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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민주항쟁20주년기념 경남추진위 발족식이 13일 오후 천주교 마산교구청 대강당에서 열렸다.
ⓒ 윤성효
'6월 민주항쟁 20주년기념 경남추진위원회'(준비위원장 김영식 신부)가 발족했다. 13일 오후 3시 천주교 마산교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발족식에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소속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한열 모친 배은심씨 "6월항쟁일을 국가기념일로"

▲ 고 박종철 열사 부친 박정기(왼쪽)씨와 고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씨.
ⓒ 윤성효
이날 발족식에서는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와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가 강연해 관심을 끌었다.

박정기씨는 "초청강연이라고 하는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과 같다"면서 "20년전 민중의 함성이 이 자리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1987년 1월 14일(박종철 열사가 고문으로 죽은 날) 이후 6월 9일 이한열이가 최루탄에 쓰러졌으며, 그 뒤 6·29까지 많은 일을 겪었다"면서 "민중들의 모든 함성은 독재타도와 대통령 직선제를 갈망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박씨는 "6·10항쟁 20주년을 맞아 전국 모든 사람들이 다시 힘을 모아 가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은심씨는 "그동안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다. 어떤 때는 괴롭더라. 그동안 어딘가 모르게 짓눌린 것 같았고 마음이 무거웠다"면서 "지금까지 눈치로만 산 거 같은데 오늘 이 정도의 행사를 하는 것을 보니 앞으로 많은 역사발전이 이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배씨는 "엊그제 서울에서 6·10항쟁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해야 한다는 공청회가 있어 갔더니 4당이 다 왔더라"면서 "거대한 4당이 다 모인 것을 보고 국가기념일로 못 만들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로 한나라당 의원도 왔으니 오늘 한 말을 번복하지 말고 그렇게 해달라"고 말했다.

@BRI@배씨는 "6·10항쟁은 국가기념일로 제정해야 한다"며 "현재 헌법에 보면 6·10항쟁에 대해 기술되어 있지 않는데 역사적 기록으로 남도록 해야 한다. 국가기념일을 만드는 일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여기 모인 사람들이 힘을 써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배씨는 "자식을 보내놓고 눈물을 감추려고 애썼고, 지금은 그만 울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면서 "민주·평화·통일·평등 등 모든 사람들의 염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연을 마친 박정기씨는 이날 저녁 부산 혜광고에서 열리는 박종철 열사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곧바로 부산으로 향했다.

▲ 발족식에 참석한 박정기 배은심씨와 고영진 경남도교육감, 김혁규 의원(왼쪽부터)이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권영길 "20년전 '6월항쟁' 주인 다시 찾자"

발족식은 1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이날 김영식 준비위원장은 발족식에서 대회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건강이 나빠 행사장에는 참석했지만 연단에서 서지 않았다. 축사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소속 국회의원 1명씩만 했다.

김 준비위원장은 행사자료집을 통해 "오늘 이 자리에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6월 민주항쟁 20년 사업을 추진할 조직을 꾸리고 출사표를 던지는 날"이라며 "우리의 꿈은 우리가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한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문명희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사업추진위' 부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서울에서만 6월항쟁이 일어났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마산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일어났다"면서 "올해 선거가 있는데 다시 마음을 다 잡고 누가 20년 전의 함성을 다시 일으켜 세울 분인지 깊이 생각해 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고영진 경남도교육감은 "그동안 이룩한 역량을 바탕으로 화합과 통합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일에 힘과 지혜를 모아 나가자"면서 "아무쪼록 우리 고장 경남이 새로운 시대의 요구사항을 누구보다 먼저 받아들여서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혁규 의원(열린우리당)은 "당시 미국에서 민추협 활동을 했으며, 6월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 등을 얻었지만 아직 우리 정치는 지역감정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화유공자법을 제정할 수 있었던 것도 정권교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이주영 의원(한나라당)은 "16대 의원 때 민주화운동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을 심의할 때 3·15를 민주화 운동의 효시로 제시하기도 했고 그 차원에서 6월 항쟁도 명시하도록 했다"면서 "6월 항쟁의 의미를 살리면서 민주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벌여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영길 의원(민주노동당)은 "복잡한 심정으로 여기에 섰다. 축사보다는 참회·반성과 새로운 출발을 다지자는 호소를 하고 싶다"면서 "신영복 선생이 쓴 '처음처럼'이란 글귀가 지금은 소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데, 이 자리에서 필요한 게 '처음처럼'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또 권 의원은 "6·10항쟁은 몇 사람으로 성공한 게 아니라 그 주체는 이름 없는 민중이었다"며 "20년전 주인을 찾아 섬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세웅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사업추진위 상임공동대표와 김태호 경남도지사, 박판도 경남도의회 의장 등도 홍보자료집에 축사를 실었다.

이날 발족식에는 천주교 마산교구장인 안명옥 주교를 비롯해, 강기갑 의원,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 김영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장, 김종대 3·15기념사업회장, 이은지 등 경남도의원, 이흥석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정광식 마산시의회 의장, 이종엽 창원시의회 부의장 등이 참석했다.

ⓒ 윤성효
'6월항쟁' 자료집 발간·시민축제 등 벌이기로

6월 민주항쟁 20주년기념 경남추진위는 지난 해 6월부터 시작되었다. 김영식 신부 등 지역인사 20여명이 6·10항쟁 19주년 기념식을 마산에서 가진 뒤, 기념행사와 기념책자 발간 등을 제안하면서 모임 결성이 시작되었다.

지난 해 7월 발기인 모집에 들어갔으며, 마산 상남동에 사무실을 마련하기도 했다. 경남추진위는 마산과 창원을 중심으로 한 중동부경남위원회와 진주를 중심으로 한 서부경남위원회를 두기로 했으며, 지난 해 11월 30일 창원 성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지역 인사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남추진위 결성 설명회가 열렸다. 경남추진위는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을 열고 발족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경남추진위는 앞으로 ▲경남지역 6월민주항쟁 자료집 발간 사업과 ▲민주주의 시민축제(6월 10일), ▲함께하는 유월(공연, 문예공모 등) 등의 사업을 벌인다. 경남추진위는 고문단과, 자문위원단, 공동대표 등의 조직을 두고 있다.

경남추진위는 이날 발족취지문을 통해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는 노동자, 농민 등 민중운동 조직이 본격 태동하고 민족화해와 통일운동이 발전하는 등 모든 방면에서 민주화의 진전이 시대적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면서 "우리 모두의 가슴에 살아 숨쉬는 그 열정과 감동을 새로운 용광로에 녹여 20주년기념사업에 쏟아 부을 것을 다함께 결의한다"고 밝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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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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