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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물고기를 그물로 잡아 그 자리에서 갖은 양념 듬뿍 넣고 매콤하게 끓여내는 맛깔스러운 어탕국밥 한 그릇
싱싱한 물고기를 그물로 잡아 그 자리에서 갖은 양념 듬뿍 넣고 매콤하게 끓여내는 맛깔스러운 어탕국밥 한 그릇 ⓒ 이종찬
내 니를 믿으마
촐싹이는 강물 위에 수없이 썼던 그 약속

지는 햇살따라 스르르 안겨오던 니 가슴
번지는 달무리따라 따스하게 다가오던 니 입술
소주 한 잔에 스르르 풀리던 니 옷고름
짜릿한 입맞춤 한 번에 그대로 무너지는 나

은빛 물고기 툭툭 튀는 그 나루터 바라보며
니 나 달콤한 눈빛 마주치며 소줏잔 마주치고 있으면
지친 세상사 주름진 강물로 또르르 말린다
상처 입은 몸 어느새 빛나는 봄햇살로 피어난다

니 나 한 몸 되어 뜨겁게 속살거리고 있으면
니 나 시샘하는 여우별 밤새 *꼴쳐보며 어른거려도
날궂이하는 진눈깨비 날새 징징 울어도
두려울 게 없다, 슬플 게 없다

내 니 죽는 날까지 사랑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니가 곧 내 *도래샘이기 때문이다

*째려보며
*휘돌아 흐르는 샘물

- 이소리, '내 도래샘, 어탕' 모두


그 강변 나루터에 가면...
그 강변 나루터에 가면... ⓒ 이종찬

깔끔하게 차려져 나오는 밑반찬
깔끔하게 차려져 나오는 밑반찬 ⓒ 이종찬
그 강변 나루터에 가면 맛이 보인다

경남 함안군 대산면 서촌을 휘돌아 흐르는 아름다운 남강. 그 강변 나루터에 가면 처녀뱃사공의 긴 기다림을 지느러미에 달고 헤엄치는 물고기떼들이 은빛 비늘을 번득이고 있다. 그 강변 나루터에 가면 처녀뱃사공이 그물을 던져 건져 올린 그 은빛 물고기로 끓여낸 강물맛, 귀한 손님들의 상에만 은근슬쩍 올리던 그 기막힌 맛의 어탕이 있다.

전라도에서 '어죽'이라 부르는 어탕. 어탕은 경상도에서는 맑은 강이 흐르는 서부 경남지역인 산청과 함양, 거창지역과 낙동강, 남강을 낀 함안과 의령, 진주지역에서 즐겨 먹는 민물매운탕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민물고기를 내장만 추려내고 통째 넣어 끓여내는 민물매운탕과는 달리 어탕은 살만 발라내 여러 가지 양념을 넣고 끓이므로 그 맛이 훨씬 다르다.

민물매운탕이 매콤하면서도 혀끝을 톡톡 쏘는 깔끔한 맛의 대명사라면 어탕은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뒷맛이 일품이다. 게다가 혀끝을 감도는 구수한 국물맛도 깊다. 특히 티없이 맑은 강에서 자라는 메기, 붕어, 피리 등 여러 가지 물고기를 갓 건져올려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를 빼낸 뒤 추어탕처럼 끓여내는 어탕은 숙취해소에도 그만이다.

경상도 특미 어탕은 예로부터 강을 끼고 살아가는 경상도 사람들의 건강식이자 잃어버린 기운을 북돋게 하는 보양식이었다. 어탕이 오죽 건강에 좋았으면 강변 사람들은 감기에 걸려도 어탕, 갑자기 기운이 없거나 빈혈이 있을 때에도 어탕, 속이 더부룩하거나 숙취에 시달릴 때에도 어탕, 술안주로도 어탕, 하며 노래를 부르다시피했겠는가.

전라도에서 '어죽'이라 부르는 어탕
전라도에서 '어죽'이라 부르는 어탕 ⓒ 이종찬

어탕은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뒷맛이 일품이다
어탕은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뒷맛이 일품이다 ⓒ 이종찬
된장이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를 없앤다

단백질과 지방, 칼슘이 듬뿍 들어 있는 어탕은 맛 또한 시원하고 깔끔해 강변 사람들 식성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이 붙었다. 어탕국물에 국수를 말면 어탕국수, 수제비를 뜯어 넣으면 어탕수제비, 밥을 말면 어탕국밥, 그저 술국으로 내놓으면 어탕 등. 그중 어탕국수는 여름철에, 어탕수제비는 비가 올 때, 어탕국밥은 겨울철에 주로 먹는다.

