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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에서 몇 등 해야 서울대에 갈 수 있을까?'
'영어 단어는 어떻게 해야 잘 외워질까?'


10대 중·고등학생들의 고민이 이렇듯 성적과 진학에 관련된 것뿐이라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와 교육공동체 '나다'가 지난 26일 서울 마포 세교연구소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에서 교내 체벌, 왕따, 입시 위주 교육, 교사와의 의사소통 등에 대한 청소년들의 날선 질문들이 쏟아졌다.

토론회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인 이용석(부천 정왕중)·이용중(시흥 정황중·전교조 학생생활국장) 교사가 참석해 청소년 30여명의 질문에 답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학교와 학원이 명문대를 보내야 한다는 목적에서 다를 것이 없다", "교원평가제를 반대한다면, 교원의 전문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는 등 입주 위주의 교육과 교원평가제 등에 반대하며 '참교육'을 주창해온 전교조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용중 교사는 이에 대해 "관행상 고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직무유기한 측면이 있다"면서 "전교조가 노력했지만 국민들로부터 유리된 것이 많아서 전교조가 하는 이야기는 이제 씨도 안 먹힌다"고 토로했다. 또한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스스로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날 토론회에서 학생들과 교사들간에 오간 질의·응답 중 일부다.

▲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와 교육공동체 '나다'가 지난 26일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에서 발제자인 이용중(전교조 학생생활국장·왼쪽에서 두번째) 교사와 이용석(부천 정왕중·맨오른쪽) 교사가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1. "체벌은 필요악인가요?"

- 학생의 건강권을 헤치는 것 중 하나는 체벌이다. 신체에 대한 폭력으로 몸이 아프고,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러나 전교조 교사들의 50% 이상이 체벌에 찬성한다는 조사결과를 봤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체벌에 대해 '필요악'이라고 보나, 아니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인가."(팽이, 가명·사범대생)

이용중 교사 "참 부끄러운 일이다. 체벌은 범죄행위다. 전교조가 합법화 10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학교에는 체벌, 촌지 등의 문제가 있다. 저도 사실 체벌을 여러 번 해봤다. 주변에서 다른 교사가 체벌을 해도 관여할 수가 없다. (체벌이) 관행화돼서 난처한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내가 경력이나 발언권이 있어서 젊은 교사들이 그러면 제지할 수 있겠지만, 다른 교사들의 행위에 관여하기는 곤란하다."

이용석 교사 "그동안 쌓였던 여러분의 감정이 코앞까지 느껴진다.(웃음) 선생들의 관행에 관여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는 교사들 사이에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옆에서 체벌을 가하면, 이에 문제제기를 했을 때 각자 갖고 있는 교육관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토론을 통해 학교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학교에서는 진행이 안 된다."

#2. "왕따 학생에 눈감으신 적 없으신가요?"

- 한 반에 한두명씩은 '왕따' 학생이 있다. 그런데 선생님들은 '왕따 시키지 말라'고 하라면서 왕따 학생에 대한 괴롭힘을 방관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자리 배치에서 괴롭힘이 뻔한 데 관심을 갖지 않거나 귀찮아하는 경우가 있었다.(이민영, 무주 푸른꿈고)

이용석 "왕따 문제는 교내 권력관계를 재생산되는 구조에서 비롯됐다. 누가 같은 반 친구를 괴롭히고 싶겠나. 그러나 (강자의 권력에 편승하기 위해) 같은 반 친구를 괴롭힐 수밖에 없다. 또한 입시 중심의 학교 교육도 문제다. 아이들이 성적에 의해서는 평가받으니 학교에 오면 재미가 없다. 이것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입시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작은 해결책을 제시하자면 교실 문화 자체를 '함께 하려는 문화'로 바꾸는 것이다."

▲ 이날 토론회에는 30여명의 청소년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아수나로'와 '나다' 등에서 공부모임을 갖다가 전교조 교사들에게 직접 물어보자는 취지로 이날 토론회를 열었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3. "명문대 합격자 현수막, 꼭 달아야 하나요?"

- 특정 대학 합격자 이름을 쓴 현수막이 학생을 상품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베트남 처녀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베트남 여성들을 상품화시켜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합격자 현수막도 다른 게 없다고 본다. 명문대를 보내야 한다는 목적으로 학교와 학원이 똑같아 지는 것이 아닌가.(남선미, 고교 2년생)

이용중 "언론, 학교, 사회가 하나가 돼서 경쟁 체제 만들어서 '좋은 대학 많이 들어가면 좋은 학교'라고 등식화됐다. 근본적으로 경쟁을 허물지 않더라도 학생들에게 상처주지 않는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관행화된 것을 고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전교조는 현수막 다는 것을 반대했지만 관철이 안 됐다. 전교조가 노력했지만 국민들로부터 유리된 것이 많아서, 전교조가 하는 이야기는 이제 씨도 안 먹힌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자기 반성을 하고 있다."

- 관행상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전교조의 존재 이유는 지금 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고치자는 것 아닌가. '관행이라 불가능하다'고 한다면, 전교조가 해야 할 일을 유기하고 있는 것이다.(김민정, 고교 3년생)

이용중 "직무유기하는 것이 많다. 주변 환경이 전교조 출범보다 지금 상태가 더 악화되어 있다. 전교조 결성 당시보다 아이들 삶의 질이 더 나빠졌다. 이에 대해 '선생들이 뭐 했느냐', '말로만 참교육을 주장했느냐'고 묻는다면 사과하겠다. 하지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

#4. "전교조, 교원평가제 반대한다던데..."

- 전교조는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교사의 전문성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주학님, 분당 대진고 2년)

이용중 "전교조는 교사에 대한 평가를 학교 관리자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받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교사는 근무평정 등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교원평가제가 교원의 전문성이나 학교의 능력 재고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교사의 통제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평가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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