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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 자비의 무요!" 한주스님이 무를 뽑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 김종연
"잘 좀 버무려봐∼"

거사림회(남자모임)와 선우회, 관음회, 연등회 등 불교신도들이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서로 난리법석이다. 이들은 지난 5일부터 가탑리 비로사 사찰신축부지에서 한 해 동안 가꿔온 배추와 무 등을 뽑고, 썰고 다듬으며 연방 즐거워 신이 났다.

그동안 가슴 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도 김장준비를 하면서 서로 맘껏 털어놓을 수 있게 되어 더욱 기쁘다. 그보다 더욱 행복한 이유는 그들이 담고 있는 김장김치가 불우이웃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라 생각됐다.

비로사와 그곳에서 운영하는 비로자나유치원(이하 비로사)에서는 1천 포기나 되는 배추를 무공해로 직접 심고 가꾸고 거두었다. 3일간의 일정으로 김장김치를 하기로 맘을 먹고 지난 7일까지 뽑고 절이고 버무리고 배달까지 모두 해치웠다.

하늘은 뭐가 그렇게 얄미워 보였는지 추운 날씨와 더불어 우박을 동반한 비를 뿌렸지만 불자 신도 20여명은 맞춰진 일정에 일을 끝내기 위해 묵묵히 일했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의 김장 담그기는 다른 김치보다 더욱 값져 보이고 맛있어 보였다.

남자 신도들은 산에서 커다란 나무를 해 왔다. 아마 버무릴 때 의자 대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 같았다. 그때 한쪽에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식사준비를 하는 스님과 밭에서 무를 뽑는 스님들을 발견했다.

"사진 찍지 마세요. 저분들이나(신도회원들) 찍으세요. 나, 이러고 나가면 싫어."

비로사 도감스님과 한주스님은 대현 주지스님과 다르게 카메라를 싫어했지만 마구 눌러대는 셔터 앞에서는 꼼짝할 수 없었는지 애써 웃음지어 보이기도 했다.

비로사는 매년 연말이면 불우이웃을 위해 먹을거리와 구제용품을 지원하고 있다. 그것도 벌써 올해로 17년이나 되었다.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스님들과 신도들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진 음식들은 불우이웃의 가정 200여 곳에 배달되고 있다.

비로사 대현스님은 "올해는 작년에 비해 1천 포기는 적은 양이지만 그래도 김치 걱정은 하지 않고 겨울을 날 이웃을 생각하면 좋아요"라며 즐거워했다.

버무리는 것이 시원찮아 보여서 여기저기 간섭을 좀 했더니 아주머니 한 분이 달려와 입에 김치를 돌돌 말아 넣어줬다. 춥고 궂은 날씨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즐겁게 만든 것이어서 그랬던지 따뜻한 밥 한 공기가 그리워질 정도로 하루종일 입에서 군침이 돌고 있었다.

▲ 불자신도들이 지난 6일 소금에 절여놓았던 김장배추를 개끗이 씻고 있다.
ⓒ 김종연

ⓒ 김종연

▲ 이리저리 간섭을 시작했다. 그러자 한 신도가 못믿는다며 먹어보라고 권유했고 결국 얼굴에 양념범벅을 하고 말았다
ⓒ 김종연

덧붙이는 글 | 부여뉴스에도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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