어탕 혹은 어탕국밥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성을 쏟아야 한다. 첫째, 깨끗한 민물에서 자란 미꾸라지, 송어, 피리, 쏘가리, 메기, 장어 등 여러 가지 갓 잡은 민물고기를 구해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낸 뒤 냄비에 물을 자작하게 부어 푹 삶는다. 이때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서는 된장을 조금 푸는 것이 좋다.

둘째, 푹 삶은 민물고기를 건져 체에 걸러내 뼈를 추려내고 살만 발라낸다. 이어 민물고기를 건져낸 맛국물에 물을 더 붓고 소금과 고추장으로 간을 한 뒤 다진 마늘, 다진 풋고추, 붉은고추, 생강, 제피가루, 방앗잎을 넣어 푹 끓인다. 이때까지도 비린내가 감돌고 있다 싶으면 된장을 조금 더 풀어넣으면 된다.

셋째, 한소끔 끓고 있는 민물고기 맛국물에 채썬 애호박과 삶은 배춧잎, 아욱줄기, 삶은 고사리, 부추, 양파를 넣고 다시 한소끔 끓인 뒤 그릇에 담아 쌀밥 한 공기와 제피가루, 방앗잎, 고춧가루, 빻은 마늘, 송송 썬 매운 고추와 함께 상 위에 올리면 끝. 식성에 따라 국수를 말아먹거나 수제비를 뜯어 넣어도 독특한 맛이 난다.

단백질과 지방, 칼슘이 듬뿍 들어 있는 어탕
단백질과 지방, 칼슘이 듬뿍 들어 있는 어탕 ⓒ 이종찬

이 집 어탕의 특징은 주인 박길석씨가 남강 들녘에 직접 농사 지은 얼가리배추와 파, 부추, 고사리, 숙주나물 등 7~8가지 야채를 넣고, 직접 담근 집된장과 고추장을 쓴다는 점이다
이 집 어탕의 특징은 주인 박길석씨가 남강 들녘에 직접 농사 지은 얼가리배추와 파, 부추, 고사리, 숙주나물 등 7~8가지 야채를 넣고, 직접 담근 집된장과 고추장을 쓴다는 점이다 ⓒ 이종찬
처녀뱃사공으로부터 4대째 이어오고 있는 어탕전문점

"이 집 주인의 누님과 고인이 된 고모는 처녀뱃사공으로 선친은 학사뱃사공으로 각 언론에 소개되었고 이 집은 나루터에서 3대 걸쳐 뱃사공을 하며 어죽, 어탕 등 우리 고유의 전통 민물고기를 맛있게 하여 그 맛이 전국에 알려져 <마산mbc 매거진 '이야기가 있는 별미 산책'> <백파 홍성유의 '한국 맛있는 집' 1234점> <신경남일보 '김영복과 떠나는 향토음식순례'> 등에 소개된 맛집입니다. - 전통향토음식문화연구소

지난 1월 30일(화) 오후 3시. 여행작가 김정수(35)와 함께 남강 처녀뱃사공 노래비와 나룻터, 악양루를 둘러본 뒤 찾았던 남강변 어탕 전문점. 처녀뱃사공을 잃은 나룻배가 제 홀로 삐걱거리고 있는 나루터가 환히 내려다보이는 강변에 자리잡은 그 집은 국민 애창곡이라 할 수 있는 처녀 뱃사공의 애타는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2층집인 이 집에 들어서자 차림표 옆에 '전통향토음식문화연구소'가 소개하는 "맛이란 요리하는 사람의 손끝에서 나오는 법, 이 집 신수임 할머니와 며느리 정은화씨로 이어지는 전통민물요리 솜씨가 명인의 경지에 있다고 인정되므로 전통민물요리를 좋아하는 맛 탐험 식도락가들과 함께 이 가든을 민물요리 전통맛집으로 선정합니다"라는 글씨가 눈에 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집은 처녀뱃사공으로부터 4대째 이어오고 있는 살림집이자 식당이다. 이 집 주인 박길석(46)씨의 말에 따르면 처음 이 집은 나루터 앞 초막이었다. 그때 처녀뱃사공이 직접 잡아 올린 자연산 장어와 메기 등으로 장어구이와 메기매운탕을 만들어 배를 타고 건너오는 단골손님들에게만 조금씩 팔았다.

