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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자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다. 그만큼 미국을 방문하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지난 한해 동안만 40만 명이 새로 미국 비자를 받았다. 하루에 거의 2000건 꼴로 비자발급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요즘 같은 방학 시즌에는 하루 신청자가 3000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비자발급 절차가 얼마나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관심이지만, 궁극적 관심사는 한·미간 비자면제의 실현이다. 이는 한·미간 안보나 경제 분야의 뜨거운 이슈들 못지않은 주요 현안이기도 하다.

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15일 서울에서 제9차 비자 워킹그룹회의를 갖고 한국이 미국의 비자면제프로그램(VWP)에 가입하기 위한 1년 간의 '로드맵'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현재 3.5% 수준인 한국의 비자거부율을 VWP가 요구하고 있는 3%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국무부와 국토안보부 등 양국 관련 기관들 사이에 협조할 내용이 담겨있다.

▲ 줄리아 스탠리 주한미대사관 총영사.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 회의의 미국측 수석대표였던 줄리아 스탠리 주한미국총영사를 4일 만나 주한미국대사관의 비자정책과 한국의 VWP 가입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스탠리 총영사는 이날 세종로 주한미국대사관 내 자신의 집무실에서 진행된 <오마이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이 최근 비자면제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한국과 같은 나라를 재평가할 시점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본다"며 "한국은 후보 중에서도 매우 유력한 후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한국을 비자면제 대상국으로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 그러나 "로드맵이 완료되는 1년 후면 비자면제가 가능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다른 조건들도 있기 때문에 시기는 예측하기 어렵다"며 조심스런 자세를 보였다.

스탤리 총영사는 다른 조건들로 ▲생체정보가 담긴 전자여권 사용 ▲미국 내에서 이민 관련 위법률이 낮을 것 ▲보안조치 강화 등을 들었다. 특히 위법문제와 관련 최근 문제가 된 관광비자로 입국한 한국 학생들의 미국 공립학교 입학이나 한국인 여성들의 미국 내 성 매매 행위 발각 등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국가가 범죄자의 입국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미국에 가서 이민법을 위반하게 되면 한국의 비자면제 프로그램 가입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자거부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자신의 방문 목적에 따라 어떤 종류의 비자를 신청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탠리 영사는 1982년 외교관 생활을 시작, 자마이카, 모로코, 예멘, 영국, 프랑스 등에서 근무했으며, 지난해 9월 한국에 부임했다.

다음은 스탠리 총영사와의 일문일답.

▲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다.
ⓒ 연합뉴스
비자 거부율 3.5%...3%이하로 낮춰야 면제 면제국 가능

- 올해 비자발급 절차에서 개선점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가?
"항상 개선방법을 찾고 있다. 이렇게 미디어와 접촉하는 것도 미국 비자를 신청하려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보를 정확히 제공할수록, 인터뷰 때 솔직히 말하면 말할수록 서로 작업이 더 빨라진다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다."

- 비자발급을 거부당하는 것은 주로 어떤 이유들인가?
"영사들은 비자 신청자들이 미국에 가서 영원히 거주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인터뷰에 임한다. 신청자들에게 질문할 때 왜 한국에 돌아와야 하는지 확실한 이유를 요구하는 것이다. 만약 신청자가 갖고 있는 직장, 가족, 재산, 사업체에 대해서 말해주면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먼저 웹사이트 등을 방문해서 자신이 어떤 종류의 비자를 신청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알도록 영사들의 당초 가정을 뒤집을만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인 수는 세계 5위다. 방문자 수 8위까지 국가 중 비자를 요구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비자면제 프로그램은 약 20년 전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한국은 미국 비자에 대한 수요가 적었기 때문에 후보국으로 고려되지 않았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은 한편으로 방문객을 환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더 안전한 국경을 제공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점을 잘 조화시켜야 한다. 최근 조지 부시 대통령이 비자면제 프로그램과 관련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언급을 했는데 이 프로그램을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할 때가 온 것이라는 신호로 본다. 한국과 같은 나라를 재평가할 시점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본다."

