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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회원의 전화를 받고 출동한 직원이 당황하는 여성에게 자세히 설명을 하며 고쳐주고 있다.
ⓒ 안영건
초보운전자나 자가 여성운전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애마가 말썽을 피울 때 정작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정비소가 없어 속앓이를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부품값을 올려 받는 것 같기도 하고, 이상도 없는데 부품을 교체한다는 방송을 접할 때는 특히 더욱 더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을 단 한 번에 불식시켜주는 곳이 있다. 이곳은 회원인 여성운전자를 위한 향후 정비계획안이나 부품비교견적을 프린터해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따로 마련해 운영하는 자동차 정비소다.

물론 일반운전자들에게도 전화예약이나 인터넷예약서비스를 통해 무료점검을 해주고, 필요한 향후조치나 이상 여부를 인터넷상에서 포토서비스로 제공해 운전자가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시에 자체 사이트를 통해 회원들에게 왜 고장이 났는지 세심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새벽에 멀리 전북 군산에 간 회원으로부터 S.O.S를 요청받고 두말없이 달려가 수리해주고 돌아온 사실이 고객들에게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에서 C정비소를 운영하는 모영구(34)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초보운전자·여성운전자 전문 정비업소... 어디든 출동합니다

▲ 화제의 주인공 모영구 사장. 사진 찍히는 것이 다소 어색하단다.
ⓒ 안영건
5년째 안산에 거주하고 있는 모 사장의 정비업소가 유명해진 것은 초보운전자나 여성운전자가 믿고 차를 맡길 수 있도록 인터넷으로 직접 수리과정을 보여주고, 부품교체 내역을 알 수 있도록 한 차별화 전략을 펼쳤기 때문. 여기에 고객을 직접 찾아가 무료점검해주는 공격형 영업이 적절하게 맞아떨어져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모 사장이 운영하는 정비업소를 지난 1월 29일 찾아가 보았다.

사전에 전화를 받고 기자를 기다리던 모 사장은 "여타 중앙지에서도 취재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는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는 말에 인터뷰에 응했다"고 먼저 입을 열었다.

모 사장은 지난 2005년 11월 6일부터 모든 서비스를 책임지는 정비·투명한 정비를 하고 있으며, 정비 내용을 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전달하는 '콜투콜(call to call)' 무료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모 사장은 운전자들의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준다는 모토로, 앉아서 고객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직접 방문을 통해 무료진단을 해주는 것은 물론 와이퍼와 워셔액, 엔진오일 보충, 무상 출장 펑크수리를 통해 고객의 입장이 되어 적극적 영업을 펼쳤다. 그 결과 현재 회원으로 가입한 고객만 500여 명, 이중 여성이 150여 명 가량 된다고 한다.

짧은 시간에 많은 고정회원을 확보한 모 사장은 "늦둥이로 태어나 고등학교 때 꽤 말썽을 피워 부모님 속을 썩였는데, 언젠가부터 아버지의 뒷모습이 처지고 자주 우시는 모습을 보고 93년부터 기술을 배웠다"고 자신을 돌아봤다.

또 모 사장은 "학교 다닐 때부터 기계를 만지는 것을 좋아해 오토바이센터에 버려진 부품들을 모아 끼워 맞추고, 부품을 깎고, 새로 구입한 부품 등으로 국내에선 단 하나뿐인 나만의 오토바이를 만든 적도 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모 사장은 창업 이전에 모 보험회사 출동 차량서비스업체에 있었다. 이때 일부 고객들 중 단순한 관리소홀로 아깝게 '무료출동서비스'를 모두 소진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고객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이 직접 업체를 운영하게 된다면 무료출장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그렇게 해서 2년 전에 창업, 당시 회원이 거의 없었던 초기에 모 사장은 고객들에게 무료로 와이퍼를 교환해주고, 무료 출장 서비스를 해줬다. 이런 사실이 소문나면서 자동차보험회사에서 1년에 5회까지 가능한 무료출동 서비스를 다 사용한 일부 운전자들이 모 사장의 업소 회원으로 가입해 무료로 펑크를 수리하고 와이퍼를 교체하기도 했다.

때문에 그 비용으로 수백만 원이 소요됐다고 하는데, 모 사장은 "이제는 웃으면서 말할 수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 시의적절하게 문자메시지를 넣어주는 센스. 명절에도 인사를 통해 회원간의 신뢰감을 쌓아가고 있다.
ⓒ 안영건
또 모 사장은 '자동차 정비를 하면서 기뻤던 일은 언제였는가'라는 질문에 "초창기 자동차정비기술을 배우던 시절, 배울수록 그 매력에 빠졌다"면서 "처음으로 차를 내 손으로 고치고 첫 시동이 걸렸을 때의 희열감은 말로 표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모 사장은 이어 '어떤 계기로 무료출장시스템을 도입한 것인가'라는 물음에 "(다른 업소에서) 덤핑으로 타이어를 교환하거나 눈속임으로 고액의 청구서를 요구하는 것을 보고 회의를 느껴 내가 업소를 경영한다면 투명한 정비와 정직한 정비를 해야겠다는 결심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순탄치 않은 삶 속에서 경영철학을 찾다

충청도 제천이 고향인 모 사장의 인생은 정비업소를 차리기 전까지는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모 사장은 학교를 졸업하고 대책 없이 무작정 상경, 건강식품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당시만 해도 24시간 운영하는 사우나가 많지 않았던 시절이라서 잘 곳이 없어 차에서 먹고 자고 출근하면서 한푼 두푼 돈을 모았다.

