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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자료사진).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의 강연록을 근거로 "2003년 10월 정부의 이라크 파병 대가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북한에 대한 다자간 서면 안전보장을 약속했다가 어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보도한 <경향신문> 13일자 기사는 이미 2년 전에 보도된 내용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경향신문>은 이날 '문정인 전 동북아위원장 "부시가 약속 저버렸다"' 제목의 1면 머릿기사에서 "12일 입수한 2004년 11월 4일 국회의 '2004년 미국 대선결과와 한·미관계'라는 강연 녹음테이프에 따르면 당시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현 연세대 정외과 교수)은 '지난해(2003년) 10월 18일 우리가 이라크 추가 파병을 결정했고, 20일에 부시 대통령이 방콕에서 노 대통령에게 화답을 해줬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그 당시 문 교수가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던 내용으로 밝혀졌다.

문정인 교수는 1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2년 전에 이미 공개적으로 했던 얘기를 왜 이제 와서 그러는지 모르겠다"면서 "기사를 보니 그 당시 상황을 전혀 모르는 친구(기자)들이 쓴 얘기"라고 일축했다.

2년 전 인터뷰·강연 등에서 했던 얘기

문 교수는 이어 "외교안보팀 기자들이라면 그런 실수도 하지 않았겠지만, 어떤 맥락에서 그런 발언을 했는지 당사자에게 전화문의조차 없었다"면서 "요즘 기자들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04년 10~11월 당시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은 수차례 언론 인터뷰와 강연 등을 통해 ▲미국이 다자간 서면 안전보장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 때문에)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요지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바 있다.

이를테면 문 교수는 2004년 10월 당시 <신동아>(10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의 자격으로 ▲노 대통령, 미국에 섭섭하다고 느낄 것 ▲한미정상회담 '대북 서면 안전 보장' 약속을 미국이 어긴 셈 등의 핵심 발언을 했었다. 예를 들어 이런 대목이다.

"작년(2003년 - 편집자주) 10월 20일 방콕에서 부시 대통령이 우리 대통령에게 뭐라고 했습니까?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다자간 틀 안에서 북한의 안전을 서면으로 보장해 줄 용의가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바로 그 다음에 나온 게 뭐죠? 바로 리비아식 모델과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가 튀어나오지 않았습니까. 이것도 어떻게 보면 약속을 안 지킨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섭섭하겠죠. 대통령은 한미관계를 잘 유지하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정작 우리한테 돌아온 것은 약했거든요."

사실상 노 대통령의 미국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이와 같은 신동아 인터뷰 내용은 현재도 동북아시대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abh.go.kr)에도 그대로 게재되어 있다.

또 문 교수는 2004년 11월 18일 연세대 통일학 협동과정 원우회 주최로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제1회 통일학 명사초청 강연회'에서도 유사한 발언을 했다.

문 교수는 이날 이라크 추가 파병과 관련, "작년(2003년) 10월 20일 방콕에서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이라크 추가 파병이라는 선물을 줬으며 그 보답으로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다자간 서면 안정보장'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그러나 2차 6자회담에서 그런 얘기는 하나도 없었고, 신탁통치형 통일 형태인 리비아 모델, 시리아 모델 얘기만 딱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이런 발언 내용은 당시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이라크 철군파 정치인들의 '언론 플레이'?

문 교수는 2년 전 의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비공개 강연의 녹취록이 이제 와서 새로운 사실인 것처럼 공개된 것에 대해서도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이라크 철군론을 주장하는 것은 좋지만, 이런 식으로 여론을 조작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정부의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철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일부 정치인들이 '언론 플레이'를 한 것에 당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그것이다.

<경향신문>은 문 교수 강연녹취록을 근거로 '부시가 약속 저버렸다'는 내용을 부각시키면서 "중간선거 패배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 행정부의 대(對) 이라크 정책과 맞물려 재부상하고 있는 자이툰 부대의 철수론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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