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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내년 1월 출범예정인 '여성청소년가족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내년 1월 출범예정인 '여성청소년가족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여성이 가족, 청소년과 연계가 깊다는 것은 여성 정체성의 상당한 비중을 가족 구성원으로서, 즉 전통적 어머니 역할을 보고 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여성가족부에 청소년 관련 업무까지 왜 보태야 하나. 여성들이 청소년에 대한 돌봄을 실행하고 있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앞으로 노인 관련 업무까지 맡아야 하고, 결국 여성부가 온 나라를 접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 (권김현영 동덕여대 여성학 강사)


여성가족부(장관 장하진)가 내년 1월 국가청소년위원회(위원장 최영희)와 합쳐져 '여성청소년가족부'로 확대 개편되는 것에 대해 여성 단체 등 사회 각계가 비판적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 여성의 전화연합은 7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화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여성+가족+청소년 통합,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여성단체와 여성학자, 정당 관계자는 "출범 1년째인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보호 업무까지 떠맡으면서 출산, 보육, 청소년 보호 등 여성의 전통적인 역할에 비중을 뒀다"며 "여성부 출범 당시(2001년) 설립 취지인 성평등, 여성인권, 여성인적자원 개발 등과는 멀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가족부에 여성 관련 정책은 후순위로 밀려나"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 오마이뉴스 이민정
이미경 소장은 "여성부 본연의 역할이 남녀 평등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성 주류화, 성인지적 관점이 반영될 수 있는 정책생산과 조정 기능"이라며 "그럼에도 여성가족부로 전환 이후 여성부 정책의 근간이었던 남녀차별금지법이 폐지되고 성희롱 업무가 국가인권위원회로 이관되면서 주된 업무가 가족과 보육 업무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여성가족부의 2006년 5대 주요업무계획과 22개 상반기 주요정책과제 추진 실적을 보면 기존 여성 정책업무는 후순위로 밀려났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5개 주요업무계획 중 '보육서비스 질적 수준 개선'(1항)과 '돌봄의 사회화'(2항) 등 보육 부문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22개 상반기 주요정책과제 또한 1항부터 9항까지 '기본 보조금 제도 도입', '보육 서비스 질적 수준 향상', '가족 친화적 사회환경 조성' 등이었다.

이 소장은 "여성가족부는 여성을 어머니의 정체성으로 한정하고, 가족내의 역할만 집중해서 그간 성역할 고정관념으로 인한 많은 문제점을 고스란히 되풀이 하고 있다"며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 문제, 여성 노동권 확보, 양육의 양성공동책임과 관련된 정책을 강조했다.

김원정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여성가족부의 예산 변화를 분석해 여성 정책의 문제점을 짚었다.

김 연구원은 "여성가족부 예산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2007년 예산안은 2003년에 비해 25배 이상 증가했다"며 "하지만 보육사업을 이관한 2004년 예산 증가율이 938.5%로 예산 증가가 가장 컸고, 2005년 이후 가족사업까지 이관하면서 매년 30∼47% 이상 증가했다"고 보육·가족 분야에 치중된 예산 편성을 지적했다.

또한 "지난 97년부터 정부출연금으로 조성된 여성발전기금은 2004년 폐지 논란을 거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06년 아예 중단됐다"며 "복권기금이 2004년부터 전입됐으나 지출에 비해 수입이 부족해 올해 적자를 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로 인해 일반회계 예산에 포함되지 않았던 취약계층,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사업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보육서비스, 가족정책확대 등 한국사회 여성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요한 과제이지만, 이런 사업은 '경제성장을 위한 성장동력 확보', '저출산 위기 극복'의 대안으로 여성을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유사한 업무, 연계해야 시너지 효과"

윤호식 여성가족부 혁신인사기획팀장
윤호식 여성가족부 혁신인사기획팀장 ⓒ 오마이뉴스 이민정
여성가족부는 이에 대해 "여성, 가족, 청소년 정책의 연계는 각 계의 정책이 유사한 업무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아 연계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윤호식 여성가족부 혁신인사기획팀장은 "여성가족부는 여성 정책을 총괄하기 위해 각 부처에 '여성정책조정회의', '여성정책 협조부서' 등을 운영하는데, 행정 특성상 청소년 정책도 기능에 따라 각 부처에 산재해있다"며 "이를 종합·조정할 방법이 필요한데, 기존의 여성정책을 총괄할 경우 여성과 청소년 관련 정책의 종합 기능을 체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팀장은 "그동안 정부 정책에서 여성과 청소년은 주변화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양 기관의 통합으로 양적·질적 성장으로 도모할 수 있어 여성과 청소년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청소년 단체도 여성가족부 통합 반대

여성청소년가족부 통합에 대해 여성단체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또 다른 통합 대상인 청소년 관련 단체들도 부서 통합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각계 시민단체 관련자들은 '국가청소년위원회, 여성가족부 이관반대 청소년지도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해 지난 9월 7일부터 통합에 반대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서명운동 두달만에 총 2271명이 반대에 뜻을 모았다.

비대위는 당시 ▲명분 없는 통합 추진 중단 ▲지난 1여년간의 국가청소년위 평가 및 정책 실현 활성화 방안 제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을 통한 청소년 정책 제시 등을 촉구하면서 부서 통합에 반발했다.

황인국 상임집행위원장(서울시 청소년 수련시설 협의회장)은 "출범 1년째인 국가청소년위가 정체성이나 비전, 정책 등을 확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성가족부와 통합되면 혼선을 일으킬 뿐"이라고 우려했다.

황 위원장은 "청소년, 여성 등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부처를 통합하려고 하는 것은 단순한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며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면 장애우·노인 등 문제는 왜 통합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정영혜 공동대표(청소년참여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통합 논의의 절차 자체가 무리였다"며 "당사자인 청소년의 의견은 무시한 채 일부 행정 책임자들만이 의견을 모은 밀실합의"라고 꼬집었다.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는 지난 9월 13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청소년 업무조직의 부처 건립은 청소년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각별한 관심의 표현으로, 청소년 정책이 국가의 주요정책으로 수립될 것"이라고 환영했지만, 부처명을 '청소년여성가족부'로 명기할 것과 청소년 정책을 전담하는 차관급 직제 설치 등 단서조항을 다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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