그러고 나서 처음 강원도 원주에서 카센터를 운영했다. 그때 고객의 소개로 안산에 살고 있었던 지금의 부인을 만났고, 결혼 이후 모은 돈으로 큰돈을 벌어보겠다는 욕심에 술집도 했다.

또 렌터카도 운영했지만 부도가 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모 사장은 '한 우물을 파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뒤, 차를 고치는 게 타고난 운명이지 차를 빌려주는 일은 성격이나 적성에 안 맞았다고 회고했다.

게다가 술집을 경영을 하면서 부부 사이도 안 좋아지고, 결국 "흙은 농부를 속이지 않고, 기술자는 기름을 묻혀 사는 것이 제일 정직하게 사는 방법"이라는 부인의 권유로 부인의 터전이었던 안산에 돌아와 다시 재기에 나섰다.

그동안에 겪었던 많은 우여곡절이, 지금의 인터넷을 통한 포토 서비스로 회원이 수리과정을 바로 현장에서 보는 듯하게 확인할 수 있고 부품견적도 가능케 함으로써, 회원과 업소 간의 신뢰를 높여 나가는 바탕이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모 사장은 예전에 광명고속도로를 지나다가 고속도로 입구에서 한 나이 지긋한 여성 운전자가 펑크가 난 자신의 SUV차량을 보며 발만 동동 구르는 것을 보고 도와준 적이 있다. 그때 모 사장이 직접 타이어를 교환해 주었다. 그리고는 그 여성운전자가 사례비를 준다는 것을 거절하고 도망치다시피하면서 명함만 주고 왔단다.

차후에 알고 보니 그 여성운전자는 경기도 광명에서 안산으로 이사를 올 예정이었고, 그 일로 그 분의 아들이 감사의 전화를 주었다는 것. 아들에 따르면 자동차 타이어 펑크가 난 것을 보고 지나가는 운전자들이 모두 외면하고 가버렸는데, 모 사장이 도와줘서 감사해 인사전화를 했다고.

모 사장은 이 일을 계기로 초보 운전자와 여성운전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마음먹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모 사장은 더 바빠졌다.

▲ 직원 일손이 부족하면 사장이 직접나서 일처리를 한다.
ⓒ 안영건
실제로 차를 굉장히 아끼는 여성회원 한 분인 차아무개(27)씨는 대전에서 새벽 1시쯤에 전화를 해왔다. 차량에서 타는 냄새가 나고, 화재가 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차씨는 주변 카센터를 믿을 수 없어 모 사장에게 '콜'을 요청했고, 모 사장은 직접 출동했다. 점검 결과 ECU 휴즈를 용량이 다른 걸 끼워 쓰는 바람에 이같은 현상이 빚어졌던 것으로 밝혀져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또 여성택배운전자 정아무개(37)씨는 자신이 운전하는 차량을 회사 직영 센터에서 2∼3회에 걸쳐 수리했으나 엔진이 이상하다고 느껴 모 사장에게 연락했다. 모 사장은 정씨의 전화를 받고 찾아간 결과, 수리 후 조임 불량으로 드러나 바로 사진을 찍어뒀고, 이 사실을 정씨에게 알려줬다.

그러자 정씨가 직영정비공장에 이를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고, 당시 수리담당자가 모 사장에게 찾아왔다. 하지만 그 담당자는 모 사장이 증거사진을 보여주자 아무런 소리도 못하고 돌아갔다. 결국 포토서비스를 운영한 덕을 톡톡히 봤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없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모 사장은 카센터를 개업하자 차량이 몰려들었고 회원이 많아지자 경정비협회에서 "다단계 아니냐, 상품을 많이 주는 변칙운영을 하는 것 아니냐"고 확인차 방문하는 해프닝도 빚어졌다고 말했다.

"신뢰와 신용을 근간으로 고객 차량건강 지키는 주치의 되겠다"

▲ 여성운전자가 차 수리를 받고 나서 고맙다며 연신 말을 잊지 않았다. 사진은 여성운전자가 도움을 받고 있는 모습.
ⓒ 안영건
"불신이 팽배한 정비문화를 신뢰와 신용을 근간으로 고객의 차량건강을 체크하고 예방하는 주치의가 되겠다"는 모 사장.

특히 모 사장은 "차도 사람과 같아서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검진받는 것처럼 큰 병이 들어 고치기보다는 사전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모 사장은 "무료방문한다면 비용을 지불하는 줄 알고 거절하던 회원들이 이젠 직장에 차를 세워둔 채 점검을 의뢰하기에 이르렀다"면서 "초보운전자들에게 관리요령을 설명한 뒤부터 요즘은 출동이 줄어들어 웃어야 할 일인지 울어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지막으로 모 사장에게 자동차 정비업에 대한 경영철학을 묻자, 모 사장은 "차량을 내 몸같이 아끼고 소중한 재산으로 관리할 수 있는 운전자만이 회원으로 가입하는 조건을 두고 있다"며 "터무니없는 가격을 청구하는 세상이 오고, 정직한 사람들이 대접받는 사회의 일원으로 가기 위해 저부터 땀 흘리고 정직하게 하는 것이 결국 회원들로부터 입소문을 내고 되고 다시 찾게 된다"고 자신의 소견을 당당히 밝혔다.

이 같은 모 사장의 서비스 마인드가 널리 퍼져 우리 사회도 신용사회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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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에서 사회부 기자로만 17년 근무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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