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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모들 사이에서 ‘웰빙분만’이 인기지만 가격 ‘거품’ 역시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중력을 이용해 아기를 낳는 좌식분만의 모습.
최근 산모들 사이에서 ‘웰빙분만’이 인기지만 가격 ‘거품’ 역시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중력을 이용해 아기를 낳는 좌식분만의 모습. ⓒ 여성신문
[홍지영 ·김나령 기자] 저출산 위기 탈출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는 등 정부가 나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600년 만에 찾아온 황금돼지해'로 일시적인 출산붐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산부인과 병원들은 올해 출산을 계획한 산모들을 붙잡기 위해 르봐이예 분만, 수중분만, 그네분만, 아로마분만 등 다양한 ‘웰빙분만’을 선보이며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다.

최근 들어 산모와 아기 중심의 자기주도적 출산에 관심을 보이는 산모들이 많아지면서 병원들도 산모의 선택권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만법을 상품으로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자칫 출산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상혼으로 얼룩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또 알고 보면 무늬만 웰빙분만을 표방한 곳도 적지 않을 뿐더러 자연분만에서 선택이 가능한 특수분만의 경우 비용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어 비용이 천차만별이라는 점도 심각하다. 특히 이 비용에 한해서는 100%가 산모 개인 부담이므로 많게는 정상 자연분만 비용보다 2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5월 출산을 앞두고 있는 한송희(31·경기 안양)씨는 임신·출산 관련 카페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출산에 대한 정보를 활발하게 교환한다. 산모와 아기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기 위해 분만법도 꼼꼼히 비교해가며 열심히 알아보고 있다. 한씨는 "무엇보다 괜찮다고 입소문을 탄 병원일수록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게 문제"라고 볼멘소리다.

지역이나 병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르봐이예 분만은 5만~10만원, 수중분만의 경우 대략 20만원 정도 추가비용이 들어가고, 수중분만이 가능한 분만실을 예약하기 위해서는 예약금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저출산을 탈피하기 위해 2005년도부터 자연분만으로 출산시 발생하는 보험진료비 전액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보험진료비 중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 20%(자연분만 비용 40만원 기준 약 8만원)를 면제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산모들의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다.

웰빙분만법에 대해서도 산모들의 관심과 실제 이용률이 커지고는 있지만 자연분만에 한해서 특수분만을 선택하는 경우 현재 환자가 전액을 부담하는 비급여항목으로 분류돼 있어 실제로 분만에 드는 비용은 4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무엇보다 각종 서비스를 내세워 산모에게 편의를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실비 이상의 금액을 산모가 내고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수중분만으로 유명한 경기도 분당의 A병원 관계자는 "2박3일 기준으로 분만비용은 대략 40만원선이지만 수중분만의 경우 대기시간을 포함해 분만실을 이용하기 때문에 15만~20만원의 추가비용이 든다"고 말한다. 이어 "4~5년 전만 하더라도 일반 분만비용의 2배가 넘는 금액을 받는 곳도 많았지만 요즘은 서비스 차원에서 물품비 정도만 받는 게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물품비 명목이라는 것도 병원에서 정한 것이지 기준이 따로 마련돼 있지는 않다.

이에 대해 손영래 보건복지부 보험급여팀 사무관은 "어디까지나 정부는 급여항목에 한해서만 가격을 통제하고 권한을 행사할 뿐"이라며 "기본적으로 의료시장도 자율경제체제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비급여항목은 병원과 환자 상호간에 가격을 절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청구되는 비급여항목에 대한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관리·감독할 기관이 없다는 점은 인정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민원실 관계자는 "과다 청구 소지가 있는 진료비에 한해 진료비 영수증과 진정서를 첨부해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며 "심사를 통해 받아들여질 경우 환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비급여항목으로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선택분만의 경우도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1·2차에 걸친 조사 기간이 최소 22일 이상 걸리기 때문에 민원이 밀려 있을 경우 한달 이상을 기다리는 등 절차가 길어진다는 측면에선 회의적이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무상 의료서비스?
의욕만 앞선 보건복지부 '눈총'

보건복지부(장관 유시민)가 소득과 관계 없이 모든 여성에게 임신부터 출산까지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보험을 통해 전액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으나 예산조달책 없는 성급한 대책이라는 비난이 빗발쳐 유 장관이 "정책 이해도 충분히 못 구하고 발표한 내 잘못"이라고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복지부는 15일 ‘국가비전 2030 건강투자 전략’ 브리핑을 통해 “내년부터 임신부터 출산까지 필요한 모든 검사를 건강보험에서 무상으로 지원하는 ‘임신·출산 토털케어’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계획을 내놓자마자 구체적 예산 확보책이 불투명한 ‘설익은’ 정책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유 장관은 재원조달 방법으로 ‘담뱃값 인상 카드’를 또다시 내놓았으나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으로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고, 복지부 관계자조차 “건강증진기금 확충, 공공의료계획 조정 등으로 조달한다는 계획밖에는 논의사항이 없다”고 토로해 구체적 예산 확보책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 50만명을 기준으로 임산부들이 임신에서 출산까지 보통 10회 초음파 검사(회당 4만~12만원)를 받으며 한차례 기형아 검사(회당 10만~20만원)를 한다고 가정할 때 드는 돈은 최대 4천억원. 올해는 황금돼지해로 출산율 증가가 예상되는데 이번 연도 예산이 1천억원인 복지부가 과연 어떻게 이 재원을 다 충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복지부는 건강보험 적용 서비스 분야조차 아직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17일자 국정브리핑을 통해 “2007년 예산에 반영된 프로그램은 올해 추진하고 2008년 시작되는 사업은 정부의 예산편성 시기에 맞춰 자체 예산의 구조조정, 신규재원 확보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며 “예산편성 일정상 아직 재원조달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일부 사업의 현실성 여부를 거론하지는 말아달라”고 난색을 표했다.

복지부는 2008년부터 ‘임신·출산 토털케어’를 도입해 산전 진찰, 초음파, 기형검사 등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산모수첩에 바우처(쿠폰)를 첨부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건소에서 무상 실시할 계획이다.

"똑똑한 산모 많아져야 분만도 달라져요"
[인터뷰] 김상현 인권분만연구회 회장

우리나라에 인권분만을 처음 도입한 김상현 회장(사진). 산모와 아기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분만철학을 갖고 지난 2001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정부에서 자연분만의 의료수가를 현실에 맞게 올린다는 발표를 했지만 실제 체감도가 낮아 여전히 제왕절개를 선호하는 게 우리 의료계의 관행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따끔하게 충고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자연분만은 일반환자로 받기 때문에 개인병원일수록 서로 하려고 애쓴다며 오히려 제왕절개는 수가가 낮은 보험환자라 종합병원으로 보낸다는 것.

따라서 출산율은 낮지만 상대적으로 자연분만율은 높다. 또 분만보조금으로 정부에서 30만엔(약 240만원)을 지급하고 직장에서도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급하는 자연분만 지원 금액(약 8만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김 회장은 생색내기용 출산지원정책이 아니라 피부에 와닿는 출산정책을 펼치려면 전국의 보건소를 활용해 분만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갖도록 산모 교육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그는 "산모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여전히 주도권은 의사가 갖게 되고 의사 자신이 뚜렷한 소신을 갖지 않는 한 아무리 인권분만 간판을 내걸어도 제대로 된 분만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했다.

김 회장은 "인권분만을 표방한 병원이 전국 3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자체 조사 결과 밝혀졌다"며 "어디까지나 병원 자율에 맡기고 있어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지도 실태를 알 수 없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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