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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근의 정치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잠시 눈을 감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근의 정치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잠시 눈을 감고 있다. ⓒ 연합뉴스 박창기

노무현 대통령이 베트남·캄보디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것은 지난 달 22일이었다. 그리고, 3일 오전 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호주·뉴질랜드 국빈방문 및 ASEAN 관련 정상회의 참석하기 위해 3일 오전에 출국했다.

이 10일동안 노 대통령은 온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앞서 지난 달 17일 베트남으로 떠나기 직전까지 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방문 등의 행보를 보였다. "정계개편의 동력은 노 대통령과 DJ에게 나올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 대통령에 힘이 쏠렸다.

그러나 귀국 후에는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부동산 문제 여론 악화, 이재정·송민순 지명자에 대한 한나라당의 거부, '전효숙 교착상태', 노사모 회장의 대통령 발언 녹취유출 사건 등등이 이어졌다.

앞이 보이지 않는 정국, 노 대통령의 움직임은

몇가지 인사문제를 처리한 노 대통령은 일요일인 26일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이병완 비서실장을 통해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제안한 데 이어, 27일에는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지명을 철회했다.

28일에는 기자들이 보고 있는 국무회의 자리에서 '임기단축·탈당'시사발언을 했다. 다음날인 29일에는 '서남권 종합발전 구상'현장 점검 방문을 나간 전남 무안에서는 전날의 '임기단축' 시사 발언과는 반대로 "당신 임기 얼마 안 남지 않았냐?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급기야 30일에는 "신당은 지역당"이라며 "열린우리당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 중간중간 한나라당의 정치협상회의 거부, 김근태 의장의 청와대 초청만찬 거부에 '당과 함께 갈지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는 열린우리당의 요구 등이 겹쳐지면서, 발언 수위는 점차 높아졌다.

여기에 김근태 의장이 노 대통령의 '지역당' 발언을 '제2의 대연정'이라고 정면비판하고 노 대통령이 "구시대적 차별화 전략"이라고 다시 맞받아치면서, 당청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오는 13일 밤 귀국하는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의 '신당 여론조사' 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나설지 벌써부터 눈길이 쏠리고 있다.

양당→여당... 좁혀진 전선

노무현 대통령의 '지역당`발언에 대해,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제2의 대연정 발언과 다를바 없다"며 "모욕감 느낀다, 유감이다"라는 표현을 쓰며 직격탄을 날렸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역당`발언에 대해,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제2의 대연정 발언과 다를바 없다"며 "모욕감 느낀다, 유감이다"라는 표현을 쓰며 직격탄을 날렸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28일의 '임기단축·탈당' 시사 발언 중, '임기단축'은 한나라당을, '탈당'은 열린우리당을 겨냥한 것이었다.

'전효숙 지명철회'가 깔려있기에 가능한 것이었지만, '임기단축'발언은 정치권 냉각을 통해 한나라당의 협조를 끌어낸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2년을 끌던 비정규직법안과 숙원사업처럼 여기던 국방개혁법안 등 31개 법안이 통과됐다.

대선후보감 '빅3'가 각축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상황에서 대선이 앞당겨질 경우 대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 '집권야당'으로 불리는 한나라당으로서는 '국정에 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이 더 컸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 대통령의 타깃은 열린우리당 특히,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지도부로 좁혀졌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공격이 섞여있던 28일 발언에 비해, '신당은 지역당'이라는 30일의 발언은 상황을 분명하게 만들었다. 이어 1일에는 '노무현 대 김근태'라는 단일전선을 더욱 뚜렷하게 부각시켰다.김근태 의장과는 이전부터 크고 잦은 충돌이 있던 터였다.

이른바 노 대통령 특유의 '몰아치기'를 통해 뚜렷한 대립구도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원칙을 지키다 어쩔 수 없이 불법부당한 횡포에 '굴복'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신당논의는 무성했으나 그 실체에 대해 말해준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약자'로 위치지운 것이다.

계산은 없었다지만... 또 '임기단축' 발언

결국 전효숙 지명 철회와 곧이은 열린우리당의 반발로 대통령 고유권한인 인사권 등에 상처를 입었지만, 꽉 막혔던 '전효숙 정국'을 끝내면서 노 대통령은 다시 정국의 중심으로 등장했다.

"정몽준과 단일화할 때 무슨 계산이 있었나, '민정당 후신에게 정권을 넘길 수 없다'는 원칙만 있었다"는 노 대통령 측근들의 말처럼 이번에도 많은 계산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지역통합'이라는 필생의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노 대통령은 끝까지 갈 것"이라는 데도 그의 참모들은 별 이견이 없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그렇게 비판받았던 '임기단축'을 또 '활용'했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필사적인 몸부림이고 절박감의 표현이라고 하지만. 많은 이들은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고 비판한다.

국민은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더욱 노 대통령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 면역력이 높아졌기 때문에 남은 1년 동안 더 강수를 써야 통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11%까지 떨어지기만 하던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최근 조사(28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서 3% 오르고 한나라당 지지도는 5% 정도 떨어졌지만 하나의 추세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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