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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지 조지(Henry George)
헨지 조지(Henry George) ⓒ 위키피디아
모노폴리의 역사는 190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리지 메기(Lizzie Magie)라는 사람이 헨리 조지(Henry George)의 경제적 사상을 설명하려고 건물주 게임(The Landlord’s Game)을 개발했다.

헨리 조지는 19세기 후반 뉴욕을 방문했다가 가난한 사람들의 실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산업화가 더욱 발전한 뉴욕 같은 도시의 노동자들이 캘리포니아 같은 덜 발전한 지역의 노동자들보다 못사는 현실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런 역설적 상황에 자극을 받은 헨리는 1879년 <진보와 가난(Progress and Poverty)>라는 책을 저술했는데, 이 책이 3백만부나 팔리는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에서 사회적, 기술적 발전으로 얻어진 부가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주어지지 않는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땅 소유주나 건물 소유주가 그 이익을 독점적으로 착취해서 산업화가 아무리 진행되어도 노동자들은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노폴리라는 게임은 독점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리기 위해서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 게임을 해보면, 왜 그런지 확실히 알 수 있긴 하다.

한국의 부루마블과 달리 모노폴리는 같은 색깔을 가진 땅을 다 매입해야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일단 한 구역을 독점하면 건물을 마구 지어서 임대료를 올려받을 수 있다. 돈 없는 다른 게임자들이 그 땅을 거쳐가면, 금방 빈털터리가 되어서 파산하고 만다. 이 게임의 최종 승자는 모든 지역을 다 독점하는 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메기가 처음 만든 건물주 게임은 계속 다시 만들어지다가 1924년 특허를 얻게 되었다. 이 당시만 해도 거의 수공으로 만들어지다가 처음으로 상업화가 되었다.

그 후에 찰스 대로(Charles Darrow)라는 사람이 건물주 게임을 변형하여 현재의 모노폴리를 완성한다. 찰스는 원래 필라델피아 근교에 살면서 보일러 판매를 했는데, 대공황의 여파와 1929년 증권시장붕괴로 실직한다. 이웃이나 친구들이 리지가 개발한 게임을 하는 것에 아이디어를 얻어서 모노폴리를 만들었다.

모노폴리 심슨판
모노폴리 심슨판 ⓒ 하스브로사
원래 중서부 지방의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유행한 리지의 게임은 동부까지 퍼지게 되어 마침내 뉴저지 아틀랜틱 시티까지 전해졌다. 찰스에게 그 게임을 가르쳐준 사람이 아틀랜틱 시티에서 배웠기 때문에, 아틀랜틱 시티에 있는 거리 지명이 고스란히 모노폴리에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공으로 모노폴리는 찰스가 혼자 창작한 게임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파커 형제사(Parker Brothers)가 처음에는 모노폴리가 지나치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하다고 해서 여러 번 퇴짜를 놓기도 했다. 하지만 1935년 이 게임을 팔기 시작해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게 된다.

대공황기 노동자들이 몰두한 게임... 한국판 모노폴리는 '부루마블'

1973년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의 경제학 교수 랄프 앤스팩(Ralph Ansach)은 반독점 게임이라는 유사한 게임을 만들었다가 파커 형제사에게 소송을 당하기도 하였다. 이 게임이 얼마나 인기를 누렸는지를 반증해주는 사례이다.

독점의 무서움을 가르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임이 게임시장을 독점하는 재밌는 현상이다. 이렇게 인기를 누리는 게임이 진보와 가난이라는 책의 사상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대공황기의 노동자들이 왜 이 게임에 몰두를 했었는지 이해가 된다. 독점을 경계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게임을 통해서 가지지 못한 것을 잠시나마 소유하게 해주는 만족감도 느꼈을 것이다.

한국판 모노폴리라 할 수 있는 부루마블은 어린 시절 동경하던 게임이었다. 미국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집에서 만들어서 하던 게임이 모노폴리라면, 한국 부루마블은 당시 8천원이나 하던 중산층 아이들을 위한 고급게임이었다.

어린이 잡지에서 대대적으로 광고하던 바람에 그 게임 하러 친구 집에 놀러 갔던 기억이 난다. 독점이고 뭐고 느끼기보다는 부루마블 지폐가 진짜 돈보다 더 근사해 보였다. 모노폴리가 태평양을 건너 1980년대 한국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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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협 기자는 미국 포틀랜드 근교에서 아내와 함께 아이를 키우며, 육아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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