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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사
운주사 ⓒ 정기상
@BRI@"설악산으로 가요."
"덕산 스파에 가요."
"덕유산 스키장에 가요."

아이들 셋의 의견이 모두 다 다르다. 가족 여행을 어디로 갈 것인가를 정하는 일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나이가 다르고 취향이 다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거기에 집사람의 생각까지도 달랐다.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싶었지만 그 것이 결코 쉽지가 않았다.

가자고 하는 이유는 모두 분명했다. 결국 집사람이 결정권을 가장인 나에게 위임했다. 아이들의 표정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설악산도, 스파도, 스키장도 아닌 천 불 천 탑으로 이름이 난 운주사(전남 화순군 도암면)로 가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불만의 표정이 분명했지만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는 세상
돌아가는 세상 ⓒ 정기상
2006년의 마지막 날에 출발하는 여행. 그런데 무거운 분위기이니 반전이 필요하였다. 집사람의 기지가 발휘됐다. 화제를 다양하게 바꾸면서 유도하는 집사람의 놀라운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의 얼굴이 완전하게 바뀌어져 버린다.

천불천탑
천불천탑 ⓒ 정기상
호남고속도로를 지나 화순으로 들어서는 유료도로를 타고 달리는 자동차 안의 모습은 화기애애했다. 아이들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어나니,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세상에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우뚝함을 느낄 수 있다. 가족 모두의 가슴에 하나가 되었으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하나 되는 과거와 현재
하나 되는 과거와 현재 ⓒ 정기상
운주사에 들어서니, 과거와 오늘이 하나가 되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적 312호로 지정되어 있는 경내에는 옛사람들의 향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꼭 서 있어야 할 곳에 우뚝 서 있는 탑들에게서 절실하게 기원하는 정성이 눈에 들어온다. 돌을 깎고 다듬으면서 얼마나 간절하게 기도하였을지 짐작할 수가 있다.

울림
울림 ⓒ 정기상
보물 796호 운주사 9층 석탑, 보물 798호 원형 다층 석탑 등 탑의 모습이 모두가 다르다는 점도 경이롭다. 그만큼 기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다양하고 개성이 존중되어지고 있는 듯하다. 보물 797호 운주사 석조불감을 바로보고 있노라니 지금 여기의 소중함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당시의 사람의 마음이나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나의 심정이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기원
기원 ⓒ 정기상
운주사의 풍경이 말해주고 있다. 지금 여기를 충실하게 채우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지난날의 잘못이나 부끄러움은 잊어버리고 이 순간을 순수함과 적극성으로 찬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는 흘려보내고 내일은 내일로 미루어야 한다. 오늘 이 순간이 영원하다는 것을 운주사의 천 불 천 탑이 말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2006년 12월 31일 전남 화순군 운주사에서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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