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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성자 아프리카의 기아와 에이즈 퇴치운동에 적극 나서 '노래하는 성자'라는 칭호를 얻고 있는 록그룹 U2의 리드싱어 보노.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에서 아베 일본 총리와 만남을 가진 후 기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성자(Saint)'라고 불리는 가수가 있다. 아일랜드 출신 슈퍼밴드 U2의 리드싱어 보노가 바로 그다.

REM의 마이클 스타이프와 함께 최고의 로커로 평가받고 있는 보노는 지난 11월 중순,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빈곤퇴치 캠페인을 위한 무료콘서트'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거리로 나가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다. 마치 '성자의 행진' 같은 풍경이었다.

"부자나라에 사는 시민과 정치지도자 여러분, 3초에 한 명씩 굶어죽어 가는 이 비참한 지구의 현실을 타개하는 일에 동참해 주십시오. 가난하고 소외된 지구촌 이웃들을 외면하면 머지않아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를 것입니다."


로커의 공허한 외침 "부자나라 사람들 보세요!"

@BRI@보노는 2만여 명의 청중들과 함께 "빈곤을 역사 속에 파묻어버리자(make poverty history)"고 목청껏 노래 불렀다. 그의 멜버른 공연은 미국의 정상급 록그룹 펄 잼(Peal Jam)과 함께한 역사적인 무대였다.

그러나 길거리로 나선 로커, 보노의 외침은 한순간에 사라지는 포말처럼 공허한 절규로 변했다. 멜버른 그랜드 하이야트 호텔 안쪽에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사람들이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11월 18일부터 이틀 동안, 그곳에서는 선진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한국에서 온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그 자리에 있었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등 서방 선진 7개국(G7) 회원국과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 터키, 유럽연합(EU)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들과 함께. G20은 1999년 베를린에서 결성됐다.

보노의 시위참가는 그야말로 '성자의 행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 폐막성명에 빈곤퇴치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언론 또한 빈곤퇴치가 성명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을 주요 뉴스로 다루지 않았다.

아프리카 방문 지난 5월 레소토 수도 마세루 인근의 한 학교를 방문한 보노가 학생들과 함께 웃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열정적인 기아-에이즈 퇴치운동... 타임지 '올해의 인물'

보노는 지난해 연말, 빌 게이츠 부부와 함께 타임지가 선정한 '2005년 올해의 인물'로 뽑혔을 뿐만 아니라 2005년 노벨평화상의 유력한 후보였다. 록밴드 가수에게 이런 영광이 이어지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보노는 밴드활동만 열심히 하자는 멤버들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에 만연한 기아와 에이즈 퇴치운동을 음악활동 못지않게 열심히 하는 인물이다. 그는 80년대 초 아프리카 난민 돕기 공연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각종 사회운동을 열정적으로 펼쳐오고 있다.

특히 2005년 7월에는 G8정상회의가 열리는 곳으로 달려가서 18개 아프리카 빈국을 돕기 위한 지원금을 2010년까지 연간 500억 달러로 늘리도록 G8 정상들을 설득하는 경이적인 성과를 얻었다. 그가 아프리카 에이즈 퇴치를 위해 2000-2005년 동안 모은 기금은 무려 15조원으로 선진국들의 개발도상국 지원금 총액과 비슷한 액수다.

한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클리턴 의원 등이 모인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보노가 "해외 빈곤국을 돕는 것은 종교적인 희생이나 기부행위와 비슷한 것이다. 개인이 신앙심으로 십일조를 하듯이 선진국들도 GDP의 1%를 빈곤층 국가의 구호금으로 배정해 달라"고 호소하자, 부시 대통령은 그를 "놀라운 인물(an amazing guy)"이라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구호금 배정에 관해서는 일체 언급을 피했다.

보노가 이끄는 빈곤퇴치 캠페인 조직 'ONE'

'원(ONE)'은 U2의 보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빈곤퇴치 캠페인조직이다. 열정이 넘치는 사회운동가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보노의 지극한 인간애가 오늘의 'ONE'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ONE'은 빈곤을 역사 속에 묻어버리자는 캠페인(The campaign to make poverty history)을 벌이면서 지난 몇 년간 급성장하여, 2006년 12월 현재 240만 명 이상이 회원이다. 이 기사를 쓰면서 멤버가 된 기자의 서명넘버는 '2,419,554'다.

