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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일본 도쿄에 한국과 일본의 시민기자들이 함께 하는 '한일 시민 친구 만들기'를 가졌습니다. <편집자주>
▲ 성게초밥과 달걀, 연어알이 들어간 김초밥이 먹음직하게 보인다
ⓒ 맛객
번쩍 눈을 떴다. 시간을 보니 아침 6시 30분, 윽! 5시에 일어나리라 마음먹었는데. 전날 새벽 3시까지 일본 체험 후 호텔로 돌아와 잠자리에 든 시간은 3시 30분. 얼큰하게 취한 상태에다 알람도 안 해놓고 1시간 30분 만에 일어난다는 건 실상 무리였다.

잠시 고민한다.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일본 최대의 수산시장인 쯔키지 어시장, 사실 일본에 오기 전부터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쯔키지 어시장에 가보리라 비밀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BRI@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하니 기회는 오늘(16일) 밖에 없다.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시민기자 집합시간이 오전 9시여서 그때까진 돌아와야 한다. 벌떡 일어났다. 그래 가자! 안 가면 후회한다.

택시를 탔다. 기사 역시 친절한 국민답다.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들면 기사도 손바닥을 보이며 알았다고 응답한다. 작은 서비스가 기분 좋게 만든다. 일본에 오기 전, 일본통에게 물어보니 숙소가 있는 신주쿠에서 어시장까진 대략 3천 엔에서 4천 엔 나온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만4000원~3만2000원 가량이다. 서울에서 술 마시다 차 끊겨 택시타고 부천까지 가는 비용과 엇비슷하다.

일본에서 되도록 택시는 이용하지 말라고 했지만 어쩔 수 없다.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택시를 탄다는 생각은 일부러 하지 않았다. 해상관광을 위해 유람선을 타듯, 시내관광을 위해 택시를 탄다고 생각하니 택시비 지출에 대한 위로가 된다. 일본도 토요휴무제다. 다행이다. 차가 별로 없는 도로를 질주해 30여분 만에 도착한 시장. 요금은 정확하게 3천 엔.

▲ 쯔키지어시장, 일본 최대의 수산시장이다
ⓒ 맛객
시장으로 들어선다. 활기! 이 한 마디로 정의된다. 라면가게나 우동을 파는 가게 앞에는 사람들이 줄 서 있고, 여기저기 서서 먹는 사람들이 보인다. 참 분주한 사람들, 시장 분위기는 우리나 그네나 별반 다르지 않다.

▲ 이른 아침부터 라면이나 우동 같은 걸로 식사하고 있다.
ⓒ 맛객
그 집 초밥 맛이 그렇게 유명해?

쯔키지 어시장을 탐방 계획에 넣은 건 두 가지 이유에서다. 수백 마리가 넘는 참치를 늘어놓고 하는 경매를 눈으로 확인하고, 또 하나는 스시다이와(壽司大和)의 초밥을 맛보고 싶어서다. 일단 스시다이와부터 찾기로 한다. 새벽 5시에 문을 열어 오후 1시면 문을 닫는다는 그 집은 언제나 줄서서 기다려야 맛을 볼 수 있다고 한다.

▲ 30여명 넘는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일본에선 너무나도 당연하고 흔한 모습이다.
ⓒ 맛객
절로 마음이 바빠진다. 한 시라도 빨리 도착해야 기다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못 찾으면 어떡하나 걱정도 된다. 약도도 없이 찾아야 하니까. 시장 상인에게 물으니 다행스럽게도 위치를 알려준다. 조금 더 가다가 한 번 더 물어 드디어 찾았다. 그때 시간은 7시 30분 조금 넘은 시간, 이미 30여명이 줄 서 있다.

맨 꼬리에 붙었다. 옆 사람들을 살펴보니 다국적 국민이라 할 만하다. 한국인도 보이고, 서양인도 있다. 일본의 지방에서 올라온 듯한 사람도 있다. 그들 손에는 맛집 소개가 나온 관광 안내지나 책이 들려있다. 그것들을 보고 찾아온 모양이다.

▲ 주인이든 종업원이든 언제나 웃는 얼굴로 일을 한다. 왼쪽가게는 아버지 오른쪽 가게는 아들이 운영한다. 작은 사진은 아버지, 인자한 표정이다. 하지만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정진한 장인의 내공까지 읽혀진다
ⓒ 맛객
스시다이와는 가게를 반으로 자른 듯, 두 개로 나눠져 있다. 왼쪽 가게에는 아버지가, 오른쪽 가게에는 아들이 초밥을 잡고 있다. 아버지는 연세가 꽤 있어 보인다. 그런데도 새벽부터 초밥을 잡고 있다. 음식점 사장이 아닌 직업인의 한 사람으로 사는 그 모습이 왠지 멋지다.

한국에서 상석은 맨 안쪽이다. 하지만 일본은 아닌가 보다. 아버지와 아들이 출입문 쪽에서 일한다. 아니 어쩌면 이게 손님에 대한 배려일수도 있다. 드나드는 손님에게 바로 바로 인사 할 수 있는 자리는 출입문 쪽이니까. 안쪽으로는 두 명이 일렬로 줄서 초밥을 잡는다.

