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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빚은 한 폭의 산수화, 금강산 옥류동 계곡
자연이 빚은 한 폭의 산수화, 금강산 옥류동 계곡 ⓒ 최향동
왜 그리도 가고 싶었을까? 그 답을 금강산에 올라서야 비로소 얻었습니다.

지난 25~26일 1박2일간 '화해와 평화를 위한 1만2천인 금강산 기행' 행사의 일환으로 참여정치실천연대가 979명을 모집하여 떠난 금강산 관광에 따라 나섰습니다.

광주에서 밤새도록 10시간을 달려 강원도 화진포에 도착, 동이 터오는 아침에 남북출입사무소를 통과하여 민통선과 DMZ를 거쳐 드디어 북녘땅 금강산 밑자락인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에 내 생애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979명이 참가한 1만2천인 금강산기행, 통일로 가는 길
979명이 참가한 1만2천인 금강산기행, 통일로 가는 길 ⓒ 최향동
현대아산이 임대한 철조망 안의 땅은 관광특구의 상징이자 통일로 가는 교두보이지만 왠지 또 다른 분계선 같아 첫방문이라는 설레임만큼 착잡함도 함께 자리를 틀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분주한 일정 속에 첫날 외금강의 상징인 '만물상(萬物相)' 코스를 시작으로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천선대에서 바라본 만물상의 자태
천선대에서 바라본 만물상의 자태 ⓒ 최향동
겨울 금강산은 모든 것을 다 보여준다 하여 개골산(皆骨山)이라 하고 특히 눈쌓인 금강산을 설봉산(雪峰山)이라 별칭하고 있는데 때마침 금강산에는 눈이 쌓여 겨울 금강산의 백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온정령 굽이굽이 고개길을 돌아 관음연봉을 감상하며 만상정 주차장에 하차하여 드디어 만물상코스에 진입하였습니다.

구름과 바람을 타고 세 신선이 하강했다는 삼선암
구름과 바람을 타고 세 신선이 하강했다는 삼선암 ⓒ 최향동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불면 마치 세 신선이 하강하는 것 같다는 삼선암! 험상궂은 도깨비 얼굴을 닮았다하여 붙인 귀면암! 탑처럼 층층이 올라앉은 바위결이 칠층이라는 칠층암! 선녀를 짝사랑하던 나무꾼이 안타까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도끼로 찍어내렸다는 절부암! 가파른 길을 오르다 말안장처럼 생겨 안심스럽게 쉴 수 있다는 안심대! 한 노인이 샘물을 마시자 기운이 솟아 지팡이를 잊고 천선대에 올랐다는 망장천(忘杖泉)!

만물상의 위치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해발 936m의 천선대(天仙臺, 천연기념물216호)에 오르기도 전에 눈길은 마냥 머물고 시간은 지체됩니다. 드디어 천선대에 올랐습니다. 세상의 온갖 형상을 닮은 기암괴석의 집합체인 만물상(萬物相)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경치가 하도 좋아 하늘의 선녀들이 이 곳에 내려와 만물상을 보았다는 천선대 주변 풍광은 그저 경이롭기만 합니다.

통일학습을 동반한 우리집 가족여행
통일학습을 동반한 우리집 가족여행 ⓒ 최향동
목이 마르면 그저 쌓인 눈으로 물을 대신합니다. 절벽 틈새에서 자란 미인송의 자태는 선녀와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내려오는 길에도 시선은 머물기를 되풀이합니다. 눈은 쌓여있고 바람은 잠자고 하늘은 맑기만 합니다. 하산을 마치고 서둘러 옥류관에 들러 점심을 먹은 뒤 온천을 찾아 산행의 피로감을 날려 버립니다.

온정리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온정각 문화회관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교예공연을 보면서 연신 박수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이어서 참여정치실천연대가 주최하는 '통일골든벨' 행사가 하루일정을 마무리합니다.

