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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우파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지난 2002년 대선 패배와 2004년 탄핵 실패를 계기로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뉴라이트'라는 혁신흐름이 생겨났는데 그 배경이 무엇이라고 진단하나.
"그 이전까지만 해도 60·70대, 사회적 세대로는 고도성장기의 주역들, 기존 보수야당, 기존 보수적 지식인들이 보수를 대표했다. 30·40대 보수란 없었다. 그런 세대들이 우파와 조우하고 싶은 가운데 (기존 보수와) 차별화하려는 욕구가 있을 수 있다. 그게 젊은 세대의 아이덴티티(정체성)와 합쳐져 그런 운동이 일어났다. 이걸 일부 언론에서 뉴라이트라고 이름을 지어준 것이다."

- 그동안 뉴라이트 흐름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직접 참여하기도 했는데 현재까지 뉴라이트의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나.
"전망이 밝다. 대학생들 특강 기회가 있었다. 예전 같으면 반발하는 질문이 많이 나왔는데 그런 질문은 전혀 안나오더라. 386세대와는 다르다. 386세대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는 것 같다. 우리 얘기가 먹히더라. 어느 지방대학에 '자유주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강연하러 갔다. 처음엔 돌 맞을 각오하고 갔는데 돌이 아니라 굉장히 환영을 받았다. 그런 걸 봐서 20대와 386는 다르다. 젊은 우파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 보수진영 내부에서 뉴라이트는 말만 앞세우지 행동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언론에서 띄워서 그렇지 (뉴라이트의) 세가 확산된 것은 아니다. 아직은 소수정예다. 또 인텔리들이다. 자유교원노조는 뉴라이트에 공감을 해서 나타났다. 자유교원노조는 전국 주요지역에 조직이 있다. 이렇게 (뉴라이트는) 착실하게 조직화되고 있다. 외부에 소문이 안나서 그렇지 의외로 전국적인 현상으로 그 싹이 돋아나고 있다."

- 진보진영의 내부혁신흐름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앞으로 등장해야 할 '뉴레프트'(new left)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참다운 진보란 뭐냐고 질문한다면, 전체주의가 아닌 진보, 서유럽적 진보, 공산주의가 아닌 사민당이나 민사당 노선 정도가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사회민주당 등 민주적 좌파가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한국에서는 1980년대를 기점으로 그런 진보는 밀려나고 엔엘(NL, 민족해방파)이 장악했다. 엔엘은 전체주의다. 그런 점에서 비판한 것이다.

오늘 좌파진영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하루빨리 엔엘적 전체주의에 벗아나서 민주사회에 적합한 진보파로 거듭나라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당내 요직을 엔엘이 장악했다고 들었다. 사민계열에 내 제자가 있는데 환멸을 느낀 나머지 탈당했다. 뉴레프트는 용감하게 표방하고 나서길 바란다."

"뉴라이트, 세속적 야망을 멀리 해야"

@BRI@- 그동안 '우파 386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우파에도 젊은 세대가 있어야 하니까 그렇다. 좌우파가 노세대와 젊은 세대로 갈라져서는 안된다. 좌파 실험이 벽에 부딪쳤기 때문에 이제는 대안(세력)이 나올 때가 됐다. 젊은 세대도 좌파에 대한 학습효과를 겪었으면 대항 담론을 낼 때가 왔다. 30·40대가 주력군이고, 50대가 뒷받침하고…. 386 세대가 좌파운동에 선봉에 섰지만 거기에 대한 성찰로서 새로운 대안을 용감하게 내놓길 기대한다."

- 386 운동권들이 이렇게 전향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소련의 붕괴와 김정일 정권의 인권유린, 북한의 아사사태 등 현실적인 이유가 크다. 엄혹한 시대에 그런 사상을 껴안기는 했지만 우리가 하려는 게 전체주의냐, 이것은 진보가 아니지 않느냐 등을 반추하면서 이론적·사상적 성찰이 있었다. 구좌파가 리드하고 있는 게 세계적 추세는 아니다, 보수주의든 비전체주의 노선으로 가고 있다, 한반도에도 구시대적 좌파나 좌익운동이 헤게모니를 쥐어서는 안된다, 그런 성찰이 작용했다.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의 실정에 대한 성찰도 있었다."

