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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이 분양을 받아 입주한 역삼동 아이파크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22억원. 그래서 네티즌들은 그에게 '이백만'이라는 이름 대신에 '이십억' 수석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청와대는 인책할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아파트 취득이나 대출과정에서 편법같은 것은 없었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를 향한 여론은 들끓고 있다. 마녀사냥인가. 그렇지 않다. 이 수석은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서 삼갔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부동산 재태크의 모범, '이십억' 홍보수석

지금 노무현 정부가 어떤 정부인가. 부동산문제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 해온 정부가 아니었던가. 또한 그러면서도 정작 집값을 잡지 못해 수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만든 정부 아닌가.

그러한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이라는 중책을 맡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인사라면, 적어도 참여정부 임기 중에는 함부로 이사조차 하지 않는 조심스러움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그러나 이 수석은 강남 부동산시장의 정석(定石)대로 아파트 '갈아타기'를 선택했다. 일원동의 5억원짜리 아파트는 4년만에 역삼동의 22억짜리 아파트로 바뀌었다. 분양대금의 80퍼센트를 대출을 받아 해결했고, 그렇게 잡은 아파트는 순식간에 분양가의 2배 수준으로 올랐다. 이 정도 되면 부동산 재테크의 가히 모범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집값이 떨어질테니 집을 사지말고 기다려달라고 정부가 호소하고 있던 그 시간에, 청와대 홍보수석은 8억여원의 은행대출을 받아가며 강남의 대형아파트를 사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불법이 아니라고, 편법이 아니라고 모든 일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보다 가까운 상식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집값을 못 잡아 서민들의 가슴에는 대못을 박아놓으면서, 그 정권의 핵심부에 있는 사람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아파트 늘리는 데에만 빠져있었으니, 국민들로서는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불로소득 환수? 본인부터 하시지

▲ 역삼동 현대아이파크에 대한 홈페이지 홍보.
ⓒ 현대 아이파크 홈페이지.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라는 말이 있다. 이 수석이 해온 말들을 떠올리니 그 말이 실감난다.

아파트를 팔아 큰 시세차익을 올린 사람을 가리켜 "성실하게 살아가는 보통 국민들은 밥맛 떨어질 얘기다, 일할 맛 나겠느냐"고 한탄했던 그였다. "아무 노력 없이 부동산으로 번 불로소득은 철저히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였다. 결국 빈 말이었고 스스로도 감당 못하는 불필요한 말들만 꺼내놓은 꼴이 되었다.

비단 이 수석의 경우뿐 아니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래 갑자기 '개혁'의 목소리를 높인 대통령 주변 인사들을 여러명 보아왔다.

이들을 놓고 보면 몇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참여정부가 들어서기 이전까지는 '개혁'을 위해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알기 어렵다. 어떤 경우들은 지금 자신들이 그렇게 비난하는 '조·중·동'에 몸담았거나 칼럼을 쓰며 지내온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다가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요직에 발탁되고 그 뒤로는 가장 '과격한' 개혁론자로 탈바꿈된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이들은 '조·중·동'에 대해 종종 필요 이상의 적의를 드러내 논란거리가 되기도 하였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이른바 '조·중·동'에서 월급받거나 글을 썼던 사람들도, 정부 홍보라인의 일을 맡고나니 하루아침에 '반(反) 조·중·동' 투사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부동산정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자신들도 강남 부동산시장의 교본대로 부동산 재테크 대열에 섰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강남 집값을 잡는 전사가 되어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과정에서 수요와 공급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도 해가며 마련해야 할 부동산정책도 마치 전쟁하듯이 다루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부동산정책 실패해도 상관없을 사람들, 이제 떠나라

▲ 지난해 8월 31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추병직 건교부 장관, 문경원 행자부 제2차관, 이주성 국세청장, 양천식 금감위 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한 부동산제도 개혁방안'을 최종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러다보니 이들의 높은 목소리가 개혁을 향한 단심의 결과인지, 아니면 자신을 발탁한 대통령에 대한 충성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들은 과거 누릴 것을 누리며 살아왔고, 그러다가 참여정부에서 요직을 맡아 개혁의 목소리를 높였고, 임기가 끝나면 다시 자신의 안정된 생활이 보장된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사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한다해도 자신의 생활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 인사들이 노 대통령의 곁을 거쳐갔고 지금도 곁에 있다. 노 대통령의 불행이고 나라의 불행이다.

그래서 나는 참여정부에서 그동안 나왔던 그 높은 목소리들을 신뢰하지 못한다. 이백만 수석의 경우는 이같은 불신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백만 수석은 물러나야 한다. 그것은 현 정부가 부동산문제 때문에 가슴에 피멍이 든 국민들에게 보여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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