. 올해 70세가 되는 어머니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치매에 걸리는 것이다. 오래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셨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른다. 다행히 외할머니의 증세는 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특별히 가족들을 힘들게 하시지는 않았다. 그래서 어머니는 자신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을 거라는 두려움을 안고 계신다.

어머니는 치매에 걸려 가족들이 돌보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고생하지 말고 ‘시설’로 보내달라고 말씀을 하신다. 그럴 때는 그러겠다고 대답을 하면서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 경우 어머니의 간호에만 전적으로 매달릴 수 없을 것이고, 솔직히 자신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마흔에서 아흔까지>의 저자이면서 노인복지전문가인 유경 기자는 이런 경우 부모님을 모실 '적합한 시설'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다고 말한다.

"어떤 시설에 어떤 조건으로 입소할 수 있는지, 입소해서는 밥은 굶지 않고 제대로 드실 수 있는지, 친절하게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지만 그에 대한 정보는 너무 적다. 막상 입소하려고 보면 조건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당황하게 된다."

그렇다면 직접 가서 보고 확인을 하면 되겠지만, 전국에 있는 시설을 전부 돌아보거나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가본다 해도 전문가가 아니라면 시설의 장단점을 헤아려 보는 것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해서 유경 기자와 의기투합했다. 우리나라의 노인요양원을 돌아보고 어떤 곳이 있으며 어떤 요건을 갖춰야 입소할 수 있는지, 비용을 얼마나 드는지 둘러보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자고.

이렇게 해서 유경 기자와의 '노인요양시설 탐방'은 시작되었다. 어떤 시설을 방문할 것인가는 유경 기자가 결정했으며, 나는 취재를 한다기보다는 현장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기록하는 기록자의 입장에서 참여했음을 밝힌다. 노인복지 전문가인 유경 기자가 없었다면 이 탐방은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다....<기자 주>


▲ 서울시립중랑노인전문요양원
ⓒ 유혜준
유경 기자가 선택한 첫 탐방지는 지난 2006년 5월에 개원한 서울시립중랑노인전문요양원(원장 장용철)이었다. 개원한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시설이 깨끗하고 최신식 설비를 고루 갖췄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요양시설 중에서 최상급에 속한다.

65세 이상의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중에 치매, 중풍 노인들만이 입소할 수 있다. 그렇다면 비용은 얼마나 들까? 무료다. 요양원이라는 명칭 앞에 '전문'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곳은 중풍과 치매 노인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현재 진각복지재단에서 운영 중인데 운영비의 70%는 서울시에서 지원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복지법인과 후원금으로 비용을 충당한다. 입소정원은 165명으로 이중에 여자가 135명이며, 남자가 30명이다. 입소 정원은 꽉 상태이며, 입소를 기다리고 있는 대기자가 80명에 이른다고 한다.

'노인전문요양원'은 노인들이 일단 입소하면 죽을 때까지 지내는 시설이라고 보면 된다. 가끔 퇴소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히 드물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2006년에 23명의 노인이 퇴소를 했는데 이 중 19명이 소천을 했단다.

입소 노인들의 평균 연령은 78세이며, 최고령 노인은 98세라고 한다. 입소 자격은 65세부터이지만 치매노인의 경우 65세가 안되어도 입소가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대기자가 많은 상황이라서 입소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1인당 지원금액은 116만4860원으로 정원수만큼 지원된다. 지원금은 시설의 위치나 입지조건과 전혀 상관없이 동일하다. 시설관리비가 많이 들어가고, 입소 노인 대부분이 중증 환자들이기 때문에 기저귀 등의 비용 지출이 많아 예산이 늘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 요양원의 주요시설
ⓒ 서울시립중랑전문요양원
시설은 전부 5층으로 되어 있는데 1층은 안내실과 사무실, 면회실, 물리치료실 등이 자리 잡고 있으며, 2층부터 4층까지 요양실과 식당과 목욕실, 진료실 등이 배치되어 있다. 5층에는 강당과 옥상정원이 있다. 옥상정원에서 노인들은 가벼운 산책을 즐기기도 하고, 바람을 쐬기도 한다.

지하1층에는 장례식장이 들어서 있는데 무연고 노인인 경우 자체적으로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 마련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조문객을 맞을 수 있는 시설이 없다. 우리가 방문한 날에 장례식장에는 입소자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고인의 아들만이 빈소를 지키고 있다고 해서 내부시설은 살펴보지 못했다.

