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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최근 폭력사태를 빚은 한미FTA 집회 등과 관련해 24일 관계장관회의를 가진 뒤 담화문 발표를 통해 폭력시위에 대한 강력 대응방침을 밝혔다. 사진 오른쪽부터 이상수 노동, 이용섭 행자, 김성호 법무, 박홍수 농림부 장관, 이택순 경찰청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우리는 오늘 정부의 대국민담화를 '대국민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한미FTA저지 범국본)

24일 정부가 "불법 폭력시위에 더 이상 관용은 없다"며 시위주동자는 물론 배후조종자까지 엄벌에 처하겠다고 발표한 뒤 한미FTA저지 범국본 등 관련 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범국본과 전농, 민주노총,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등은 이날 긴급 성명을 통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재야단체가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와 같이 정면충돌의 파국을 향해 치닫는 형국이다.

범국본과 전농 등 단체들의 생각은 분명하다. 정부가 이번 기회를 통해 한미FTA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확실히 꺾으려 한다는 것이다. 집회 시위가 일어난 지 단 하루 만에 경찰청장이 범국본 주최 집회를 금지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다음날 아침 압수수색과 동시에 국무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하는 순서로 확실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위가 처음부터 폭력적이었나"

대부분 언론도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주요 신문 기사와 사설은 22일 벌어진 시위의 폭력행위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집회 이후 <조선일보>는 "7개 시·도청 습격... 현정부 최악시위", <중앙일보>는 "지방선 깨지고 ... 불타고 ... 다치고 ... 아수라장", <동아일보>는 "방화... 폭력... 전국 불법시위 '얼룩'" 등을 각각 제목으로 뽑았다.

정부와 언론의 공세에도 범국본 등 단체는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대국민담화문 발표 이후 범국본은 오히려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범국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의 아전인수격 대국민담화문 발표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시민사회단체 사무실에 대한 불법 압수수색을 '만행'으로 규정했다. 범국본은 또 "농민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대화를 요청했을 때는 일언반구도 없던 정부가 무슨 자격으로 불법폭력시위 운운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미FTA가 중단되는 날까지 전국적인 범국민 항쟁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원과 충북연맹 사무실 두 곳이 압수수색 대상이 된 전농도 "정부와 언론이 성난 민심을 호도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전농 관계자는 "범국본 시위가 처음부터 폭력적이었느냐"며 "지난 6월, 7월 평화시위를 할 때는 듣지도 않더니 일부 지역에서 일어난 일을 가지고 폭력시위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역시 이날 오후 입장을 발표해 "정부의 태도는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짓밟는 행위"라며 "대규모 사법처리 방침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범국본 등은 또 대국민담화문에 담긴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압수수색과 체포영장으로 탄압할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대화에 나서야한다는 주장이다.

민노당 "탄압은 정권 파국 예고할 뿐"

민주노동당도 이날 성명을 통해 "무도한 탄압은 정권의 파국을 예고할 뿐"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은 "참여정부 이래 최대의 시위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심각한 현실을 정부와 정치권이 제대로 봐야 한다"고 꼬집은 뒤 "일부 집회의 양태를 빌미로 무능한 정부에 대한 시민의 정당한 저항권을 억눌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 대해서도 민주노동당은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공당임을 자임하면서도 서민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치안당국 관계자처럼 처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와 정치권이 바르고 온당하게 대처하길 바란다"며 범국본 등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문화연대는 "언론은 집회를 두고 폭력과 비폭력, 교통체증의 여부라는 집회의 의미를 이원화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어 "교사와 한미FTA 반대자들, 노동자, 장애인, 철거민들이 왜 모여서 집회를 열 수밖에 없었는지 원인을 분석해 보도하는게 진정한 언론"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전국 5개 단체 사무실 9곳을 압수수색했으며, 모두 85명의 시위 가담자에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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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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