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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격추용 무기 가상도.
위성 격추용 무기 가상도. ⓒ www.ndu.edu

만약 중국이 미사일로 위성 파괴 실험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중국의 의도는 무엇일까? 특히 최근 중국이 미국과 일본 내에서 일고 있는 '중국위협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위성 파괴 실험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중국의 의도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우선 중국은 미국의 우주전략을 의식해 러시아와 함께 우주의 군사적 이용을 금지하는 국제제도 구축을 주창해온 나라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중국의 위성 파괴 실험은 외교 전략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

21세기에도 미국의 패권을 유지·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주의 군사적 선점이 필요하다고 인식해온 부시 행정부는 자국의 우주정책을 국제적 통제 하에 두는 것을 극구 거부해왔다. 특히 위성 파괴 실험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을 체결하자는 국제사회의 제안에 대해 "미국은 우주에서 행동의 자유를 추구할 권리"가 있다며 거부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위성 파괴 실험은 한편으로는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야기하는 측면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패권적인 우주전략을 도마 위에 올려놓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1986년 미국의 실험 이후 20여년 만에 이뤄진 중국의 위성 파괴 실험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금 환기시켜 위성 파괴 실험을 금지하는 조약을 거부해온 부시 행정부를 압박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미국의 군사 패권전략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의 상당 부분을 위성에 의존하고 있다. 정보, 통신, 항해뿐만 아니라, 정밀유도무기, 미사일방어체제(MD), 그리고 미국이 21세기 전쟁수행방식의 핵심적인 개념으로 삼고 있는 네트워크 중심전(network-centric warfare)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군사전략의 핵심에는 위성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미국이 21세기의 잠재적인 경쟁자로 중국을 삼고, 중국이 미국과 대등해지는 것을 사전에 좌절시키겠다는 전략을 채택한 것은 중국으로서도 큰 부담이다. 그러나 미국을 상대로 대규모의 군비증강이나 군사동맹 결성에 나설 경우, 경제성장에 차질을 빚을 뿐만 아니라 '중국위협론'을 확대재생산시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을 걱정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중국의 위성 파괴 실험은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상대로 한 최소한의 억제력은 유지·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위성을 십분활용해 군사패권주의를 강화한다면, 중국은 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비대칭적인 전력을 확보함으로써, 힘의 열세를 상쇄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이번 위성 파괴 실험은 미국의 MD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MD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적의 미사일을 탐지·추적·식별할 수 있는 최첨단 위성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이 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확보했다는 것은 미국의 MD 체제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우주 군비경쟁 가속화될 듯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두 가지 의도 모두 충족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미국이 중국의 위성 파괴 실험에 당황해 우주의 군사적 이용을 금지하는 국제조약 체결에 적극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러한 태도 변화가 중국의 무력 시위에 굴복한 것으로 비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대중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이 무력 시위의 방식으로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려고 한다면, 중국이 내세우고 있는 '평화발전론'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의 위성 파괴 실험 실시는 중국에게도 득보다는 실이 더 커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미국의 대응 방식으로 모아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의 강경파들은 21세기도 자신의 세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주에 대한 군사적인 선점과 경쟁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야망은 우주마저 군비경쟁의 공간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국제사회의 인식과 막대한 예산 지출에 대한 미국 내 반감 등으로 차질을 빚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미국의 강경파들은 중국의 위성 파괴 실험을 계기로 한층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 군비경쟁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이어질 기사: 심층분석-(하) 미국의 우주 패권전략은?


#위성 격추#위성 격추용 무기#우주 군비경쟁#우주 선점#탄도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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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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