반갑고 행복합니다. 이 순간 모두가 통일에 목말라 열정의 바다에 빠집니다. 그렇게 우리는 열정의 바다에 통일항로를 열어 젖히듯 한마음이 됩니다. 온정리는 그저 평화롭습니다. 북핵도 없고 긴장도 없습니다.

1000명 가까운 금강산기행단은 이제 다음날을 위해 잠자리에 듭니다. 구룡마을 컨테이너 숙소에는 간혹 밤새도록 아기자기한 술자리가 이어지는 듯 얘기소리가 피어납니다.

이른 아침을 들고 구룡연코스에 접어들었습니다. 금강산 4대사찰로 꼽히는 신계사를 지나 목란관에 들어섰습니다. 이 곳은 북녘의 국화인 목련이 만개하여 절경을 이룬다하여 붙인 목란관이 있습니다. 이 곳을 지나 양지교에 이릅니다. 사방이 절벽으로 가로막혀 하늘만 보인다는 양지대를 지나면 본격적인 구룡연코스의 관광이 시작됩니다.

수정같이 맑은 물이 구슬처럼 흘러내리는 옥류담
수정같이 맑은 물이 구슬처럼 흘러내리는 옥류담 ⓒ 최향동
금강산을 지키는 아홉마리 용이 살았다는 구룡연폭포
금강산을 지키는 아홉마리 용이 살았다는 구룡연폭포 ⓒ 최향동
세존봉에서 흘러내려 산삼과 녹용이 녹아내리는 물맛이라는 삼록수! 기묘하게 뚫려 이 곳을 지나야 금강산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는 옥류동입구의 금강문! 수정같이 맑은 물이 구슬처럼 흘러내린다하여 절로 탄성이 터져나오는 천하절경의 옥류동계곡과 수정을 녹여 쏟아 부은듯하다는 옥류담과 옥류폭포!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실수로 파란 구슬 2개를 흘리고 갔다는 연주담! 높이 139m, 금강산 4대명폭 중의 하나로 비단실처럼 흘러내리는 비봉폭포와 봉황이 춤을 추듯 흘러내리는 무봉폭포!

이 절경들을 지나 드디어 금강산을 지키는 아홉 마리 용이 살았다는 구룡연폭포에 다다랐습니다. 아름다운 관폭정을 앞에 두고 장엄하게 흘러내리는 구룡폭포는 마치 금방이라도 용이 승천할듯 한 기세로 흘러내립니다. 벽높이 150m, 폭포높이74m, 너비4m인 구룡폭포는 개성의 박연폭포와 설악산의 대승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명폭 중의 하나입니다.

구룡대에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상팔담사적비
구룡대에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상팔담사적비 ⓒ 최향동
선녀와 나뭇꾼 전설이 서려있는 상팔담
선녀와 나뭇꾼 전설이 서려있는 상팔담 ⓒ 최향동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여 구룡연폭포 위에 있는 천하비경인 상팔담(上八潭)으로 향합니다. '선녀와 나무꾼' 전설이 살아있는 상팔담은 구룡대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가파른 철계단을 여러번 오르자 구정봉을 타고 흐르는 구룡대(880m)에 올라서자 장관이 연출됩니다.

눈 앞에는 하늘꽃이 피었다는 천화대(天花臺)연봉과 세존봉이 설경에 푹 빠져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한 폭의 산수화를 선사합니다. 150m 발 아래에는 비취색의 상팔담이 자취를 드러내며 두레박으로 그 맑고 고운 물을 떠먹고 싶을만큼 아름답게 수놓아 있습니다.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일생을 두고 후회할뻔 했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그 절경의 황홀함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습니다.

하늘꽃이 피었다는 천화대연봉과 세존봉
하늘꽃이 피었다는 천화대연봉과 세존봉 ⓒ 최향동
하산하면서 줄곧 내 머릿 속에는 통일의 염원과 함께 송나라의 소동파가 남긴 글귀가 자꾸 떠올랐습니다.

"원컨대 고려국에 태어나(願生高麗國)/한 번만이라도 금강산을 보았으면(一見金剛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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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없음도 대답이다.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내다. 더 좋은 민주주의와 사람사는 세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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