뒷맛이 깔끔한 국물도 몹시 진하다
뒷맛이 깔끔한 국물도 몹시 진하다 ⓒ 이종찬

봄나들이도 할 겸 새로운 먹거리로 입맛도 달랠 겸 함안에 있는 강변 나루터를 찾아 어탕국밥 한 그릇 먹어보자
봄나들이도 할 겸 새로운 먹거리로 입맛도 달랠 겸 함안에 있는 강변 나루터를 찾아 어탕국밥 한 그릇 먹어보자 ⓒ 이종찬
얼큰하고 구수한 맛, 입 안 가득 퍼지는 어탕국밥 한 그릇

그 뒤, 남강과 하나로 만나는 이곳 함안천에 악양다리가 놓이고 처녀뱃사공 노래비가 생기게 되면서 초막집 앞까지 길이 새로 열렸다. 그때부터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즈음 박길석씨가 초막을 헐고 새 집을 지으면서 이 집을 살림집 겸 어탕과 장어, 메기구이 전문점으로 새롭게 탈바꿈시켰단다.

주인 박길석(46)씨에게 어탕국밥(5천원)과 어탕국수(5천원) 한 그릇을 시키고 자리에 앉자 눈앞에 지는 봄햇살이 찬란하게 쏟아져 내리는 남강과 함안, 의령의 널찍한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만치 나룻터에는 물결 따라 기우뚱거리는 나룻배가 긴 장대를 허리에 올려놓은 채 그 옛날 처녀뱃사공을 애타게 부르고 있는 듯하다.

먼저 나온 꽁치와 연뿌리, 미역무침, 김치 등을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남강변에 아름답게 지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을 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맛깔스런 어탕국밥과 어탕국수가 상 위에 오른다. 소주 한 잔 다시 들이킨 뒤 숟가락으로 어탕 국물을 떠서 입에 넣자 얼큰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 맛은 그 어디에도 없다. 쌀밥 한 공기를 그대로 어탕국물에 말아 한 입 가득 입에 넣자 제대로 씹을 틈도 없이 그대로 목구멍을 타고 술술 넘어간다. 시원하고 깔끔한 뒷맛 끝에 맴도는 향긋한 제피 내음도 그만이다. 처음 맛을 본 지 채 3분도 지나지 않아 어탕국밥 한 그릇이 뚝딱 비워진다.

봄노을 바라보며 후루룩후루룩 떠먹는 그 깔끔한 맛
봄노을 바라보며 후루룩후루룩 떠먹는 그 깔끔한 맛 ⓒ 이종찬
봄노을 바라보며 후루룩후루룩 떠먹는 그 깔끔한 맛

이 집 어탕의 특징은 주인 박길석씨가 남강 들녘에 직접 농사 지은 얼가리배추와 파, 부추, 고사리, 숙주나물 등 7~8가지 야채를 넣고, 직접 담근 집된장과 고추장을 쓴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어탕에 들어 있는 여러가지 채소들이 씹히는 맛과 향이 조금 색다른 듯하다. 뒷맛이 깔끔한 국물도 몹시 진하다.

저만치 강변 나루터를 발갛게 물들이며 아름답게 지는 봄노을 바라보며 후루룩후루룩 떠먹는 얼큰한 어탕국밥 한 그릇. 뜨거운 국물에 입천장 데이는 줄도 모르고 이마와 목덜미에 송송 돋는 땀방울 흘려가며 먹는 그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국물맛. 누가 몇 숟가락 훔쳐먹을새라 게눈 감추듯 얼른 한 그릇 뚝딱 먹어치우는 그 기막힌 맛을 어찌 잊으랴.

저만치 봄이 다가오고 있다. 계절이 바뀌는 이맘 때, 특히 봄이 다가오는 환절기가 되면 사람들은 대부분 온몸에 맥이 탁 풀리면서 입맛마저 뚝뚝 떨어진다. 겨우 내내 숙취해소를 위해 즐겨 먹었던 여러 가지 해장국도 입에 물린다. 이러한 때, 봄나들이도 할 겸 새로운 먹거리로 입맛도 달랠 겸 함안에 있는 강변 나루터를 찾아 어탕국밥 한 그릇 먹어보자.

티없이 맑은 남강에서 툭툭 뛰어오르는 그 싱싱한 물고기를 그물로 잡아 그 자리에서 갖은 양념 듬뿍 넣고 매콤하게 끓여내는 맛깔스러운 어탕국밥 한 그릇. 눈부신 봄햇살 쏟아지는 아름다운 남강과 처녀 뱃사공 잃은 나룻배 삐걱대는 나루터를 바라보며 어탕국밥 한 그릇 먹다보면 어느새 찌뿌듯하고 무거웠던 온몸이 날아갈 듯이 가벼워지리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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