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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요로 몸을 감싸고 있는 이가 이날 사고 전투기를 조종한 우모 대위이다.
담요로 몸을 감싸고 있는 이가 이날 사고 전투기를 조종한 우모 대위이다. ⓒ 김광태
13일 오전 11시경 충남 보령 웅천사격장 상공에서 훈련 중이던 KF-16 전투기 한 대가 인근 해상에 추락했다. 웅천에서 공군전투기가 추락한 건 1989년 소황리에 추락한 이후 2번째다.

이번에 추락한 사고기는 웅천공군사격장에서 공대지(空對地) 사격 연습 중이었으며, 오전 11시경 황죽도 북방 0.5마일 해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종사 우모(31·공사 47기) 대위는 추락 직전 비상 탈출했고, 오전 11시 30분경 황죽도에서 2.5마일 떨어진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어민 김모씨에 의해 구조됐다. 우 대위는 오전 11시 50분경 보령아산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치료를 받고 오후 1시 50분경 군 병원으로 이송됐다.

구조한 어민에 따르면, 구조 당시 조종사는 추위에 떨고 있었으며 충격으로 말을 더듬고 부대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특별한 외상은 없었다고 한다.

사고기는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충청도 충주의 제19전투비행단 기지에서 이륙해 웅천사격장 상공과 서해안 일대에서 공대지 사격훈련을 하던 중이었다.

사고 직후 공군은 우 대위가 비상 탈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지역 주변에 HH-60, HH-47 등 헬기 2대를, 해군은 고속정 5척을 각각 급파해 전투기 잔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편 웅천에선 이날 공군전투기 추락뿐 아니라 1989년 소황리 공군기 추락, 2004년 오폭사고, 2006년 독산해수욕장 연습용 폭탄 발견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주민들의 공군사격장 이전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또한 KF-16 전투기는 우리나라에서 면허 생산된 F-16 개량기체(블록 52)로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직도입한 F-16(블록 32)과 구분된다.

이 기종은 지난 1997년 8월과 9월 엔진 연료도관 이상으로 연이어 추락했고, 지난 2002년 2월에도 엔진 터빈 블레이드 파손으로 추락한 바 있다.

KF-16
KF-16 ⓒ 공군 제공

이번에 추락한 KF-16C 전투기는 미국 록히드마틴에서 개발한 F-16의 개량형(블럭 52형)으로 1994년 시작된 KFP사업을 통해 삼성테크윈 등에서 면허생산했다.

한국 공군은 2종류의 F-16을 운용하고 있는데, KF-16 120여대 외에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직도입한 F-16 블럭 32형 40여대가 있다. 공군에서는 이 항공기를 흔히 'PB'라고 부르는데, 이 항공기를 도입하는 사업명이 '피스브릿지'(Peace Bridge)인 것에서 유래했다.

KF-16은 'PB' F-16보다 엔진출력, 전자장비, 동체 내구성, 무장 운용 능력 등이 많이 향상된 항공기. 그러나 도입 이후부터 잦은 추락과 단발 엔진 형이라는 이유로 신뢰성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 못하다.

13일 추락하기 전에도 3대의 KF-16이 추락했다. 항공기의 추락 원인에는 조종과실, 악천후, 조류흡입·충돌 등 수많은 요인들이 있는데 3대의 KF-16은 모두 엔진을 이루고 있는 부품의 불량으로 사고를 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1997년 8월 6일과 바로 다음 달인 9월 18일 KF-16C 각 1대가 경기도 여주와 충남 서산에 추락했는데 이 두 기체의 사고 원인은 엔진의 연료도관이 파열된 것이었다.

당시 공군은 엔진(F100-P&W-229) 제작사인 '프랫 앤 휘트니'사로부터 신형엔진과 하자부품을 제공받아 모든 KF-16의 부품은 하자가 없는 부품으로 교체한 바 있다.

2002년 2월 26일에는 KF-16C 1대가 20전투비행단을 이륙하자마자 항공기 꽁무니에 불이 붙은 채 기지 인근 논에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조사 결과 엔진 내부에 있는 '선풍기 날개' 격인 터빈 블레이드가 부러져 엔진 내부로 들어가면서 내부 파손을 일으켰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밀조사 결과 문제의 터빈 블레이드에는 제작시 발생한 기포가 블레이드의 균열을 일으켜 사고의 원인이 됐던 것으로 결론났다. 공군은 2달여 기간 동안 KF-16의 비행을 중단시키고 연일 밤샘 작업을 하면서 모든 KF-16 항공기 엔진에 달린 터빈 블레이드를 문제가 없는 제품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지금껏 발생한 KF-16 추락사고의 경우 항공기가 육지에 추락, 잔해에 대한 정밀한 검사를 실시할 수 있었던 것이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는 항공기가 바다에 추락, 항공기 잔해 인양 작업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추락원인의 정확한 결론을 얻기까지는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보령신문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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