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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20주년 기념, 제 26회 정기공연 ‘경상도사랑’-그 첫번째 이야기
창단 20주년 기념, 제 26회 정기공연 ‘경상도사랑’-그 첫번째 이야기 ⓒ 극단 자갈치
극단 자갈치는 지난 15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창단 20주년을 기념하는 제 26회 정기공연 '경상도사랑'을 부산 부곡동 신명천지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다. 공연에 출연하시는 한 스승님의 초대를 받고 요즘 나를 치열하게 만들었던 몇 가지 일들 잠시 조용해 진 틈을 타 21일 저녁에 찾아갔다.

공연은 프롤로그와 1마당, 2마당, 3마당, 에필로그 총 5개의 마당으로 펼쳐졌다. 아나운서지망생 한거석이 고쳐지지 않는 억양 때문에, 아나운서의 꿈을 접고 고향으로 향하면서 시작된 마당은 1시간 30분의 시간을 잊게 만들만큼 우리의 삶을 잘 보여주었다.

부산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인 자갈치시장의 생선비린내 섞인 푸근한 사람냄새, 병원과 부인의 유해가뿌려진 태종대에서 보여주는 아버지의 가슴속 사랑과 아들형제의 갈등, 각자의 처지와 경제문제로 고심하는 사람들, 위령제를 통해 드러나는 사람들의 심리, 붕어빵장수 할머니의 인생 같은 많은 장면들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인 마당은 마지막을 행복한 장면으로 마무리하며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아나운서 지망생 한거석은 7번째 아나운서 시험의 탈락 끝에 고향 부산으로 낙향한다. 자갈치 시장에서는 삶의 신명과 끝끝한 정이 묻어나오고 있다. 여기가 바로 한거석의 고향. 한거석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가족을 위하는 마음으로 아버지의 가업을 이으려 한다. 한 편, 자갈치 시장의 알아주는 배달부인 동생 대길은 어린 꼭지를 키우고 혼자 장사하는 젊은 과부 연희를 사랑한다.

@BRI@하지만 연희는 자신의 신세를 비관해 대길과의 결혼을 거부하고 헤어지려하고, 말 수 없고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 상진은 아들들의 결정에 반대한다. 호통으로만 다가가는 아버지, 죄책감의 거석, 사랑하는 여인과 경제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대길, 그들 가족간의 갈등은 깊어지고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침몰사고로 선장이었던 남편을 잃은 박복자는 선원이었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미망인들에게 큰 죄책감을 느끼지만 그들 역시 박복자를 이해하고 매년 위령굿을 한다.

그러나 올해는 연희의 가슴앓이가 유독 커 자갈치를 떠나게 된다. 대길은 뒤늦게 연희의 소식을 듣고, 연희를 데리고 도망가기 위해 아버지의 통장을 훔친다.

이 극단은 창작마당극을 우리 지역인 부산·경남에서 그 소재를 찾고, 경상도 사투리로만 공연을 해온 극단이다. 이 들은 1986년 중앙동 시장 어느 건물 지하에서 '지역민과 더불어 우리의 삶을 가꾸고 키워나가자'는 취지로 맺어져 부산·경남의 문화와 함께 20년의 세월을 지내왔다.

경상도 사람들이 경상도 사투리로 연극을 만드는 극단이 부산에도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그들은 항상 우리의 전통문화를 익히며 때로는 신명나게, 때로는 눈물을 흘리게도 만드는 살아있는 마당극을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부산과 경남의 사회성을 담아낸 작품들을 공연해온 이 들 이번 공연 역시 우리의 사회를 담아보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아직도 한미FTA,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등 수많은 사회문제들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지금, 극단 자갈치의 20주년 기념 공연의 핵심주제는 가장 작은 사회 '가족'이다.

극단의 단원들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족간의 사랑과 정을 확인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가난하지만 꿈을 잃지 않는 가족의 사랑을 그려내는 마당 '경상도사랑'은 어떤 이들이 보기에는 "우리 가족도 저래" 라고 수긍할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극단 자갈치의 마당극에는 옛날 한 동네를 따스하게 만들어 주었던 마을 공동체의 따스한 사랑이 스며들어있었다. 우리 차의 그윽한 향과 같이 공연 후에도 더욱 여운이 남는 아름다운 작품들은 연희자나, 관객이나 모두 이웃처럼, 친구처럼, 가족처럼 덩실 춤을 추면서 신명을 느낄 수 있는 장이다.

덧붙이는 글 | 1. 극단 자갈치 20주년 기념작 제 26회 정기공연 창작마당극 “경상도사랑”
2. 일시 : 2006년 12월 15일~12월 30일(평일: 오후7시30분/토․일․공휴일: 오후4시)
3. 장소 : 극단 자갈치 소극장 “신명천지” (부곡동우체국 옆 조기종치과 지하)
4. 주최․주관 : 극단 자갈치 /후원 : 부산광역시, 부산민예총, 한국민족극운동협회
5. 관람료 : 일반 15,000원 학생 10.000원(예매시 12,000원 8,000원)
6예매 : 부산은행 전지점, 티켓365, 영광도서, 동보서적, 청하서림, 문우당
7. 전화예매 및 문의 : 051-515-7314, www.jagalchi.or.kr / cafe.daum.net/5157314 / club.cyworld.com/busan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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