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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해의 기술>책 표지
ⓒ 지식의 날개
<화해의 기술> 이 책은 가족불화를 극복할 수 해법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인 <마크 시켈>은 공인임상사회복지사로 개인과 부부 그리고 가족들을 상담하고 있으며 부모 형제에게 버림받고 그것을 극복한 자신의 경험을 통해 가족해체를 극복할 수 있는 체험적인 치유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의미를 머리말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가족문제는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두려움, 열망등과 관련이 있다. 부모와 자녀관계는 더욱 그러하다. 어머니나 아버지 또는 자녀들이나 형제자매와의 절연은 그들의 죽음만큼이나 큰 상처가 된다. 사실 죽음은 최소한 누군가의 잘못 때문에 일어난 건 아니기에,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보다 관계단절로 인한 고통이 훨씬 더 힘들 수 있다.

자기 가족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며 어떤 믿음으로 바라보든 누구나 가족과의 관계가 유지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당신은 이 책을 통해 가족간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많은 이야기들, 치유의 10단계를 치열하게 거쳐 가는 이야기들을 듣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가족이란 무엇일까? 사전에는 ‘부부를 중심으로 한집안을 이루는 사람들’로 정의하고 있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자식들이 한집안을 이루어 살아가는 것이 바로 가족인 것이다. 여기서 부모와 자식간의 인연은 천륜, 즉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 했다.

즉,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관계가 바로 가족인 것이다. 그렇기에 가족관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또한 원초적인 고통을 수반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여 저자는 가족관계의 단절이 주는 고통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라 표현했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수반하는 가족관계 단절. 도대체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가족위기니 가족해체니 가족파괴니 하는 뉴스거리는 약방의 감초처럼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요즘 들어선 돈을 위해서라면 피붙이의 목숨조차도 파리 목숨처럼 가벼이 여기는 세태이다.

굳이 이유를 따져본다면 사랑의 부재를 주요원인으로 꼽아야 할 것 같다. 무조건적인 사랑이란 말은 가족이란 테두리 안에선 그 어떤 항변도 필요치 않은 말이었다. 그러나 이 시대의 가족에게선 그 무조건적인 사랑이란 게 서서히 퇴색되어 지고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우리’란 말보단 ‘나’란 말 즉, 점점 더 팽배해지는 개인주의 또한 한몫 단단히 하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다.

무조건적인 사랑이 외면되는 가족, 가족에 대한 이해와 사랑에 앞서 나를 위한 욕심이 우선시 되는 가족의 울타리 속에서 가족관계단절은 어쩌면 당연한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족관계 단절이 당연하다하여 묵과할 수 없는 게 또한 사실이다.

부모에게서 나고 자란 자식이 부모가 마음에 안 든다하여 외면한다고 할 때 그 자식은 순간순간 옥죄여 오는 죄책감에 숨을 헐떡일 것이다. 내가 낳고 내가 기른 자식이 마음에 안 든다하여 부모자식간의 인연을 칼로 무 자르듯 단박에 잘라낼 수 있을 것인가. 단적으로 말한다면 가족이란 끈은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그 무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간의 단절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 그 상처의 깊이는 과연 얼마나 될까. 또한 그 상처가 치유되기는 되는 걸까? 이 의문에 대하여 저자 마크시켈은 장담하고 있다. 분명 치유될 수 있다고. 아니 분명히 치유하여야만 한다고.

가족신화의 명암

@BRI@ 가족관계 단절의 경우 그 가족구성원을 살펴보면 ‘피해의식으로 가득 찬 사람’과 ‘비위 맞추는 사람’ 이 두 가지 유형이 분명 존재한다고 한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사람이 어떤 사람을 상처주기로 마음먹으면 그때 휘두르는 무기와 독소는 무진장하다고 한다.

피해의식으로 가득 찬 사람의 특성을 보면, 1)절대 잘못하는 법이 없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간단하다. 그건 그들이 자신들은 항상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사과를 모른다. 절대, 어떤 일이 있어도. 3)자신들이 도덕적, 윤리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자신들의 높은 기준을 도저히 따라 올수 없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4)규칙들을 만들고, 규칙들을 파괴하고, 가족의 규칙들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한다.

이외에도 자기 행동을 늘 합리화하고, 문제는 항상 이 세상에, 자신의 외부에 있다고 믿으며, 어떤 일에도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자기 때문에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늘 코웃음을 치며 그로 인하여 그의 가족들은 바늘방석에 앉은 듯 하루하루가 늘 불안하다고 한다.

반면 비위 맞추는 사람은 다른 사람은 즐겁게 해주지만 스스로 진정 즐거운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을 믿지 못하거나 자책, 수치심, 굴욕감 같은 것으로 가득 차 있으며 다른 사람들의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아무리 많은 사랑을 받아도 자신이 사랑 받는다고 느끼거나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느낌을 갖지 못한다고 한다.

비위 맞추는 사람의 특성을 살펴보면, 1)사건, 상화, 상호작용 등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 상황에서 자신의 필요, 욕구, 열망 등을 주장하려고 하지 않는다. 2)자기에게 오는 비판은 무조건 사실로 받아들이고 즉시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고통 받는다. 3)버림받을까봐 비정상적으로 두려워한다. 4)일이 잘못되면 항상 자기 잘못이라고 자책한다. 5)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더 신경을 쓴다.

