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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서 따로 공부하기 힘든 학생들의 실정을 감안해 필자는 무조건 수업 시간 내에 암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이 쉰이 넘어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백인 아저씨 유대봉씨에게는 버거운 모양이다.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열 스물 서른 마흔'을 세고 있는데 유대봉 씨가 '쉰'을 세야 할 때 다시 막히고 만다.
그때 야후에 근무하는 또 다른 백인 학생 이보명씨가 유대봉씨에게 '바이씨클'이라고 하면서 자전거 타는 동작으로 힌트를 준다. 처음에는 '자전거'와 '쉰'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었지만 나중에 '스윈'이라는 명품 자전거 브랜드가 있는 것을 알고서 이보명 씨의 재치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렇게 유대봉씨는 '쉰'을 암기할 수 있었다.
그 다음 고개는 '예순'인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연상되는 것이 없었다. 그때 필자가 생각한 것이 '예수'라서 '예수'가 영어 '지져스'의 한국 발음이라고 이야기 해 주면서 그런데 60과 예수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때 유대봉씨가 '666'이라고 하면서 '예수'와 '예순'의 관계를 만들어냈다. 이제 '쉰'은 '자전거'와 '예순'은 '예수'로부터 떠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 학생들은 1부터 100까지 순 한국 숫자나 한자 숫자 모두 셀 수 있고, 자신의 전화번호를 듣기 좋게 불러줄 수 있으며 고양이를 셀 때에는 '한 마리, 두 마리' 이렇게 셀 줄 알고 사람을 셀 때에는 '한 명, 두 명'이라고 셀 줄 알게 되었다.
한국 사람들도 힘들어 하는 우리 숫자를 한국식으로 손가락을 꼽아가며 세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한국 숫자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필자의 산문집 '한국어 사세요!'에 나온 자신들의 사진을 보면서 신기해 하는 사랑스런 제자들의 모습을 보며 돈도, 명예도 없는 일이지만 이 길을 택한 것이 아주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보게 된다.
덧붙이는 글 |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본 기사는 미국 로칼 신문 '코리아나뉴스'에도 송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