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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자료사진).
노무현 대통령(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클린턴 전 대통령도 엄청나게 많은 말을 했고, 토니 블레어 총리도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국회의사당에 나와서 야당 지도자와 토론하지 않습니까? 치고받고, 반박하고 비꼬는 말도 하지 않습니까? 그 속에서 정치가 이루어지는 것인데, 날더러 말을 줄이라고 합니다. 합당한 요구가 아닙니다. 환경이 이렇다 보니 부득이 저도 온몸으로 소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온몸으로 소통을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위촉장을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들과의 오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에 앞서 21일 민주평통에서 자신의 연설이 '막말'논란으로 번진 것에 대한 답변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소통의 문제였다"면서 "대화가 안 되더라도 타협이 안 되더라도 말귀는 통해야 하는데, 서로 안 통하는 것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또 "독재자는 힘으로 통치하고 민주주의 지도자는 말로써 정치를 한다"면서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수단 가운데 중요한 것이 인사권과 말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제에 대해 "기본인자들이 상향식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주적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열린우리당은 최근 기간당원의 조건을 완화한 기초당원제로 바꿨다. 이에 대한 노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50년쯤 소비자 주권시대 열릴 것"

노 대통령은 또 "한국도 물질적 자본 축적은 될 만큼 됐다"면서 "앞으로 중요한 것은 사회적 자본을 어떻게 축적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인데, 어느 정도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면 2050년쯤 소비자가 주권자가 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본다"고 예측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28일 노 대통령의 발언을 브리핑한데 이어, 2일 오후 발언 전문을 <소비자주권의 시대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브리핑에 올렸다.

다음은 대통령의 발언 요약이다.

@BRI@[진보의 가장 획기적인 동력은 민주주의] "되돌아가지 않는 역사를 진보라고 생각한다. 저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와 평등의 권리가 보다 넓게 확산돼 가는 것, 제왕이 가진 자유와 풍요와 권력과 영광이 보통 사람들에게 다 나누어지는 전체의 과정을 역사의 진보라고 생한다. 역사의 진보는 오랜 세월동안 이루어져 왔지만, 가장 획기적인 진보의 동력은 그야말로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저는) 위대한 사상은 인정하지만, 절대적인 사상은 인정하지 않는 쪽이다. 민주주의는 자기 이론의 근거, 자기 가치의 근거에 대해서 스스로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위대하다. 그리고 그저 관념의 세계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현실로서 업적을 남기고 있기 때문에 위대하다. 인간의 가치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가치가 있다. 그것이 동양의 민본주의처럼 가치만 선언한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를 함께 창안해 냈다는 점에서 훌륭한 것이다.적어도 저 같은 사람도 대통령이 될 수 있을 때까지 제도를 만들어 낸 것을 보면, 확실히 민주주의는 존중할 만한 가치,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시장경제 역시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그 우월성을 분명히 증명했다. 이를 확실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사상 체계 역시 민주주의다."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 "직접 권력과 싸워서 역류할 수 없는 데까지 우리 국민들이 밀고 갔다. 그 다음에 남은 것이 특권과 유착의 구조이다. 문민정부 이래 우리 사회가 투명화 돼 나가면서 특권과 유착이 하나하나 해체돼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참여정부에서 적어도 4대 권력기관 정도는 특권과 유착구조가 해체됐다. 반칙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 다 이해하고 계시지 않나. 저는 이것이 특권과 유착의 구조를 해체하는 역사적 과제라고 생각했고, 민주주의의 일대 진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새로운 정부들이 가지고 있던 기득권들, 소위 권위주의와 지역주의이지 않나. 권위주의라고 하는 정치적 기득권 역시 해체해 나가고 있지 않나. 해체하는 과정이 너무 급진적이어서 그런지 저한테 '강력한 정부 좀 하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 이것은 거의 완결돼 간다.

합리적인 사회로 갈 수 있는 토대가 특권과 유착의 구조를 해체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향후과제 : 대화와 타협·사회적 자본축적] "보다 더 높은 수준의 단계는 사회적 통합이다. 민주성, 자율성, 창조성을 바탕으로 헌신과 희생, 양보를 통해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사회라야 비로소 수준 높은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 아니겠나.

이제 개인의 권리를 자유와 창의·다양성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민주주의의 통합 수준에서 사회의 미래를 내다볼 때가 된 것이다.

독재정권의 전제 권력은 나누지 않기 때문에 통합될 수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나누어 놓고 관용하고 서로를 존중하기 때문에 통합될 수 있는 제도이다. 나누어서 하나로 갈 수 있는 이 단계가 우리가 가야 하는 단계이다.

