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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도 과외 열풍이 불고 있다.

취업을 위한 좋은 학점 받기, 그것을 위해 과외에 열중한다는 대학생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 이외에도 과외를 받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며 대학생 의 과외 열풍을 전했다.

[사례①] "학점관리=취직, 그래서 과외 받아요"

▲ 한 과외 사이트에 대학생이 올린 '과외교사' 구인 글
ⓒ 김소라
"'내신 성적 좋아야 좋은 대학 가지.' 그래서 비싼 돈 내고 과외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한 대학교를 들어 온 후에도 과외를 벗어나질 못하네요. 이제는 학점 관리 위해 과외를 받습니다. 학점이 좋아야 대기업에 취직하니까요."

A 대학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김아무개(21)씨. 김씨는 최근 어머니에게 30만원을 빌렸다. 그 이유는 과외를 받기 위해서였다. 전공(경영) 수업 대부분이 회계학이라는 김씨는 "좋은 평점을 얻기 위해선 회계를 잘해야 하지만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 과외 교사를 구했다는 김씨는 "앞으로 1주일 동안 회계학 과외를 받을 것"이라면서 "30만원이 아깝긴 하지만 학교와는 다른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씨는 "학교 커뮤니티나 과외 사이트에는 대학생들의 과외선생 구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고 현실을 전했다.

[사례②] 급증하는 대학생 과외, 전공·자기소개서·공모전 기획까지

과외 구직, 구인자들이 즐겨찾는다는 한 과외 사이트 게시판. 그곳에서 과외교사를 구한다는 대학생의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전공 과외를 요청하는 글이 있는가 하면, 입사용 자기소개서 쓰기, 공모전 기획 작성 등을 지도해 달라는 글도 있다.

현재 L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 조교 일을 하고 있는 임아무개(26)씨. 임씨는 대학생 구인자들이 많은 한 과외 사이트에서 단기 과외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자기소개서와 공모전 기획안을 봐주는 과외를 했다는 임씨는 "국어국문학과 조교 일을 해서 그런지 글쓰는 것과 관련된 과외 요청이 자주 들어온다"고 말했다.

임씨는 이어 "자기소개서 및 기획안 과외를 하며 꽤 많은 수입을 얻었다"면서 "주변의 많은 이들이 자신의 전공에 해당하는 대학생 과외를 하나씩 맡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대학생 과외를 맡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단기속성식으로 하기 때문에 시험기간이 특히 바쁘다"면서 "고등학교까지 주변에 의존하는 교육을 받아왔다면 대학에서야 말로 자립형 교육을 추구해야 하는데, 요즘 대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사례③]"학교 수업만으론 부족하죠"

"학교 수업만으로는 부족해요. 학원 수업이 필요해요."

S대학 미용학과 1학년에 재학중인 김아무개(20)씨는 수업이 끝난 후 미용학원에 다닌다. 헤어연출과 메이크업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낀 그는 지난 7월부터 미용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수업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같은 학과 학생들 40여명이 모두 미용학원에 다니더라고요. 주변 친구들이 실력이 너무 좋아서, 좀 의아하다가 생각했는데 다 학원 덕분이었어요."

김씨는 "1학년 성적이 향후 실습과 취업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며 성적관리에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분간 계속해서 미용학원을 다닐 생각이라는 김씨는 "등록금과 150만원이나 되는 거액의 학원비를 대느라고 부모님이 힘드신 것 같다"면서 "대학까지 와서 학원비 부담을 드리게 돼 죄송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대학가 과외 열풍, 그 근본적 원인은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왜 과외를 받고 있는 걸까?

대학 중어중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아무개씨는 "대학의 부실한 교육시스템과 수업 때문에 과외 열풍이 불고 있다"며 현재의 대학 교육 내용을 비판했다.

또 다른 김아무개(A대학 경영학과 2학년)씨 역시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너무 형식적이고, 학생 개인의 욕구를 만족시켜 줄 수 없는 시스템"이라며 "학생들이 불만을 품고 있는 탓에 총학생회 선거공약으로 교육환경 개선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연대 운영위원회 김정명신 위원장은 "대학가 과외 열풍의 근본 원인은 '결과 중심' 의 입시교육에 있다"면서 "대학생 과외 열풍은 대학 교육의 수준과 경쟁력을 낮추고 있다"며 대학생 사교육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일부 학생들은 학교와 과외 교육을 비교해 교육환경 및 수준을 평가하지만 한국 교육의 실정상 학교가 과외처럼 교습을 해줄 수 있는 곳은 없다"면서 "좋은 학점= 좋은 직장이라는 공식이 바뀌지 않으면 과외 받는 대학생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김소라·선대식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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