표정을 살폈다. 힘든 기색이라곤 전혀 없다. 아버지나 아들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사람도 미소를 머금고 일한다. 아무리 친절국민 일본이라지만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면 저리 즐거운 표정 나올 수는 없으리라.

아버지와 아들이 초밥 잡는 모습을 지켜보니 미세한 차이가 느껴진다. 아버지는 초밥을 잡고 손님 앞에 내려놓을 때 바닥에 꾹 붙여 놓지만 아들은 툭 떨어뜨리듯 내려놓는다. 10년 20년 하다보면 아버지처럼 내공이 쌓이게 되겠지.

즐겁게 일하는 그들의 자세가 부럽다

줄을 서서 기다린 지 40여분, 내 앞에 두 세 팀이 있었지만 한 자리만 나는 바람에 내 차지가 되었다. 내심 아버지 가게에서 아버지 앞에 앉아 먹고 싶었는데 아들네 가게에 자리가 먼저 났다. 소통의 문제가 걸려 맥주 한 병과 세트초밥을 주문했다. 한판에 3150엔.

▲ 새우와 다랑어 뱃살부위, 신선하면서 향긋하기까지 하다. 부드럽게 녹는 맛이 기막히게 좋다
ⓒ 맛객
▲ 한치와 다랑어, 한국은 오징어를 더 즐기지만 일본의 회 파는 곳은 언제나 한치가 나왔다
ⓒ 맛객
▲ 왼쪽은 방어, 오른쪽은 '아나고' 라고 불리는 붕장어,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녹는다. 지방층이 한껏 물이 오른 겨울방어는 음미할수록 고소하다
ⓒ 맛객
▲ 따로 추가 주문한 오도로(다랑어 뱃살부위)초밥, 한 개에 800엔 한다. 우리 돈으로 약 6400원이다
ⓒ 맛객
참치뱃살, 갑오징어 초밥이 먼저 나오고 뒤를 이어 장어와 달걀 새우와 성게알 초밥이 나온다. 가장 기본적인 회라 할 수 있는 광어나 우럭 도미 같은 게 보이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의 미각 차이 때문이다. 씹히는 맛을 선호하는 한국 사람은 흰 살 생선을 즐기고, 일본은 지방이 많고 살살 녹는 붉은 살 생선을 선호한다.

드디어 참치초밥을 맛보는 순간이다. 바다 내음이 나지만 비리다기 보다 신선한 느낌이다. 살살 녹는 맛이 씹을 틈을 주지 않는다.

초밥의 맛은 밥의 맛!

▲ 사진 위는 서울 강남의 초밥, 사진 아래는 일본의 초밥이다. 위는 밥알이 터지고 부메랑처럼 휘어지기도 했다. 아래는 밥알의 모양이 고스란히 살아있고 일자로 쭉 뻗었다. 밥을 지을 때 차이도 있지만 초밥을 잡을 때 가해지는 힘의 차이도 있다. 설마 쌀의 차이 때문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맛은 사진만 봐도 결정 된다
ⓒ 맛객
초밥은 재료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밥이 뒷받침해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초밥의 운명은 밥에 달렸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초밥을 뒤집어 밥을 살폈다. 우리 쌀에 비해 조금 긴 편이다. 뭉쳐진 밥이면서도 각각의 밥알 모습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때문에 밥알과 밥알 사이에 생겨난 틈, 초밥 맛을 높여주는 비결이기도 하다.

스시다이와는 수산시장 한쪽에 있는 작고 수수한 초밥집이다. 명성에 걸맞게 밥, 재료의 신선함, 초밥 잡는 사람의 자세까지 나무랄 데 없는 집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누리꾼의 평가(여태까지 내가 먹은 스시는 전부 가짜였다 라는 느낌이 들 정도)는 아니다. 비록 일본 초밥이 우리보다 앞서긴 했지만 진짜 초밥은 한국에도 있으니까.

아마 먼 훗날 스시다이와를 추억한다면 그 집의 맛이 아닐 것이다.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 하는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초밥 잡는 사람의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 참 인상적이었으니까.

덧붙이는 글 | 취재를 마치고 제 시간까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택시가 숙소를 못 찾는 바람에 빙빙 돌다가 요금은 결국 5000엔 (갈 때는 3000엔) 넘게 나왔습니다. 네비게이션은 뭐 하러 달아 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본 고택이 보이길래 참 단아하게 지었구나 생각했는데 10여분 후 다시 그 집이 보여서 얼마나 황당했는지요. 길 찾기는 한국택시 기사가 한 수 위라고 생각됩니다. 일본택시 몇 번 이용했는데 언제나 지도책을 보면서 목적지까지 가더군요. 결국 중간에 내렸습니다. 기사님도 미안했는지 2000엔만 내라고 하더군요. 늦어 심려를 끼친 점 <오마이뉴스> 행사 관계자 분께 죄송스런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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