- 비자거부율 0.5%가 모자라 한국이 비자면제 프로그램 못 들어가고 있는데 대사관측에 의지만 있다면 일선 창구에서 영사들이 유연성 발휘해 낮출 수 있는 수치 아닌가?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 비자면제를 위해서는 거부율 이외에도 갖춰야 할 몇 가지 요건이 있다. 첫째는 안전한 여권이다. 생체 정보가 담긴 전자여권이 필요한데 한국은 2007년 말이나 2008년 초에 도입할 예정이다. 둘째는 미국에서 이민 관련 위법률이 낮아야 한다. 셋째 양국간 협력이 돈독해야 한다. 보안과 여행자 문서 상에서 협력이 있어야 한다."

▲ 주한 미국대사관 비자발급 인터뷰룸에서 비자 신청자들을 인터뷰하던 주한 미대사관 직원이 책상위에 쌓인 비자신청 서류더미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관광비자 받아 미국학교 입학은 이민법 위반"

- 외교통상부와 지난 해 말 만든 로드맵은 어떤 내용인가?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국가는 미국과 협력하겠다는 협정을 맺게 돼있다. 한국도 그것을 맺은 것이다. 양국이 자주 만나서 한국 국민들에게 어떤 절차를 거쳐야지 거부율이 낮아질 수 있는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국민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합의했다. 비자 받고 미국 가서 이민법 위반하게 되면 면제 프로그램 가입도 어려워진다는 것을 이해시켜야 한다. 어린 아이가 관광비자를 받아서 미국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이민법 위반하는 것이며 면제 프로그램 가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성 매매에 개입하는 것도 이민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 지금 시점에서 이런 문제들이 불거진 이유는?
"받은 비자가 허락하지 않는 다른 활동을 하는 데서 문제가 출발한 것이라고 본다. 예전부터 있었던 문제인데 한국이 비자면제 프로그램 가입을 전면적으로 검토하다 보니까 문제가 드러난 측면은 있다."

- 목적에 맞는 비자신청이란 점에서 한국의 인식은 낮은 편이라고 보나?
"그런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웹사이트에 비자 종류가 자세히 설명돼 있다. 영사들에게도 교육단체, 종교단체 등을 방문해서 설명토록 하고 있다. 의문이 있으면 문의해줄 것을 장려한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미국대사관 카페 등 웹사이트에 질문이 올라오면 답변도 해주고 있다."

- 한국 어린 학생들의 유학을 미국측은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 학생들이 미국으로 많이 오는 것을 환영하고 기쁘게 생각한다. 똑똑하고 유능한 학생들을 맞는 것보다 기쁜 일은 없다. 미국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된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고, 인적 교류 면에서도 환영한다. 그러나 어린 학생들의 경우는 다르다. 사립학교들은 외국 학생들도 받아들이고 있지만 공립학교는 납세자의 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시민권자, 영주권자를 위한 학교다. 물론 그들이 학업 계획에 대해 얘기하고 올바른 종류의 비자만 갖고 있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목적에 맞는 비자 신청으로 거부율 낮출 수 있다"

▲ 줄리아 스탠리 주한미대사관 총영사.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국인의 성 매매 문제는 미국 입장에서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인가?
"모든 국가는 범죄자의 입국을 막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성 매매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미국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 비자 받은 이후 범죄 의도 가지고 입국한다면 한국 같은 나라가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가입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 로드맵이 완료되는 1년 후면 비자면제가 가능하겠는가?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전자여권이 한가지 요건사항이다. 부시 대통령은 3%와 관련해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동시에 보안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의회와 국토안보부가 보안 강화 방법 모색하고 있다. 시기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도 지난 수년간 한국의 거부율이 낮아졌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한국이 후보 중에서도 매우 유력한 후보라고 할 수 있다."

- 과거 반미시위 경력 때문에 미국비자 못 받는 경우가 있던데 어떤 기준 갖고 있나?
"미국 헌법에는 미국시민뿐 아니라 아닌 사람에게도 표현의 자유 보장하고 있다. 여타 국가에게도 표현의 자유 강화하라고 얘기하고 있다. 시위를 하다 보면 체포 당하는 사람도 생겨난다. 비자신청 하는 사람에게는 체포 당한 기록도 요청하게 된다. 하지만 미국을 비판하는 평화적 시위에 참가한 사람은 비자 받는데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비자 발급에 영향을 미칠만한 범죄 종류에 대한 법이 있다."

- 한국 생활은 어떤가?
"대도시에 사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서울이 좋다. 활기 넘치고 역동적인 도시라 생각한다. 한국 국민들이 지혜를 발휘해서 오래 된 건축물을 도심에 곳곳에 남겨두고, 공원을 조성하고, 그런 점에서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지방도 둘러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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