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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메타세쿼이아 거리에 눈발이 휘날리고 있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거리에 눈발이 휘날리고 있다 ⓒ 고병하
가는 길에 먼저 담양 메타세쿼이아 거리에 멈춰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담양에 가면 늘 한번씩은 멈춰서 걸었던 곳이라 아이들은 새삼스러워 하지도 않았다. 그저 추우니 어서 차에 타자는 표정이었다. 엄마 마음도 몰라주고 말이다.

곧이어 담양 리조트를 지나서 금성산성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날씨에도 주차장엔 차가 많이 주차되어 있었다. 하긴 주말이니까 그렇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곧이어 우리 가족과 형님, 시숙님은 산성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조금만 오르면 산성이 있다고 했더니, 우리 딸 자연이가 왜 이렇게 산성이 안 나오냐며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금성산성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 우리 가족들의 모습이다
금성산성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 우리 가족들의 모습이다 ⓒ 고병하
좀 지나자 제법 눈이 많이 내리고 바람이 세게 불어서 모두 모자를 쓰고 장갑을 끼고 걸었다. 하지만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는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어찌나 많이 내리는지 얼마 되지 않은 사이에 온 산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형님이 내개 우스갯소리를 하신다.
"이런 날 일하러 가라면 안갈 텐데~"
"맞아요. 이렇게 추운날 일하러 가라면 안가죠~"
형님의 농담에 크게 웃었다. 소한 추위에 일하라고 하면 입이 대자나 나올 건데 나 좋아서 가는 길이니 말이다. 40분정도 걸어서 오르니 외남문이 나왔다. 그런데 외남문이 눈발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많이 내렸다.

금성산성 외남문이 강한 눈발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있다
금성산성 외남문이 강한 눈발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있다 ⓒ 고병하
옛날에 어떻게 이런 곳에 성을 쌓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산성은 높은 곳에 있었다. 여기서 금성산성에 대해 조금 알아보자.

사적 제353호인 금성산성은 전남 담양군 금성면에 위치해있다. 산성은 우리나라 성곽의 대표적인 형태로 산의 지세를 최대한 활용하여 능선을 따라 축조한다. 평야를 앞에 둔 산에 자리 잡는 것이 보통인데, 평지와는 동떨어진 깊은 산속에 쌓기도 하였다.

금성산성은 연대봉, 노적봉, 철마봉 봉우리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성벽을 쌓았다. 산성의 전체 길이는 약 6km에 달한다. 산성의 축조시기는 고려 우왕 6년(1380) <고려사절요>에 언급되고 있는 점으로 보아 적어도 고려말 이전으로 볼 수 있다.

주변이 절벽이라 접근이 어려운 지리적 특성 때문에 임진왜란 때는 의병의 거점이 되었다. 중앙에는 높이 10m의 망루가 세워져 있는데 여기에 화포가 설치되었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1894년 갑오개혁 때 혈전이 벌어져 각종 시설이 불타고 동·서·남·북문의 터만 남아 있다. 또한 한국전쟁 때에는 성안에 있던 금성사가 불에 타 현재 주춧돌만 확인된다. 지금의 모습은 최근에 복원된 것이다.

금성산성이 있어서 산성산이라 불려온 이 산은 담양 벌판의 배후를 이루는 병풍산~추월산~산성산 산악지대의 외곽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유난히 이 산 안에 유래가 깊은 산성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물이 흔하고 산성이 쌓기에 적당한 규모의 계곡을 끼고 있으며, 산성 안쪽의 지형은 유순한데 외곽을 이루는 사면에는 절벽이 길게 형성되어 있어 외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좋은 입지조건 때문이다.

강한 눈발에도 자연이가 큰 엄마 손을 잡고 드디어 남문에 도착했다
강한 눈발에도 자연이가 큰 엄마 손을 잡고 드디어 남문에 도착했다 ⓒ 고병하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눈이 내렸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눈이 내렸다 ⓒ 고병하
청바지를 입고 산에 올랐던 자연이와 준호는 춥다며 더 이상을 싫다고 빨리 내려가자고 졸라댔다. 150m만 가면 동자승들을 만날 수 있는데, 추위에 떠는 아이들을 보고 포기해야 했다. 아쉽긴 했지만 말이다.

위에서 바라본 금성산성의 모습이 아름답다
위에서 바라본 금성산성의 모습이 아름답다 ⓒ 고병하
금성산성 너머로 담양 들녘이 보인다
금성산성 너머로 담양 들녘이 보인다 ⓒ 고병하
더 오르고 싶었는데 춥다고 우는 자연이 때문에 내려가고 있다
더 오르고 싶었는데 춥다고 우는 자연이 때문에 내려가고 있다 ⓒ 고병하
눈발이 강해져도 등산객들의 발길은 끊임 없었다
눈발이 강해져도 등산객들의 발길은 끊임 없었다 ⓒ 고병하
금성산성 성곽이 눈에 덮여 있다
금성산성 성곽이 눈에 덮여 있다 ⓒ 고병하
비록 눈이 내리고 추웠지만 아이들과의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나섰던 길이었는데, 아들 준호는 추억이 아니라 악몽이었다고 투덜댔다. 하지만 장래에 커서 아련한 추억으로 남을 거라 확신한다. 방학 때 아이들과 같이 오르기에 좋은 곳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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