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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와 잭> 책표지
<루이스와 잭> 책표지 ⓒ 홍성사
“잭에게 개별지도를 받은 학생이라면 좋아하는 시를 인용하던 그 모습을 잊지 못할 것이다. 굵은 목소리로 시구의 율격에 맞춰 리듬감 있게 시를 낭송할 때면 잭의 눈은 빛났고 얼굴에는 큰 기쁨이 서렸다. 그의 기쁨에는 전염성이 있었다.”

누군가의 일생이 담긴 전기를 읽는 것은 간접 경험을 통한 배움을 얻기 위해서다. 때론 역할 모델이 되어 그 속에서 인생의 이정표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리고 전기 주인공의 삶의 굴곡을 보며 그 시대를 이해하고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도 경험한다.

20세기의 인물 중 작품을 통해 많은 독자들과 다른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좋은 작가들이 많다. 그중 한사람이 판타지 소설의 교과서를 만든 C. S 루이스다.

C. S 루이스를 떠올리면 <나니아 연대기>가 오버랩 된다. 현존하는 최고의 판타지 소설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판타지 소설을 손꼽는다면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다. 그런데 톨킨에게 그런 작품을 쓸 수 있는 영향을 미친 것이 루이스다. 루이스와 톨킨은 친구이기도 하다. 이처럼 루이스는 직간접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삶으로 메시지를 남겼다.

조지 세이어(George Sayer)의 <루이스와 잭>(Jack : A Life of C. S. Lewis)은 C. S 루이스의 사상과 삶을 지도처럼 가장 잘 표현하고 그려낸 작품이다. 이유는 저자 역시 루이스와 깊은 친분 관계 속에서 보아온 시각과 그 외에 방대한 자료들 속에서 찾은 루이스의 숨결을 정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삶은 통쾌한 변증만큼 시원하지 못했다

@BRI@옥스퍼드 모들린 칼리지 영문과 교수이자 시인, 문학비평가, 무엇보다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루이스는 대외적으로는 탁월한 논증가요 문학가였던 루이스지만, 그의 삶은 통쾌한 변증만큼 그렇게 시원하지도, 확 풀리지도 않았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평생 아버지와 불화했으며, 가족들에게조차 무어 부인과의 관계를 의심받았다. 그리고 친구보다 더 가까웠던 형 워렌의 알코올중독으로 늘 걱정했고 사랑했던 여인 조이 그레셤을 친구들은 싫어했다.

이처럼 각 장(章)에 묘사된 그의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평범한 듯하면서도 굴곡 많은 삶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어느새 딱딱한 논증가 루이스의 모습은 사라지고 한층 친근하고 친구 같은 잭만 남게 된다. 마치 루이스와 절친한 사람들은 그를 늘 ‘잭’이라고 불렀던 것처럼 책 속에서 그런 감정을 얻게 된다.

<루이스와 잭>에 그려진 루이스의 삶은 좋은 방향으로만 포장된 맞춤기록이 아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고뇌와 번민을 그대로 그려낸 글이다.

29년 간의 우정 속에서 발견한 그를 그렸다

저자 조지 세이어는 1934년 처음으로 개별지도 교수인 루이스와 만나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는다. 처음 몇 년간은 교수와 제자의 형식적인 관계로 지냈으나, 어느 날 우연히 조지 맥도널드의 책을 매개로 두 사람이 마음 문을 열게 되었다.

이후 친구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다. 같은 영문학을 전공한 선후배로서 함께 산책하며 문학토론을 했고, 조지 세이어가 결혼해서 몰번에 사는 동안, 루이스는 정기적으로 세이어 부부를 방문해 함께 시간을 보내며 루이스가 세상을 떠나기까지 깊은 우정을 나눴다.

저자가 다른 루이스 전기들보다 확연히 차이 나게 탁월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전기들이 참고했던 루이스 관련 자료는 물론이거니와, 그 외에 다른 전기들은 활용하지 못한 자료를 인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워렌 해밀턴 루이스 소령이 쓴 백만 단어 분량의 일기와 웨이드 센터(일리노이 주 휘튼 칼리지 내에 있는 연구소로 C. S. 루이스의 관련 자료를 모두 수집해서 모아 둔 곳)의 라일 도싯 교수가 수집하고 정리한 조이 데이빗먼에 대한 자료, 스티븐 스코필드가 꼼꼼하게 모아서 <캐나다 C. S. 루이스 저널>에 실은 방대한 자료 등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견고한 밑받침이 된 것은 저자인 조지 세이어와 루이스가 친구로 지내며 쌓은 29년간의 우정과 깊은 신뢰이다. 루이스와 보낸 추억의 장면도 간간이 엿볼 수 있는 이 책은, 친구로서 잭의 속내를 이해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면과 더불어, 탄탄한 연구 자료가 바탕이 되어 온전한 객관성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읽는 독자들 스스로가 루이스의 삶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판단하도록 길잡이 역할을 한다.

왜곡된 친구의 삶을 바로 잡은 수정본

“<기적>에 대한 공격이 있던 시점은 잭이 집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던 때이기도 했다. 피난민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갔고 무어 부인은 녹초가 되어 건강이 망가진 상태였다. 그녀는 양쪽 다리의 정맥류 때문에 걷는 것이 점점 힘들어져서 1947년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침실에서 보내야 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집주인 노릇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잭에게 크게 의존하게 되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잭을 불렀다. 그러면 잭은 하던 읽을 멈추고 2층으로 올라가 무어 부인이 시키는 일을 하고 나서 돌아와 글쓰기를 계속해야 했다. 집에는 하녀가 두 명 있었는데 서로 티격태격 싸웠고 가끔은 무어 부인과도 말다툼을 벌였다. 잭은 거듭거듭 그들을 화해시켜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책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널리 사랑받게 된 책을 쓰기 시작했다.”

루이스는 ‘개인적 이설’(저자의 사생활에 대한 연구가 그 자체로 가치가 있거나 그의 저작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늘 반격했다. 그런 친구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저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이스의 생애를 밝히 드러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루이스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질수록 점차 왜곡되고, 잘못된 정보로 루이스 아닌 루이스의 모습으로 각인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그 왜곡을 막으며 루이스의 참모습을 알리기 위함에서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C. S. 루이스의 전기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본격적인 자서전은 아니나 루이스 본인이 쓴 회심기 <예기치 못한 기쁨>도 전기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루이스와 잭>은 그 중에서도 백미다.

“C. S. 루이스에 관한 한 현존하는 최고의 전기!”라는 추천사는 조이의 아들이자 C. S. 루이스의 의붓아들인 더글러스 그레셤이 이 책에 바치는 진심어린 헌사이다. 이 책에 앞서 이미 수많은 루이스 전기가 나와 있으며, 더글러스 그레셤 자신도 어머니 조이와 의붓아버지 루이스에 관해 책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루이스에 관한 한 현존하는 최고의 전기라고 입증해 주었다.

덧붙이는 글 |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며 북칼럼니스트입니다.


루이스와 잭 - 회의자의 사도 C.S.루이스의 생애

조지 세이어 지음, 홍종락 옮김, 홍성사(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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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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