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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야 뭐하니>는 고현정의 연기변신과 파격적인 성묘사로 초반 주목받았으나, 뒷심부족으로 김삼순의 아류 혹은 진화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마감했다.
<여우야 뭐하니>는 고현정의 연기변신과 파격적인 성묘사로 초반 주목받았으나, 뒷심부족으로 김삼순의 아류 혹은 진화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마감했다. ⓒ mbc
MBC 수목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이하 여우야)가 지난 9일 방송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톱스타 고현정의 안방극장 복귀작이자 기존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과감한 성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여우야>는 지난달 26일 자체 최고 시청률 20.4%(TNS 미디어리서치)를 돌파하며 인기를 끌기도 하였다. 그러나, 중반이후 하지원 주연의 KBS <황진이>의 가세로 시청자 층이 분산되었고, 뒷심 부족으로 10% 중반대의 성적을 맴돌다가 비교적 조용하게 막을 내려야했다.

<여우야>는 최종에서 평소보다 10분 연장된 80분의 ‘반칙편성’에도 불구하고 최종회 성적은 16.3%로, 같은 시간대 19.7%을 기록한 <황진이>에 판정패하며 종영했다.

김삼순의 아류 혹은 진화

<여우야>를 말할 때 역시 톱스타 고현정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빼놓을 수 없다. 언제나 기품 있고 청순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단골로 맡아왔던 고현정은 이 작품에서 이론에는 밝지만 실전에는 쑥맥인 30대 성인잡지사 기자 병희 역을 맡아 전에 볼 수 없었던 열혈 코믹 연기를 보여줬다.

데뷔이래 약간은 ‘신비주의’적인 컨셉을 고수해왔던 고현정의 이미지는 그간의 작품 속에서 판타지에 가까운 비현실적인 캐릭터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자유분방하고 코믹한 이미지가 강한 여배우였다면 병희의 캐릭터가 그토록 튀어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명세빈이나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김하늘처럼 그간 새침한 요조숙녀의 이미지가 강했던 여배우가 민망한 음담패설을 입에 담고, 어수룩한 슬랩스틱 코미디를 펼치며 망가지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했다.

<여우야>의 병희는 ‘고현정표 김삼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삼순>을 집필했던 김도우 작가의 차기 작이었던 <여우야>는 요즘 트렌드인 연상녀-연하남 커플을 중심으로, 동시대 여성들의 성과 애정 문화에 대한 솔직하고 유쾌한 시선을 던졌다. 여러모로 <김삼순>의 속편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김삼순이 좀더 개방적이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드러내놓는 캐릭터라면 <여우야>의 병희는 좀더 소심하고 우유부단하다. 노처녀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두 여성캐릭터들은 우연히 시작된 연하남과의 사랑을 통해 자신의 꿈과 욕망을 좀더 현실적으로 직시하게 되면서 한 단계 성장한다. 주인공들은 물론이고 그 주변인물들도 마냥 순진하거나 전형적인 인물이 아니라 적당히 속물근성이 묻어있고, 개인주의 성향을 가지고있는 현실적인 인물들로 묘사된다.

과감한 성적묘사... 뒷심부족한 마무리

여기에 <여우야>는 과감한 성적 묘사를 추가하며 한발 더 나아갔다. 예전에도 <초대>나 <내 이름은 김삼순>처럼 동시대 성인남녀들의 성과 사랑에 대하여 비교적 솔직한 시선을 보여줬던 작품이 없지는 않았지만, <여우야> 만큼 안방극장에서 직설적인 표현과 묘사를 보여준 작품은 거의 없었다.

<여우야>는 1회부터 철수(천정명)가 병희의 손을 자신의 사타구니에 올려놓는 장면이나, 병희가 성인잡지에 올릴 기사를 작성하면서 벌어지는 야릇한 상상 씬. 성 문제에 대한 노골적이고 민망한 대사 등으로 드라마 시청자 사이에서 ‘선정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시청률에 의존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종래 구태의연한 묘사로 일관하던 지상파의 금기를 깨는 실험이었다는 점은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여우야>의 한계는 초반의 파격적인 설정을 끝까지 유지할만한 뒷심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중반부를 넘어서며 <여우야>는 각 커플들의 지지부진한 애정 줄다리기만을 반복하면서 초반의 활력을 잃었고, 자유분방한 성 담론이나 30대 여성의 일상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 같은 요소들은 로맨틱 코미디의 단발성 웃음과 망가진 고현정의 개인기를 부각시키는데 가려져서 어느새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경쟁 작들보다 10분이나 방영시간을 연장된 최종회의 반칙편성에 비하여 별달리 새로울 것이 없는 평이한 결말도 아쉬움을 남겼다. 군에 입대한 철수를 면회간 병희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주인공들의 내레이션으로 막을 내린 최종회는 전작인 <김삼순>이나 <연애시대>를 재탕한 듯한 마무리를 보여줬다.

‘지금은 행복하지만 사람일은 알 수 없으니, 앞으로 우리가 어찌될지는 모른다’식으로 굳이 단정적인 해피엔딩을 부정하는 내레이션은 나름 ‘열린 결말’로 여운을 남기려는 의도였겠지만 <김삼순>과 <연애시대>를 통해 반복되면서 분명했던 주인공들의 선택에 굳이 불필요하게 따라붙는 사족처럼 보인다.

또한 작품 자체의 완성도와 별개로 주연배우였던 천정명이 종영을 앞두고 스태프와 불화설에 휩싸이며 드라마 자체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미치는 등 초반의 화제나 파격에 비하여 드라마가 뒷심부족으로 비틀거리다가 뻔한 결말로 용두사미가 되어 마감한 것은 아쉬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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