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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 1일, 추위에 벌벌 떨다가 일출도 보지 못했던 때입니다.
작년 1월 1일, 추위에 벌벌 떨다가 일출도 보지 못했던 때입니다. ⓒ 박병춘
그리고 일 년 후, 정해년 해맞이를 하기 위해 대전에서 출발하여 저 멀리 당진 왜목마을 앞까지 다녀왔습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서해 대교를 건널 때만 해도 해맞이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가 가득했습니다. 셋밖에 안 되는 아이들은 각자 소망을 준비하려고 분주했고요.

서해 대교입니다.
서해 대교입니다. ⓒ 박병춘
오전 7시 30분 남짓 일출이 시작된다기에 수원 처가에서 새벽 5시 40분에 나섰습니다. 30분 정도 지나 송악 IC를 빠져나왔는데, 석문 방조제 인근에 이르니 차량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하는 수없이 방조제 아래 갓길에 주차를 하고 해를 기다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석문 방조제 제방에 올라 일출을 기다렸답니다.
많은 분들이 석문 방조제 제방에 올라 일출을 기다렸답니다. ⓒ 박병춘
ⓒ 박병춘
석문 방조제는 10.6㎞로 동양에서 가장 긴 방조제라고 합니다. 방조제 곡선을 따라 가족끼리 연인끼리 많은 분들이 올라와 길게 늘어섰습니다. 이제 해가 솟아오르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작년과 다를 바 없이 구름이 잔뜩 낀 상황 속에 해는 자신의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자꾸만 자꾸만 임윤수 시민기자의 그 장엄한 일출 사진이 떠오릅니다. 똑같은 해라도 언제 어디서 누가 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철새 떼가 일출을 못 본 섭섭함을 달래 주었습니다.
철새 떼가 일출을 못 본 섭섭함을 달래 주었습니다. ⓒ 박병춘
그나마 가창오리 떼가 위로를 합니다. 해를 보지 못했으니 그래도 쉽게 볼 수 없는 새들의 힘찬 날갯짓을 보며 아이들과 감탄했습니다.

해 뜨는 시각이 꽤 지나자 왜목마을 쪽으로 진입했던 차량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갓길에 주차했던 차들도 고개를 돌려 왔던 길로 향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끝까지 방조제에 남아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마치 기적처럼 순간이나마 일출의 일부를 보았습니다.
마치 기적처럼 순간이나마 일출의 일부를 보았습니다. ⓒ 박병춘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이미 떠올랐던 붉은 해가 터진 구름 사이로 배꼼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순간을 놓칠세라 사진을 찍고 아이들을 모아 소망을 말하려 할 때쯤 해는 더 이상 구름을 뚫어내지 못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행담도 휴게소에 들렀을 때 마치 두꺼운 얼음을 녹여내듯, 돋보기 초점이 종이를 태우듯 해가 구름 밖으로 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오전 9시가 훨씬 지나서야 해는 자신의 본모습을 숨긴 채 구름 사이로 굵은 햇살만 뿜어냈습니다.

휴게소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으로 카메라로 그 장면이나마 담기 위해 분주했습니다.

행담도 휴게소 주차장에서 본 햇살입니다.
행담도 휴게소 주차장에서 본 햇살입니다. ⓒ 박병춘
행담도 휴게소를 빠져나와 서해대교를 건너려 할 때쯤 바다에 비친 햇살의 잔영이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잠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여전히 해는 구름 속에 머물며 본 보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서해대교 입구에서 바라본 정경입니다.
서해대교 입구에서 바라본 정경입니다. ⓒ 박병춘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가운데 그래도 새해 소망은 전해야 했습니다. 잠시 경계벽에 손을 얹고 하늘을 바라보며 소망을 빌었습니다. 감기 걸린다며 빨리 들어오라는 딸내미 목소리가 참 정겹게 들렸습니다.

물론 올해 첫날에 부른 노래가 있습니다.

"내일은 해가 뜬다아∼∼∼ 내일은 해가 뜬다∼∼∼!"

그리고 대전에 내려와 <오마이뉴스>를 열었습니다. 이미 이화영 시민기자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꿀, 꿀, 꿀' 기사로 감동에 젖어 있었는데, 세상에! 임윤수 시민기자의 '2006년 마지막 해부터 2007년 첫해까지' 기사가 장엄한 모습으로 떠올라 있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새해 일출을 보지 못한 섭섭함이 임윤수 시민기자의 일출 사진으로 모두 씻겨 내렸습니다. 아마도 올해 일출을 보지 못한 제 가족과 모든 분들에게 충분한 감동으로 다가섰으리라 확신합니다. 이 기회에 고마움 전합니다.

이화영 시민기자는 똥냄새 왕따까지 무릅쓰며 아기돼지 2200마리를 촬영하고, 그 3000여 장의 사진 중 정해년을 상징하는 2007장의 사진을 골라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연출해냈습니다.

12월 한 달 동안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그 후기까지 감동입니다. 보고 또 보면서 일출을 보지 못한 섭섭함을 달랩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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