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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
푸틴 대통령 ⓒ 리아뉴스(www.rian.ru)
언론인 안나 폴리트꼽스까야의 암살(10월 9일, 상트페테르부르그), 전 KGB요원 알렉산더 리트비녠코의 독살(11월 23일, 런던), 전 러시아 총리 예고르 가이다르의 (11월 24일, 두블린)독극물 중독….

러시아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반푸틴 저명인사들을 향한 잇따른 사건들은 현재 러시아의 정치 상황을 잘 대변해준다.

2008년 대선에서 푸틴은 헌법에 명시된대로 3선하지 않을 것임을 국내외에 공언하였다. 또한 그는 직책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이후에도 러시아 정계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하여 정치인으로서 선거이후에도 그의 정치생명이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실제로 1952년 생인 푸틴이 권좌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은퇴하기에는 그의 젊은 야심이나 현재 손에 쥔 권력이 너무 크다.

구 소비에트 프로파간다(선동)부 책임자 출신 블라질롄 이바노비치 교수(현 상트페테르부르그 국립대학교 교수)의 말에 따르면, 푸틴은 헌법에 명시된 대로 2008년 선거를 포기하고 자신의 명령에 따르는 꼭두각시 대통령을 세운 이후 2012년 선거를 노릴 공산이 크다. 한번 대통령직을 쉬고나면 또다시 이어 연달아 두 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2006년 말 일련의 사건들은 차기 정권을 향한 러시아 사회 내부의 암투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들이 누구이건 간에 2007년에 들어 대선을 향한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경쟁이 시작되기전에 주요인사들의 제거를 통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파워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현재 러시아 정계를 실제로 장악하고 있는 것은 '실로비키'이다. 옐친 정권이 붕괴함과 동시에 푸틴의 우산아래서 구KGB요원 출신들로 이루어진 이들은 '알리가르히'로 불리는 러시아 재벌 그룹과 팽팽한 권력 분배를 하고 있었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되고 실로비키는 앞장서서 보리스 베례조프스키 같은 러시아내의 반체제적인 부호들을 국외로 추방하고 친 옐친일파를 숙청하며 알리가르히들에게 러시아 국유산업을 거느릴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실로비키는 정계를 알리가르히는 재계를 책임졌던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 제1의 석유회사였던 유코스의 회장 호도르코프스키가 부를 발판삼아 여러 당들을 후원하고 유코스의 정치적 특권을 조금씩 높여가자 푸틴은 2003년 의회 중간선거에서 패배하고 이후 정치적 지지도가 밀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는 실로비키들에게 모종의 지시를 내려 2003년말 호도르코프스키를 체포하고 그의 재산을 모두 압류하였으며 유코스의 경영권 마저 빼앗아 버렸다. 이 사건이후 힘의 균형은 알리가르히에서 실로비키 쪽으로 급격히 옮겨졌다.

이렇게 실로비키가 크레믈린을 거의 장악할때쯤 푸틴은 총리 자리에 드미트리 몌드볘예프를 임명하였다. 그는 상트페테르부르그 국립대학교 법학대 동창이자 상트페테르부르그에서 90년대 초반에 푸틴과 함께 공직생활을 한 인물이었다.

푸틴은 이를 통해 '실로비키'의 권력장악을 일정수준 제한하려했고 몌드볘예프와 상트뻬쩨르부르그 출신 인사들을 크레믈린에 잇따라 임명하면서 알리가르히, 실로비키, 상트뻬쩨르부르그 출신 사이의 새로운 힘의 균형을 이루려하였다.

이렇게 새로운 힘의 균형과 여러 당들의 줄다리기 사이에 러시아의 정치적 평화는 올해 10월까지 유지되어왔다. 하지만 2008년 대선을 준비하는 이들은 이제 본격적인 견제를 시작한 듯하다.

반 푸틴, 반 실로비키 인사들이였던 안나 뽈리트꼽스까야, 알렉산더 리드비녠코는 그렇게 정치 희생물이 되었고, 친옐친-반푸틴이라고 할 수 있는 예고르 가이데르는 그렇게 미연에 정치활동이 위축되었다.

누구의 음모이던 간에 2007년은 정권 장악을 위한 본격적인 암투로 크레믈린 및 러시아 재정계가 혼란스러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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