- 뉴라이트그룹은 내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을 계기로 현실정치 참여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 집권 386의 현실정치 참여 경로와 비슷한데 결국 정치권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으로 뉴라이트운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그래서 이런 운동을 하는 사람일수록 철저히 세속적 야먕을 멀리 해야 한다. 운동에 정계진출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사심이 들어 있으면 실패한다. 도덕적이어야 한다. 과거 좌파운동에도 헌신적인 사람이 있었지만 일부는 그걸 밑천삼아 금배지 달고 한자리 한 사람도 있다. 야망이 앞서면 그 운동은 실패한다."

- 그렇다면 어떻게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게 바람직한가.
"후보가 확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사회운동과 정치운동은 각자 분화되어야 한다. 사회운동 할 사람은 순수성을 지켜 나가야 하고, 정치에 접속하겠다는 사람은 잠시 그 사회운동을 떠나서 본격적으로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후보가 확정되면 정치파트로 분리해서 캠페인에 참여한다든지 정책을 제공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 이와 관련,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페이비언 소사이어티'(Feibian Society) 모델 생각하고 있더라.
"괜찮다고 본다. 정당정치와 페비비언협회적인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지 혼란을 일으키면 페이비언 협회적인 것이 죽을 수도 있다. 어느 정당에 줄 대려고 하느냐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분화를 잘 시켜야 한다."

- 그런데 결국 친한나라당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친한나라당 이전에 반좌파이기 때문에 그렇다. 마음의 자세, 처신이 중요하다. 한나라당의 전위부대가 되겠다는 것과 반좌파의 종착역에 도달하기 위해 누구를 찍느냐는 것은 조금 다르다. 내가 보기에 뉴라이트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상당수 젊은 엘리트들은 정치적 사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런 야심을 보이면 자주 만나기 힘들다."

"나이 많은 사람은 2선에서 젊은이들 격려하는 데 만족해야"

ⓒ 오마이뉴스 남소연
- 뉴라이트그룹은 2008년 총선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우선 정권을 잡아야 한다. 또 마찬가지로 총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민주사회는 법을 통해서 바뀐다. 원내 다수당이 좌파의 수중에 있는 한 사학법 재개정은 어렵다. 2008년 총선은 정권(교체) 차원이 아니라 사회(변화)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법을 바꿔야 한다. 사학법 재개정은 내년에 정권을 잡아도 (다수당을 차지하지 못하면) 소용없다."

- 뉴라이트 386의 미덕 혹은 장점은 무엇인가.
"우선 젊고, 이념적 성찰도 거쳤다. 압축성장이나 고도성장도 어렵고 거기에 대한 대안인 좌파실험도 안된다는 점을 성찰했다. 그 두 가지를 극복하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인식에 도달해 있다. 그런 점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전체주의를 극복했다. 진보와 전체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 김일성주의와 스탈린주의는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없다, 구 민족주의 모델도 대안이 될 수 없다, 유보당한 자유주의를 해보자, 이런 성찰을 한 것으로 안다."

- 류 전 주필은 뉴라이트 386들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후견인은) 적절치 않은 용어다. 공식 직함은 (자유주의연대) 상임고문이다. 일일이 개입하지 않는 게 고문이다. 나이 많은 세대로서, 정치 격변을 많이 겪은 사람으로서 의견을 얘기해줄 뿐이다. 전화로 생각을 물으면 답변을 해주거나 격려를 해주는 관계지, 후견인이란 용어는 부적절하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2선에 설 수 있어야 한다. 2선을 자임하고 이제는 한발 물러서서 젊은 사람을 격려하고 조언하는 데 자족해야 한다."

- 군사평론가 지만원씨는 뉴라이트계열 인사를 싸잡아 "신지호·류근일·김진홍은 뉴라이트 빨갱이"이라고 비난했는데.
"그 얘기는 하지 말자."

