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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채혜원 기자] 지난 7월 소말리아 인근 근해에서 무장 세력에 피랍된 동원호를 단독 취재해 선원들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생생하게 전해주었던 김영미(36) 프리랜서 프로듀서. 그녀는 6년 전만 해도 전업주부였다. 대학에서 사진영상과 행정학을 전공하고 결혼한 뒤 아들 하나를 낳아 기르던 평범한 주부. 아들이 4살 되던 해, 남편과 성격 차로 이혼을 하면서 싱글맘이 된 그녀는 우울증에 빠졌다.

그러다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내전으로 인한 학살이 자행되고 있던 동티모르의 모습을 보게 됐다. 그때 본 동티모르 여성들과 아이들의 눈빛이 그녀를 길 위에 서게 했다. 자신과 비슷한 눈빛을 가진 그들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줄 것 같다는 강한 느낌이 들었다. 그 믿음 하나를 밑천 삼아 해외여행 경험 한 번 없었던 평범한 주부는 동티모르로 향했다.

그렇게 시작한 여행이 그녀를 ‘분쟁지역 전문 프리랜서 PD’로 만들었다. 그녀가 1999년부터 지금까지 카메라를 들고 분쟁지역을 돌아다니는 유일한 이유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다. 동티모르로 처음 떠날 때 그녀는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잘 몰랐고 취재 노하우도 없었다. 그저 자신과 비슷한 눈빛을 한 분쟁지역 사람들을 만나 함께 지냈고, 가족과 같아진 그들을 카메라에 담았을 뿐이다.

그런 김영미 PD의 마음을 알아서일까. 분쟁지역 사람들은 그녀를 경계하지 않았다. 흔히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외부인을 철저히 경계한다고 알고 있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9월 15일 MBC에서 방송된 김영미 PD의 연출 작품 ‘탈레반 축출 5년, 평화는 왔는가’의 장면들. 김씨는 9.11 테러 발발 후 미국의 침공을 겪은 아프가니스탄의 실상을 보도했다.
지난 9월 15일 MBC에서 방송된 김영미 PD의 연출 작품 ‘탈레반 축출 5년, 평화는 왔는가’의 장면들. 김씨는 9.11 테러 발발 후 미국의 침공을 겪은 아프가니스탄의 실상을 보도했다. ⓒ 우먼타임스
“저 분쟁지역만 가면 공주병 걸려요. 그들은 진심으로 저를 사랑해주거든요. 제가 아프가니스탄 포도를 정말 좋아해요. 2002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을 취재하고 이듬해 다시 그 곳을 찾았을 때 제가 다시 와 포도를 먹을 수 있도록 아무도 포도밭을 건들지 않은 거예요. 전 그렇게 사랑받으며 분쟁지역 사람들과 살았어요.”

그녀는 동티모르를 시작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 분쟁지역을 누비며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들을 영상에 담았다. ‘KBS 일요스페셜-부르카를 벗는 여인들’(2002), ‘그것이 알고 싶다-일촉즉발, 이라크를 가다’(SBS, 2003), ‘SBS 스페셜-깨어나는 이슬람의 딸들’(2005), ‘W-탈레반 축출 5년, 평화는 왔는가’(MBC, 2006) 등 그녀의 작품에는 사랑이 묻어난다.

여성의 몸으로 분쟁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힘든 점이 하나도 없단다. 정말 그녀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소말리아 얘기를 할 때면 함박웃음을 지으며 행복해했다. 며칠 전 걸려온 전화 내용을 들으니 그가 그렇게 행복해하는 이유가 있었다. 아이들이 돈을 모아 그녀에게 국제전화를 건 것이다.

“아이들이 절 렐라라고 불러요. 새벽 3시에 전화를 걸더니 ‘렐라, are you ok? I’m ok’ 하더니 아랍어로 건강하란 말을 전하고 끊더라고요. 이러니 제가 분쟁지역에 가서 사람들을 만날 때 가장 행복할 수밖에 없죠.”

그녀는 지금도 ‘세계적인 저널리스트가 되겠노라’는 거창한 포부는 없다. 취재원이 아닌, 이미 친구와 가족이 된 그들을 만나러 갈 뿐이다. 그녀는 지금 새로운 친구와 가족을 만들기 위해 새 작품을 기획 중이다. 11월 2일 대한YWCA연합회가 선정한 제4회 한국여성지도자상 젊은지도자상을 수상한 김영미 프로듀서. 그녀는 진정한 행복을 찾아 떠나는 ‘카메라를 든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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