오늘 아침에 제가 새로운 책을 하나 받아서 잠시 읽었는데, '상생경영'이라는 책이다. 소위 사회적 자본이라는 개념을 담고 있다. 자산이 무엇인지 따져봤을 때 신뢰, 원칙, 단결, 개방 이렇게 얘기돼 있다. 읽어보니 개방은 투명성을 뜻하고 단결은 헌신을 말하는 것이었다. 원칙, 신뢰, 개방, 단결, 이 네 가지는 제가 얘기하는 원칙, 신뢰, 투명, 그리고 대화와 타협, 이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참여정부의 원리다.

저는 눈에 보이는 물질적 가치, 물질적 자본의 축적은 한국도 될 만큼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세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사회적 자본을 어떻게 축적해 가느냐 하는 것이다. 신뢰라는 자본, 원칙이라는 자본, 투명성이라는 자본을 어떻게 축적할 것인가. 이렇게 봤을 때 신뢰는 결과이기 때문에 아직 쌓이진 않았지만, 원칙과 투명성은 많이 진보했지 않나? 진보한 것이 사실이라면 한국이 발전하는 것은 필연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가장 어려웠던 것이 소통문제"

[민주주의 향후과제 : 대화와 타협·사회적 자본축적-소통] "참 어려웠던 것이 소통의 문제이다. 말귀가 서로 안 통하는 것이 요즘 너무 많다.

'너 왜 반미(反美) 안 하냐?'고 노골적으로 얘기하진 않지만, 심정적으로 그렇게 질문하는 사람이 있다. '너 왜 반북(反北) 안 하냐?'고 질문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 반북해서 미래가 열리겠나? 반미해서 감당할 수 있겠나? 우리 사회는 '너 어느 편이냐?'하는 식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좀 어렵다. 그래서 소통이 어렵다. 가끔 제왕론에 근거한 조언들이 많아서 참 괴로울 때가 많다.


소통 얘기를 하나 더 하자면, 저더러 말을 줄이라고 한다. 방송뉴스를 봤더니 대통령이 말이 많다고 한다. 독재자는 힘으로 통치하고 민주주의 지도자는 말로써 정치를 한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왜 성공했느냐, 그 사람의 책을 보면 말을 잘해서 성공한 거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말 못하는 지도자는 절대로 지도자가 될 수 없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말의 달인, 말의 천재 아닌가? 물론 말만 잘한 건 아니다. 그런 말을 할 만한 사고력을 가지고 말을 한 것이다. 그 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적 능력과 사고력과 철학의 세계가 있으니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말이 나오는 것 아니겠나?

말로써 토론하고 그렇게 해서 성장하고, 말로써 선거하는 것이다. 내가 선거할 때 말 못하게 했으면 대통령이 어떻게 되겠나?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수단 가운데 중요한 것이 인사권과 말 아니겠나?"

[민주주의의 향후과제 - 복지와 소비자주권] "소비자가 주권자가 된 민주주의 상태가 최고의 복지를 가질 수 있는 국가이다. 아직도 권력은 돈과 정보를 가진 사람, 지식인들과 경제계, 특히 제도적으로 언론, 그 다음에 정부 권력, 여기 다 있지 않나? 소비자가 시장을 지배하고, 소비자가 정치를 지배하게 됐을 때 그때 복지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그것이 우리 민주주의의 최고도의 상태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정치를 정치인 수준으로 전략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 때, 미래를 역사가들의 철학적 통찰력 수준으로 통찰할 수 있을 때, 정치인 수준의 전략을 가지고, 정책하는 사람만큼의 전략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소비자 권력이 성립되는 것이다."

" 기간당원제, 상향식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주적 역량이 부족"

[민주주의의 향후과제-시민역량강화] "열린우리당이 가장 고통스러운 실험을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공직에 출마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이 모여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기간당원제도를 만들었다.

기본 인자들이 상향식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주적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더 급한 것이 또 있다 바로 시민의 역량이 우리가 말하는 상향식 민주주의를 해낼 수 있을 만큼 단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 가면 복지 정책은 그냥 나오게 돼 있다. 소비자도 소비 행위의 가치, 제품의 가치를 평가하면서 소비 활동을 하는 사회로 가게 됐을 때 복지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통일도 따라오는 것 아니겠나?

저는 그런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미래 사회에 대한 낙관 없이 국가 사회의 책임 있는 일을 맡는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낙관하는 사람만이 책임을 맡을 수 있다.

끊임없이 인간의 호기심을 충족하는, 새로운 것보다는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가치를 사모하는 그런 시대로 가지 않겠는가, 가치가 최고의 상품인 시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비전-소비자주권의 시대] "전 국민이 정치를 통해, 사회 시장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지배의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개인 인자들이 사회적으로 통제하려는 노력들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오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회적 자본을 어떻게 축적해 갈 것이냐 하는 점이다.

지금이 우리가 여기에 큰 역량을 집중할 단계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역량을 총집중해서 어느 정도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면, 마지막으로 2050년쯤이면 소비자가 주권자가 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본다. 그것이 제가 이 세상을 보는 눈이고, 저의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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