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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추리소설을 가장 추리소설답게 만드는 것, 바로 반전이다.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유난히 반전에 목을 매는 작가가 있다. 그런 작가들은 완전한 반전을 준비해서 독자들의 허를 찔러야 한다는 강박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다보면 나중에는 짜증이 난다. 한번에 대박을 터뜨려야지 여기서 찔끔, 저기서 찔끔 하면서 반전을 줄줄 흘리다보면 반전은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 황금가지
그런데 <살인자들의 섬>은 정말로 예기치 않은 반전을 독자에게 들이민다. 이야기를 한참 따라가다 보면 복병처럼 숨어 있던 반전과 마주치게 된다. 느닷없이 튀어나온 반전을 보면서 한 장의 그림을 만드는 조각 맞추기 퍼즐이 완성이 되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아, 그렇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소설의 시대적인 배경은 1954년. 외딴섬의 정신병원에서 환자 한 사람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병원은 평범한 정신병원이 아니다. 물론 정신병원이 평범할 수는 없겠지만 특이한 환자들이 수용되어 있었다. 그들은 사람을 죽인 위험하기 짝이 없는 정신병자들이다. 섬에 있는 병원은 교도소겸 정신병원인 것이다. 사라진 환자를 찾기 위해 두 명의 연방수사관이 그 섬으로 파견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보안관 테디는 실종사건이 환자들을 불법 시술에 이용하는 병원측의 비리와 관련이 있다고 추측하면서 병원에 잠입해 진실을 캐내려고 한다. 하지만 갑자기 태풍이 몰아치고 섬은 외부와 연락이 끊기면서 고립된다.

테디가 그 병원의 실종사건 수사에 자원을 한 것은 화재사건으로 사망한 아내 때문이었다. 그는 불을 질러 아내를 죽게 한 범인, 앤드루가 그 섬에 있다는 것을 알고 언젠가는 그를 죽일 작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그 섬으로 가기 위해 여러 해를 기다려왔다. 그런데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섬의 어디에도 앤드루의 흔적이 없었다. 그를 아는 사람도 없었다. 분명히 앤드루는 그 섬으로 이송되었지만 그의 기록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는 병원의 불법 시술에 희생되어 사라져 버린 것일까?

테디는 사라진 환자와 앤드루를 찾으러 섬을 돌아다니면서 섬에 있는 사람들 전부가 한통속이 되어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라진 환자는 완벽한 감시 아래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런데, 다음 날 그 여자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어떻게 된 것일까? 여자는 자기의 아이 셋을 물에 빠뜨려 죽였다. 죽인 아이들을 물에서 건져 식탁 의자에 앉힌 뒤 같이 식사를 하려고 했다가 이웃의 신고로 체포되었다고 한다.

사라진 환자는 나타났지만 테디는 자신이 그 섬에 갇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같이 갔던 동료 보안관마저 흔적 없이 사라졌다. 섬사람들은 그가 처음부터 혼자 왔다고 주장하기 시작하고, 테디는 교도소장과 병원장이 자신을 섬에 영원히 가둬두려는 음모를 꾸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이제 섬에서 탈출하여 악당들의 음모를 막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섬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그의 탈출은 가능할까? 여기에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반전이 준비되어 있다. 당연히 복선은 곳곳에 깔려 있다. 독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작가가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다.

작가가 준비한 반전을 확인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작가는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아주 완벽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라면 수준급이라고 할 수 있다. 스릴러 소설을 즐기는 독자라면 읽고나서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나 덧붙이자면 내가 읽은 것은 6쇄였다. 2004년 7월 22일에 처음 출판되었는데 2006년 8월 24일에 6쇄가 나왔다. 이 정도라면 제법 읽힌 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살인자들의 섬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황금가지(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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