'ONE' 캠페인은 미국 정부가 국내총생산액(GDP) 1%를 에이즈 및 극심한 빈곤을 퇴치하기 위한 인도적인 원조목적으로 사용토록 요구하자는 취지에서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시작되었다. ONE은 11개의 비영리단체를 파트너로 선정하여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80개가 넘는 파트너 기관들과 협약을 맺고 있다.

▲ 보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빈곤퇴치 캠페인조직 '원(one)'의 홈페이지.
'ONE'이라는 조직의 이름은 두 가지 취지를 갖는다. 하나는 경제선진국의 GDP 1%를 빈곤퇴치에 사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빈곤퇴치를 위해 한 마음으로 행동하자는 취지가 담겼다. 'ONE'은 U2가 부른 노래의 제목이기도 하다.

한편 영국의 음악 전문채널인 VH1이 영국인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밝힌 '가장 아름다운 가사 100선'에서 U2의 노래 'ONE'이 1위를 차지했다. 사랑과 용서, 헌신의 진정한 의미를 깊이 있게 짚어낸 노래로 평가받은 것.

특히 후반부에 담긴 "단 한 번의 삶, 형제여 자매여, 서로를 이끌어 주어요(One life, with each other, sisters, brothers)"라는 부분은 인류애를 떠오르게 만드는 큰 울림이 있다.

가난한 나라 돕기 꼴찌인 호주와 일본

최근 세계은행이 내놓은 보고서에 의하면, 2006년 현재 세계 인구는 65억 명이다. 그중에서 하루를 1달러 미만으로 사는 절대빈곤층이 10억 명이고, 2달러 미만으로 사는 극빈층이 27억 명이라고 한다. 2분의 1 이상이 절대빈곤층이나 극빈층인 것이다.

시드니에서 팔리는 설렁탕 한 그릇 값이 10달러 정도이고,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 만찬장에 제공된 그랜드 하이야트 호텔 식대는 1인당 1000달러가 넘었다고 한다. 호주 청정해역에서 건져 올린 바다가재가 곁들여진 식탁이었다.

"돈 더 내세요" 지난달 호주를 방문한 보노(오른쪽)가 코스텔로 호주 재무장관을 만나는 모습을 보도하고 있는 <데일리 텔리그래프>지 인터넷판.
그날 저녁, 피터 코스텔로 호주 재무장관과 오미 고지 일본 재무장관이 한 테이블에 앉아서 만찬을 즐겼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 하나, 'ONE'이 조사한 가난한 나라를 돕는 국가랭킹을 살펴보니 선진 20개국 중에서 호주가 19위, 일본이 꼴찌였다.

아주 뜻밖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들 두고 피터 코스텔로 재무장관 겸 부총리의 친형인 팀 코스텔로 목사는 "자칫 호주가 꼴찌에게 주는 우든 스푼(Wooden spoon) 트로피를 받는 불명예를 당할 뻔 했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팀 코스텔로 목사는 호주의 대표적인 자선단체인 월드 비전(World Vision)의 호주 회장이다. 팀 코스텔로 목사는 11월 15일 호주국영 abc-TV에 출연해서 동생 피터 코스텔로 부총리에게 "U2의 보노를 만나서 호주가 빈곤퇴치 구호금을 더 낼 수 있도록 상의하라"고 촉구했다.

결국 11월 19일, 피터 코스텔로 부총리는 보노를 1시간 동안 만났다. 그 자리에서 보노는 "호주정부는 국제 빈곤퇴치에 GDP의 0.7%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코스텔로 부총리는 "당신의 활동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빈곤은 구호활동보다는 자유경제체제의 시장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 분쇄만큼 제3세계 구호에도 애써야"

보노가 당초에 호주에서 만나고 싶었던 사람은 존 하워드 총리였다. 그는 여러 경로를 통해서 하워드 총리를 만나서 빈곤퇴치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보노는 호주국영 abc-TV의 <레이트라인>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간접방식으로 하워드 총리에게 호소했다.

보노는 <레이트라인> 진행자 토니 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하워드 총리는 호주가 테러집단을 분쇄하기 위해서 애쓰는 것처럼 제3세계에 구호에도 애써야 한다"면서 "그건 결국 호주의 안전을 위해서 투자하는 것(a security investment)"이라고 강변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보노는 "국가 자립경제 수립에 실패한 수많은 나라의 빈민들은 결국 경제선진국들을 그냥두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화가 난 상태에서 총을 든 그들을 만나기보다는, 무역이나 구호활동을 통해서 웃는 얼굴로 만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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