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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멧돼지 새끼를 안고 있는 '흑멧돼지 엄마' 한옥분 씨
흑멧돼지 새끼를 안고 있는 '흑멧돼지 엄마' 한옥분 씨 ⓒ 윤형권
우리나라 토종 돼지인 검정돼지와 야생 돼지인 멧돼지를 교배해 기르는 사람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논산시에 살고 있는 고갑식(50세) 씨와 한옥분(38)씨 부부.

@BRI@요즘 흑돼지는 외래종에 밀려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다. 흑돼지는 덩치도 작고 새끼도 많이 낳지 않기 때문이다.

고갑식 사장은 흑돼지와 멧돼지 교배종인 흑멧돼지 500두 정도를 기르고 있다. 고 사장은 현재 대전과 논산지역의 30여 곳 식당에 고기를 납품하는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흑멧돼지를 먹어 본 사람들은 다른 돼지고기를 못 먹을 정도"라며 식당에서 고기를 더 달라고 아우성이지만, 흑멧돼지가 공급을 다 해주지 못할 지경이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고 사장이 흑멧돼지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금부터 14년 전이다. 사업을 하다가 쓴 고배를 마신 후 실의에 빠져있을 때였다. 우연히 강원도 홍천의 한 암자를 방문했는데, 그 암자에 흑멧돼지 26마리가 있었다.

흑멧돼지 새끼들. 흑돼지를 닮은 것(왼쪽)과 멧돼지를 닮은 것(오른쪽).
흑멧돼지 새끼들. 흑돼지를 닮은 것(왼쪽)과 멧돼지를 닮은 것(오른쪽). ⓒ 윤형권
암자에서 흑멧돼지를 기르게 된 사연이 재미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려고 검정돼지 암컷을 한 마리를 키웠는데, 발정이 나서 우리를 뛰쳐 나갔대요. 며칠 후 덩치가 아주 큰 멧돼지 수컷 한 마리를 데리고 사이좋게 나타났답니다."

흑멧돼지의 탄생은 이렇게 시작됐다. 고 사장은 이 암자에서 흑돼지와 멧돼지의 교배종인 흑멧돼지 26마리를 싣고 고향인 논산에서 번식을 시작했다. 그때가 1993년의 일이다.

흑멧돼지 고기의 특징은 담백하고 고소한 재래종 돼지의 맛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맛인데요. 돼지 냄새가 적고 맛이 깊어 한번 먹어본 사람들은 또 찾는 게 중독성이 강한가 봐요."

논산에서 '대장금'이라는 식당을 운영하며 흑멧돼지 요리 연구를 하고 있는 한옥분 씨의 말이다.

"영리만을 생각한다면 덩치가 작고 더디 자라는 흑멧돼지를 키울 수가 없지요."

오늘도 고 사장은 흑멧돼지를 알아주는 손님들을 위해 '토종 지키기' 고집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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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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