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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한나라당 조세개혁특위위원장은 지난 10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종부세 과표 상향·등록세 폐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자료사진)
윤건영 한나라당 조세개혁특위위원장은 지난 10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종부세 과표 상향·등록세 폐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소득세법 개정안을 10일 국회 상임위에 제출했다 한다. 한나라당이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보면, 양도세는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보유기간에 따라 다른 세율을 적용시켜 사실상 감세 효과가 나도록 했다. 특히 1가구 2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해 50%의 단일세율을 매기는 현행 법안을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미 한나라당은 지난 9월 14일 국회 재경위 전체 회의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대상을 현행 '기준시가 6억원 이상'에서 '9억원 이상'으로 올리고, 과세방법도 현행 세대별 합산에서 인별 합산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만약 한나라당이 제출한 종부세법 개정안 및 소득세법 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한다면 8·31대책은 사실상 백지화되고 만다.

부동산 투기에 기름을 붓는 한나라당

주지하다시피 현금의 부동산 시장은 곳곳에서 버블붕괴에 대한 경고음이 나올 정도로 위험천만한 상태이다. 투기적 가수요에 실수요까지 가세해 부동산 시장을 극도로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한결 나쁜 것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들이 극히 제한돼 있는데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여야, 언론, 시민단체, 학계가 모두 머리를 맞대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국민들도 그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여망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나라당은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동산 문제의 근원이 부동산 소유로 인해 생기는 불로소득임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소유를 통해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차단하거나 공적으로 환수하는 방법 이상의 것이 없다.

국민의 정부 말기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는 부동산 투기가 부동산 불로소득을 좇는 투기적 가수요 때문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만약 부동산 불로소득의 대부분을 차단하거나 환수한다면 부동산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투기적 가수요가 사라질 것이고 부동산 시장은 급속히 안정을 찾을 것이다.

흔히 부동산 불로소득의 차단 및 환수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토지보유세의 강화라고 알려져 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그 중에서도 8·31대책이 나름대로 평가를 받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보유세 현실화 정책의 채택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참여정부가 8·31대책을 통해 겨우 틀을 잡은 부동산 세제부문의 성과를 일거에 무위로 돌리려 하고 있다.

위에서 살핀 것과 같이 한나라당이 제출한 종부세법 개정안을 보면 종부세 과세기준 금액을 현행 공시가격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세대별 합산을 인별 합산으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나라당의 법률 개정안은 한 줌도 되지 않는 종부세 과세대상자들을 위해 지금도 가뜩이나 미약하기 이를 데 없는 보유세를 형해화시키겠다는 의도라고밖에는 달리 볼 수가 없다. 이는 정부더러 무장을 해제한 채 발톱까지 무장한 투기세력과 싸우라는 주문과도 같다. 모쪼록 한나라당은 토지보유세를 대폭 낮춘 채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투기적 가수요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란다.

양도세도 사정이 고약하기는 마찬가지다. 비록 양도세가 동결효과라는 부작용을 수반하기는 하지만 이미 발생한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대표적 장치임은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1가구 2주택 이상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는 개악안을 제출하여 부동산 부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고 있으니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다.

차기 대선에서 집권이 유력시되는 한나라당이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부동산 불로소득의 차단 및 환수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들을 차례로 무력화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는 마당에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리가 있겠는가?

한나라당의 행태가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한나라당이 정부가 8·3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해 7월 20일 종부세를 세대별로 합산과세하고,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해 중과세를 해야한다는 등의 당론을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기존의 당론을 1년 만에 완전히 뒤집는 한나라당의 행태는 보통 사람들의 상상력을 초라하게 만들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다.

한편 한나라당 소속 조세특위는 위와 같은 양도세 중과세 폐지와 관련해 "2~3개 주택 보유자는 투기자라기보다는 주택임대 시장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주택 임대업자와 세금 차별을 두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살다 보니 별 해괴한 소리를 다 듣는다. 이제는 투기꾼을 투기꾼이라고도 못하는 시대가 도래 하나 보다.

'세대별 합산'을 '인별 합산'으로 바꾼 이유가 "부부합산 과세의 위헌 소지"라는 조세특위의 주장도 궁색하기는 마찬가지다.

공공재산적 성격이 매우 강한 부동산을 일반 소득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점, 모든 개별적인 경제주체가 부동산을 각각 소유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제현상은 아니며 따라서 혼인을 통해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다고 해도 이는 마땅히 수인해야 하고 이는 혼인한 사람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는 점,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영위해야 한다는 것은 헌법상의 기본권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한나라당의 주장은 궤변에 불과하다.

지금의 부동산 정책이 한나라당의 아킬레스건

위에서 꼼꼼히 살핀 것처럼 한나라당이 보이고 있는 일련의 행태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해치고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라 할 수 있다. 1%의 부동산 부자들을 옹호하기 위해 부동산 버블이 폭발하건 말건 안중에도 없이 부동산 투기를 권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한나라당이 부동산 버블의 붕괴로 말미암아 만신창이가 된 대한민국을 책임질 생각이 아니라면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행동을 당장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한나라당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대한민국과 한나라당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IMF 외환위기를 불러온 한나라당의 전비(前非)를 잘 기억하고 있다. 기실 9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IMF 외환위기에 따른 책임론 때문이었다.

만약 한나라당이 기존의 부동산 정책 기도를 계속 고집한다면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부동산 버블을 불러온 정당이라고 여기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온통 참여정부를 향해 쏟아지던 비난이 한나라당을 향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흔히 지방선거는 과거를, 대통령 선거는 미래를 향해 하는 선거라고들 한다. 과연 국민들이 다음 대선에서 상위 1%의 부동산 부자들만을 위해 부동산 정책을 펴온 한나라당에게 표를 던질까?

비록 지금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다 한들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렇게까지 퇴행적(退行的)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물론 한나라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바로 그 지점에 한나라당의 비극이 싹트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태경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협동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대자보와 뉴스앤조이, 다음블로그에도 기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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