165명의 입소 노인 중 중풍환자는 30여 명이고 나머지 165명이 치매환자다. '와상'이라는 전문용어로 불리는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중증 환자가 8명이다. 이들을 돌보는 인원은 전부 89명. 숫자상으로 보면 2대 1의 간병이 행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24시간을 꼬박 간병을 해야 하므로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라고 한다. '와상'환자를 돌볼 때는 두 사람이상의 손길이 필요하니 그럴 만도 하다.

치매노인이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잠금장치 시설이 되어 있어 출입자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관리가 어렵다는 게 정은숙 사무국장의 말이다.

"노인들이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어서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하지요."

▲ 요양원 창문에 걸려 있는 입소 노인의 작품.
ⓒ 유경
그래서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꽃꽂이, 일본어, 종이접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래도 노인들은 답답해한단다. 밖에서 생활할 때는 마음대로 돌아다니다가 입소한 뒤에는 실내에서만 생활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인들을 모시고 영화도 보러 가고, 쇼핑도 가고, 전시회에도 가지만 그 또한 만만한 일은 아니라고 한다. 중풍과 치매 노인들을 모시고 외출을 하는 건 한 분만 모시고 나가도 쉬운 일이 아닐텐데 단체로 움직인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듯.

시설내부는 상당히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노인들이 여가시간에 만든 공동작품이 벽에 장식되어 있었고, 노인들의 일상생활을 찍은 사진들도 가지런히 붙어 있어 보기에 좋았다. 입소 노인들은 대부분 요양원에서 지급한 실내복을 입고 있었는데 두어 분의 노인은 사복을 입고 있기도 했다.

▲ 요양원의 주요시설
ⓒ 서울시립중랑노인전문요양원
우리가 방문한 날 점심 메뉴는 '짜장밥'이었는데 외식을 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인기가 높은 식사메뉴라고 한다. 점심식사 하는 모습을 보려고 시간을 맞춰 갔는데 메뉴가 메뉴인지라 식사가 빨리 끝나 보지 못했다.

치매 노인들은 대부분 표정이 밝았다. 노인들과 시선이 마주치면 웃으면서 인사를 했는데 다들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정 국장의 말에 따르면 늘 안에서만 생활하시기 때문에 방문자가 있으면 무척 좋아하신단다. 하지만 입소자들의 가족이나 친지가 방문을 하는 경우에는 면회실을 이용해야 한다. 가족이 찾아오는 입소자들도 있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분들을 위해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상당히 평온해 보였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그런 상황을 정 국장은 '소강상태'라고 표현했다. 공동생활을 하다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건 당연지사. 어떤 일이 언제 벌어질지 몰라 늘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한단다.

▲ 할머니 두 분이 사이좋게 포즈를 취하셨다.
ⓒ 유경
"어르신마다 문제행동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라 대처를 해야 한다. 치매 노인이 가만히 계시는 중풍 노인을 느닷없이 뺨을 때리기도 하고, 직원을 때리는 경우도 있다. 잘 계시다가 갑자기 문제행동을 하시는 분도 있다.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치매와 중풍 어르신을 가급적 따로 계시게 하지만 공간의 한계 때문에 따로 계시게 하는데 제약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체력과 정신의 소진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이 정 국장의 설명이다. 그리고 피부질환이 옮는 경우도 많단다. 직접 몸으로 '케어'를 해야 하는 일의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단다.

시설을 둘러보고 정 국장과 홍희자 과장, 고이순 간호팀장을 비롯한 직원들을 만나고 나니 이 정도의 시설이라면 안심하고 만일의 경우에 어머니를 맡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 나나 어머니가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시설에는 입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생활이 어렵거나 돌보는 가족이 없는 노인들을 위해 이런 시설들이 많아져 많은 노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생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로 들어서 있는 상태다. 고령화사회란 전체 인구의 7% 이상이 노인인구인 사회를 말한다. 2022년에는 노인인구가 14%인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빠르게 노인인구는 늘어나는데 그에 맞게 노인들을 위한 전문치료시설이나 요양시설이 갖춰질 수 있을 것인지 우려스럽다.

유경 기자는 "앞으로 노인요양시설은 우리의 부모세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시설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들어가기에 적합한 시설인지를 염두에 두고 서비스 질을 개선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노인문제는 결국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라는 것이다.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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