- 최근 한 책에서 고지훈씨는 류 전 주필을 "아무리 좋게 봐줘도 봉건적 자유주의자"에 불과하고 평가했는데.
"사회과학사전을 들춰보더라고 '봉건적 자유주의'란 용어는 없다. 봉건적이라는 평가는 수용할 수 없다.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자유주의임에는 틀림없지만 봉건적 자유주의는 없다."

"박정희 대통령의 공적을 부인할 수 없었다"

- 원래 자생적 사회주의자였다가 결국 자유주의자로 전향한 셈인데.
"나는 운동할 때 극좌로 간 적이 없다. 민주사회주의로는 갔다. 페이비언 사회주의나 독일 사회민주당까지는 갔다. 유럽 사민주의는 극좌가 아니다. 그런 입장에서 자유주의자로 넘어간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극좌로 간 적이 없어서 자연스러운 자기 수정 정도다. 그런데 공안세력이 나를 '익스트림 레디컬'(exreme radical)이라고 분류했다. 그 딱지가 평생을 따라 다녔다. 내가 '저는 빨갱이입니까, 공산주의자입니까?'라고 물으니까 공안 형사가 '용공세력 정도로 본다'고 하더라(웃음)."

- 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이후 부천시청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박 대통령을 용서했다고 들었다.
"나에겐 정치적 심성이 아니라 종교적 심성이 있는 것 같다. 유신정권과의 악연이 너무 커서 내부에서 증오심이 싹튼 걸 느꼈다.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당하자 이걸 털어버리고 싶었다. 부천시청에 가서 '더 이상 악연을 하지 말자'고 묵상했다. 지금 생각하면 잘 한 것 같다. 증오의 노예가 되는 것은 무의미하다. 공적으론 탄압을 받았지만 박 대통령이 우리 사회를 근대화하고 부흥시킨 공적은 부인할 수 없었다.

물론 유신정치라는 정치적 억압, 폭력은 옳지 않았다. 5공이 엄혹했다고 하는데 유신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광주의 비극은 있었지만 유신시대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것 때문에 박 대통령이 끝난 것이다."

- 칼럼들을 읽다 보면 여전히 이념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투사 같다는 인상을 많이 받는다.
"개인적 취향이나 체질 때문이다. 내가 열정적으로 하는 타입이다. 또 과거에도 절박한 심정으로 반독재운동을 했다. 나는 지금의 현실을 절박하게 보고 있다. 절박성이 그런 식으로 표출된 게 아닌가 싶다. 일부 가까운 친구들은 충고도 한다. 격문식으로 쓰지 말고 쿨하게 쓰라고. 이제는 좀 정제된 스타일을 만들어볼까 생각중이다."

"한나라당, 정권교체에 목숨을 걸어라"

- 정권교체가 절박한 보수진영에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역사를 보면 이긴 사람과 진 사람이 있다. 이긴 사람은 목숨을 건 사람이다. 예를 들어 박 전 대통령이 한강을 건넜을 때 목숨을 걸었을 것이다. 반면 막강한 권한을 가졌음에도 수녀원으로 도망친 사람 있다. 목숨 걸고 쳐들어오는 사람과 수녀원으로 도망간 사람은 게임이 안된다. 집권한 좌파들도 30년 동안 목숨 걸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국무총리까지야 공짜로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자기 목숨 걸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야당(한나라당)을 보면 목숨을 건 것 같지 않다. 사즉생(死卽生) 자세가 느껴지지 않는다. 정권을 잡고 싶다면 국민들이 감동받을 수 있는 비장한 결의를 보여줘야 한다.

보수성향 국민들도 안일하기 짝이 없다. 김정일이 핵을 가졌다고 해도, 탈북여성들이 인신매매됐다고 해도 덤덤하다. 이 체제의 혜택은 다 누리고 살면서 위기의식이나 사명감, 희생정신은 없다. 여차하면 미국으로 뜰 사람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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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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