이외에도 책임감이 지나치게 발달해 주위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마술적인 능력을 자신에게서 기대하며 동정심과 사랑을 혼돈 하고, 자기희생과 다른 사람을 돌보는 것을 혼동한다고 한다.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가족이 무엇인가. 이 세상에서 나와 제일 가까운 사람이 바로 가족이다.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가족은 또 다른 나라고 말한다 해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물며 가족에게 피해의식을 느끼고 또 그에게 비위를 맞추어야 하며 그것이 어긋나면 가족관계 단절이라는 불가피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왜 그런 것일까. 저자는 그 이유를 가족신화 때문이라고 한다. 또 가족신화의 지혜로운 극복이 가족관계단절의 회복을 위한 중요한 열쇠임을 거듭 강조한다.

가족신화란 무엇인가? 가족이 공유하고 있는 가족의 이념적인 형태에 관한 생각들을 가리키는 가족체계론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서 그 용어가 가리키는 바와 같이 가족의 실제모습을 반영하기보다는 가족, 특히 부모에 의해 형성되고 주입되는 가족의 이상적인 모양을 그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가족 신화는 가족 안에서 개인에게 요구되는 행동양식들을 결정하는 큰 틀이 되며 역기능적인 가족에서는 개인의 성장 발달을 저해하는 억압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즉, 가족신화는 사랑하고 서로 도와주고 보살펴주는 가족의 속성에 관한 환상들이며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삶을 지탱해준 신념 같은 것이다. 그래서 가족신화가 해체되면 그토록 고통스럽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는 것이다.

그럼 이런 가족신화가 문제가 되는 것은 왜 일까. 그 이유는 바로 비현실성 때문이다. 즉, 가족신화는 우리의 현재 모습 혹은 우리가 이루어 낼 수 있는 가족의 모습보다 항상 더 행복하고 더 깔끔하고 더 나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가족의 모습을 그린다.

더 큰 문제는 이념적으로 원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가족의 모습을 실제로는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가족 모습에 대한 이념과 실제 사이의 갈등은 파괴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런 가족신화에 어떤 변화가 오게 될 때 가족관계는 고비를 맞게 되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들은 그들이 붙들고 살아온 신화가 무엇이든 간에 그것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더 행복한 삶을 향하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피해의식으로 가득 찬 사람은 그 신화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신들의 심리적인 생존이 그 신화가 지속되는데 달렸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 신화가 자신들의 자존심을 지켜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가족관계단절은 오랫동안 가족들이 만들어 온 가족신화가 위기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하느냐에 달렸다. 저자는 그 답을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무조건적인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만일 가족 구성원 중 어느 누구의 행동이 사회적 규범 안에 들어 있기만 하다면, 그 선택이 기껍지도 않을뿐더러 인정해 줄 수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간단히 말해 내 가족이 어떤 경우에 처해 있을지라도 경멸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더 따스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이해와 너그러움이 바로 무조건적인 사랑인 것이다.

가족관계 단절은 바로 이 무조건적인 사랑이 결여 되었을 때 발생한다. 그 치유법에 대하여 본문에선 ‘가족불화 극복 10단계프로그램’으로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1>충격을 인식하고 대처하라. <2>지금 당장 생기와 웃음과 행복을 회복하라. <3>가족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발견하라. <4>가족의 신화를 이해하라. <5>성공적인 가족으로부터 교훈을 얻어라. <6>원한을 버려라. <7>가족과의 화해를 위한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라. <8>대안가족을 만들라. <9>감사와 관용을 키워라. <10>경험으로부터 의미를 발견하라.

프로그램 하나하나마다 대단히 거창한 것들도, 당장 적용하기 힘든 것도 아니다. 또 저자의 경험과 더불어 저자를 찾아온 상담자들의 고민이 생생하게 설명되어 있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가족관계단절의 수많은 상황들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저자는 거듭 당부하고 있다.

"이 책은 복잡한 심리분석을 동원하거나 좋은 말이지만 당장은 적용하기 힘든 말들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예를 들면 제2단계에서 말하는 “지금 당장 생기와 웃음과 행복을 회복하라”같은 조언은 그리 힘든 요구가 아니다. 나는 낙관작인 자세로 이 문제에 접근한다.

당신은 생각보다 빨리 해결책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또한 가족을 향한 당신의 태도, 더 중요하게는 당신자신을 향한 태도, 그리고 미래의 행복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기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이 책이 해결책을 찾고자하는 당신의 노력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가족관계단절은 언제 어느 순간에 나를 덮칠지 모른다. 그것은 분명 인생최대의 위기일 것이며 내 소중한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족관계단절의 가장 강력한 처방은 무조건적인 사람임을 이 책을 통해 절실히 느꼈으며 그리고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가족해체가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요즘. 다시 한번 가족에 대하여, 더불어 무조건적인 사랑만이 내 가족을 단단히 포박할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화해의 기술

마크 시겔 지음, 조은숙 옮김,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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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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